일자리 확보를 장담하면서 무역전쟁에 나선 트럼프 정부에서 최대 피해자는 노동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국산 제품 수입을 규제하게 되면 가장 먼저 어려움을 겪는 계층은 저가 생필품에 의존하는 노동자들이다. 미국에서 소비되는 많은 생활용품이 중국산이다. 이들 수입품에 관세 덤터기가 씌워진다. 과거 정부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멕시코 노동자들이 국경을 넘어도 막지 않은 이유는 저가 서비스 중단 우려 때문이었다. 이들의 월경을 막으면 지렁이가 기어다니는 골프장에서 운동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인 게 미 의원들이다.
제2차 대전 개전 초 승승장구했던 일본은 석유 공급 루트를 확보하기 위해 미국을 공격했다. 진주만 공습이다. 당시 일본의 대미 석유 의존도는 80%였다. 미국에 살짝 겁을 줘 안전한 석유 공급을 약속받겠다는 계산이었다. 분개한 미국이 핵으로 보복할 줄 몰랐던 것이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 격이다.
이런 역설적 현상은 남의 나라에서만 보이는 게 아니다. 정부가 집값 잡으려고 정책을 펼쳐놓고 있지만 아파트 가격은 미친 듯이 뛰어올랐다. 서민들을 염두에 둔 정책인데 집 많은 부자들이 수혜자가 됐다. 근로자의 생존권 보호 차원에서 최저임금을 인상했더니 고용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업자들이 폐업을 선언했다. 이번에도 피해자가 누구인지는 자명하다. ‘트럼프 역설’은 도처에 지뢰처럼 흩어져 있다.
한용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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