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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있냐고요ㅜㅜ" 변호사도 일·가정 양립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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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2-18 18:09:40 수정 : 2018-12-18 18: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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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 들어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한 뒤 사회 각 분야에서 ‘저녁이 있는 삶’,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 등이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법조계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검찰은 여성 검사들이 출산·육아 등으로 인해 조직에서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인사 관련 규정을 대폭 손봤다. 서울고법의 40대 여성 판사가 주말도 반납한 채 출근해 판결문을 쓰다가 뇌출혈로 쓰러져 숨진 사건을 계기로 법원도 김명수 대법원장이 직접 나서 ‘일·가정 양립’을 위한 제도 개선을 공약한 상황이다.

같은 법조계 안에 있긴 해도 변호사는 검찰·법원과 달리 공무원 신분이 아닌 만큼 정부가 주도하는 것 같은 강력한 일·가정 양립 정책을 시행하긴 어려운 게 현실이다. 마침 변호사단체가 소속 회원들을 상대로 일·가정 양립 및 근무환경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해 눈길을 끈다.

지난해 12월1일 대법원 청사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오른쪽)이 새내기 여성 판사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20대 청년 변호사들 대부분 '야근의 일상화' 호소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현)는 18일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 방안을 마련할 목적으로 최근 실시한 회원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지난 10월24일부터 11월30일까지 변협 회원인 변호사들을 대상으로 온·오프라인에서 진행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과거 여성 변호사만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벗어나 가사와 육아의 공동 책임자인 남성 변호사들도 대상에 포함시킨 점이 특징이다. 응답한 변호사는 여성 588명, 여성 660명으로 총 1248명이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89.9%가 “주중 시간외 근무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시간외 근무는 주 1회(19.8%)가 가장 많았으나 주 5회 이상 시간외 근무를 해 사실상 ‘야근을 거의 매일 밥먹듯 하는’ 응답자도 18.6%나 됐다.

성별로 살펴보면 “주 3회 이상 시간외 근무를 한다”고 응답한 변호사의 비율은 남성이 여성에 비해 높았다. 연령대로 보면 “주 5회 이상 시간외 근무를 한다”고 답한 변호사의 비율은 20대가 34.7%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두드러지게 높았다. 아무래도 법조계 경력이 짧은 20대 청년 변호사들이 생계유지를 위해, 또는 실무를 배우느라 야근을 일상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변호사들의 잦은 야근은 결혼 시점이 늦어지는 데에도 일정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조사 결과 미혼 변호사는 기혼 변호사에 비해 주 3회 이상 시간외 근무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로펌 구성원들 "저녁 있는 삶이라고요?"

변호사들한테 ‘저녁이 있는 삶을 영위하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보통”이라는 응답이 34.2%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아무래도 긍정적인 응답(23.3%)보다 부정적인 응답(42.5%)이 더 많았다.

‘저녁이 있는 삶’을 영위하는 정도를 5점 만점으로 환산했을 때 2.68점으로 보통 수준에 머물렀다. 연령별로는 20대가 가장 낮게 나타났다. 또 기혼에 비해 미혼이, 자녀가 있는 경우보다 없는 경우가 ‘저녁이 있는 삶’을 영위하는 정도가 더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저녁이 있는 삶’을 영위하는 정도를 경력별로 살펴보면 3년차 미만(2.49점)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갓 법조계에 입문한 청년 변호사들이 실무를 배우느라, 또는 생계유지 때문에 야근을 자주 하면서 ‘저녁이 있는 삶’을 거의 누리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업무량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대형 법무법인(로펌)에 다니는 변호사들은 ‘저녁이 있는 삶’ 지수가 5점 만점에 1.79점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됐다. 대형 로펌은 소속 변호사 수도 많고 대기업이 연루된 형사사건이나 액수가 큰 대규모 계약건처럼 변호사 여러 명이 달라붙어 처리해야 할 복잡한 사건을 주로 수임한다.

변협 관계자는 “대형 로펌 변호사의 경우 저녁 시간을 거의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번에 변호사들이 응답한 내용은 이화사회과학원 성민정 박사의 보다 정밀한 분석을 거쳐 변호사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심포지엄의 정책제안 기초자료로 쓰일 예정이다. 심포지엄은 내년 1월15일 변협 산하 일·가정양립위원회와 여성특별위원회의 공동 주최로 열린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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