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18일 유해용(사진)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차관급)에 대해 공무상 비밀누설과 직권남용,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절도, 공공기록물관리법 및 변호사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유 전 연구관은 올 2월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끝으로 법복을 벗고 현재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대법원 기밀 유출 의혹을 받고 있는 유해용 전 대법원 선임재판연구관이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
검찰 관계자는 “유 전 연구관이 유출한 자료 중에는 당시 대법원에 계류 중인 사건 관련 보고서도 있는데 변호사 개업 후 해당 사건을 수임해 승소했다”고 말했다. 공무원인 법관이 재직 중 취급한 내용을 퇴직 후 활용하는 것은 변호사법 위반으로 형사처벌 대상이라는 게 검찰 판단이다.
전직 고위 법관이 검찰에 의해 ‘절도범’으로 규정돼 영장실질심사를 받게 되자 법원은 찬물을 끼얹은 분위기다. 한 일선 법관은 “드디어 올 것이 왔나 싶다”며 “참담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법원 일각에선 ‘구속 사유가 아닌데 검찰이 무리하게 영장을 청구했다’는 볼멘소리도 들려온다. 유 전 연구관은 검찰이 자신을 상대로 청구한 압수수색영장이 법원에서 ‘소명 부족’을 이유로 기각된 직후 사무실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부수고 각종 문건을 없앤 사실이 드러나 증거인멸 논란이 일었다. 그간 압수수색영장이 매번 기각된 점에 불만을 품은 검찰이 유 전 연구관에게 일종의 ‘괘씸죄’를 물은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유 전 연구관은 “해당 사건이 대법원에 접수될 당시 재판연구관으로 근무했던 것은 맞지만 전혀 관여한 바가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검찰 주장처럼 사건의 접수만으로 제가 관여한 것으로 본다면 저는 연간 2만건이 넘는 사건을 취급한 것이 돼 상식과 어긋난다”고 덧붙였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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