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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싸움에 등 터질라… 동남아 아슬아슬한 '줄타기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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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1-17 14:01:57 수정 : 2018-11-17 14: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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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셴릉, “미냐 중이냐 선택 강요”,두테르테, “중 남중국해 점유 인정” “미국이냐, 중국이냐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이 올 수 있다”(리셴룽 싱가포르 총리)

“남중국해 군사훈련으로 중국을 자극해서는 안 된다”(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미국과 중국 사이 ‘샌드위치’ 신세가 된 동남아 국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남중국해를 고리로 역내 패권 경쟁을 벌이는 미·중 사이에서 동남아 국가들이 생로 모색을 위한 줄타기 외교를 벌이고 있다.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어느 쪽의 편도 들 수 없는 눈치 보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펜스, 중 겨냥 “제국주의 설 자리 없어”...중, “미, 중 주권 존중해야”

지난 12일에서 15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정상회의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동남아 국가의 신세를 잘 보여주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 대신 참석한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과 리커창 중국 총리는 첨예한 신경전 속에 공방을 주고받았다.

펜스 미 부통령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아세안·미국 정상회담 연설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제국 그리고 침략주의가 설 자리는 없다”고 강조했다. 제국과 침략주의는 당연히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또 “역내에서 미국이 할 일은 우리의 개입이 느슨해질 경우 예상되는 공포를 지속해서 누그러뜨리는 일”이라며 “항행의 자유와 여러분 국가의 안전한 국경선 보장을 위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역내 안보 사안에 계속 개입하겠다는 의미다.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정상회담 참석차 싱가포르를 방문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AP연합뉴스
중국은 “미국은 중국의 주권을 존중해야 한다”며 즉각 반발했다.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양국은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으며 올바른 선택을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중국은 싱가포르 현지에서는 아세안 역외 국가인 미국에 대한 고립 행보를 보였다. 중국은 남중국해 문제는 역내 국가 간 문제로 미국이나 서방, 일본 등 역외 국가가 개입할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리 총리가 지난 13일 싱가포르에서 한 강연을 통해 “아세안 회원국과 중국이 합의한 남중국해 행동준칙(COC) 협상이 3년 안에 마무리되기를 바란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COC협상이 합의되면 역외 국가인 미국이 개입할 명분이 떨어진다는 것이 중국의 속내다.

중국은 한발 더 나아가 남중국해에서 아세안 회원국이 역외 국가와의 군사훈련 시 중국의 사전승인을 받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역내에서의 중국의 영향력을 최고조로 높이면서 미군을 남중국해 문제에서 배제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중국은 남중국해에서의 분쟁 방지를 위한 행동 규범 초안을 작성하는 단계에서 사전승인에 관한 내용을 명기할 것을 아세안 측에 제안했다. 초안에는 “지역 외의 국가와 합동 군사훈련을 할 경우 관계국에 사전 통보하고 반대가 있으면 실시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아세안 회원국과 미국 등과의 군사훈련에 대해 중국이 거부권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싱가포르를 방문한 리커창(왼쪽) 중국 총리가 12일(현지시간)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눈치 보는 아세안...미·중 사이 선택 강요받나?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는 지난 15일 제33차 아세안 정상회의 폐막 연설에서 “아세안이 특정 국가 또는 다른 한쪽 편에 서지 않는 것이 매우 바람직하지만, 한쪽에 서는 것을 강요받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리 총리가 언급한 ‘특정 국가 또는 다른 한쪽’은 사실상 미국과 중국을 지칭한다. 강대국 사이에 낀 동남아의 현실적인 고민을 보여주고 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도 “미국 등에 중국의 남중국해 점유를 인정하고 군사훈련을 자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필리핀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중국이 그곳(남중국해)에 있고 그것이 현실”이라며 “미국과 모든 국가는 그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동남아 국가들의 미·중간 줄타기 외교의 전형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집권 후 친중 노선을 걷고 있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중국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한 의도된 언급이라는 것이다. 필리핀은 그러나 남중국해의 중국 군사화 시도에 대해서는 중국을 경계하며 미국과의 군사 교류를 계속하고 있다.

베트남은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화 기지화 시도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터뜨려왔다. 지난 5월에도 베트남 외교부 레 티 투 항 베트남 대변인은 성명에서 중국을 겨냥해 “스프래틀리 제도 내 미사일 배치를 포함한 모든 군사활동은 베트남의 주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그동안 동남아 국가들이 해군 전력 대산 해안 경비대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해 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군이 아닌 민간 형태의 대처를 통해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실질적인 주권을 확보하는 방안일 수 있어서다. 실제로 필리핀은 2013년 해안경비대에 14척 단정과 2기 수송기를 보강했고, 3년 뒤인 2016년에는 14척 함정도 보강했다. 말레이시아도 2013∼14년 신형 단정 105척을 대대적으로 보강했다. 베트남은 8척의 해양경비함정을 40척으로 증강했고, 해군 정찰함도 37척에서 71척으로 거의 두 배 이상 강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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