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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관 연결 불량·가스누출경보기 없어…반복되는 숙박시설 사고

입력 : 2018-12-18 21:59:33 수정 : 2018-12-19 00:5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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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펜션 고교생 참변… 또 人災인가 / 새벽 3시까지 인기척 있었는데 / 오후1시 거품 물고 구토상태 발견 / 경찰 “일산화탄소 정상 8배 측정” / 보일러 LP가스 실내로 유입 추정 / 학교에 체험학습 신청한 후 여행 / 펜션 주인, 보호자 1명과 통화만 / 학부모들 병원 찾아가 망연자실 / 유은혜 교육 "피해자 지원 도울것"
“하늘이 무너지는 것처럼 가슴이 찢어집니다.”

18일 강원 강릉에서 참변을 당한 서울 대성고 학생들의 부모는 충격과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사고 치지 말라”, “다치지 말라”, “조심해서 다녀오라”며 신신당부했던 부모들은 아들의 사고 소식에 억장이 무너졌다.

학부모들에 따르면 2∼3학년 때 동고동락하며 친하게 지낸 학생 10명은 2박3일 일정으로 전날 강릉을 찾았다. 수능이 끝나고 대입 결과가 나오기 전 약간 한가한 틈을 타 스트레스도 풀고 바람도 쐴 겸 선택한 곳은 강릉이었다.

응급실 찾은 가족들 18일 강원 강릉시 사천면 강릉아산병원 응급의료센터를 찾은 펜션 사고 학생의 어머니가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학부모 B모(47)씨는 인터넷 기사를 보고 아들에게 무슨 일이 생겼음을 직감했다고 했다. 그는 “강릉에서 학생 10명이 숨지거나 다쳤다고 해서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고 말했다. 그의 아들은 현재 병원에서 고압산소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전날 오후 3시45분 펜션에 입실한 대성고 학생 10명은 오후 7시40분쯤 바깥에서 고기를 구워 저녁을 먹었다. 이후 이날 오전 3시까지 학생들 움직임이 파악됐다. 업주가 중간 점검차 방문하는 과정에서 쓰러져 있는 학생들을 발견했다. 펜션 주인은 학생들만 펜션을 찾아 피해 학생 중 한 명의 부모와 통화한 뒤 숙박을 허용했다.

사고가 난 건물은 2014년 준공 이후 게스트 하우스로 사용되다 수리해 지난 7월 농림축산식품부에 의해 농어촌민박으로 지정돼 영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 펜션의 보일러 배관은 정상적으로 연결되지 않은 채 어긋나 있고 가스누출경보기도 없는 것으로 확인돼 인재 사고 가능성이 제기된다.

사고 원인 추정 보일러 시설 18일 강원 강릉시 저동 A펜션에서 고등학교 3학년 남학생 10명이 숨지거나 의식을 잃은 채로 발견됐다. 사진은 사고가 난 펜션 전경과 사고 원인으로 추정되는 LPG(액화석유가스) 보일러 시설물의 모습.
A펜션 소개 페이지 캡처
LP가스 배관 등 현장 조사 18일 사고가 난 강원도 강릉 펜션 사고 현장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이 감식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연통 점검 18일 오후 강원 강릉시 저동 A 펜션 2층 발코니에서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이 가스보일러 연통을 살피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경찰은 사고 현장을 감식하는 과정에서 1.5 높이 가스보일러와 배기구를 연결하는 연통이 제대로 연결되지 않은 상태를 확인했다. 펜션 2층 발코니 끝쪽 보일러실에 놓인 가스보일러의 연통은 실내에서 실외로 빠져나가는 구조다. 경찰은 “가스보일러 배관과 배기구를 연결하는 연통이 서로 어긋나 배기가스가 외부로 배출되지 않아 사고로 이어졌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시설 설치 기준을 좀 더 확인해 봐야겠지만 육안상으로는 가스누출경보기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언급했다.

부상 학생 7명 중 5명은 강릉아산병원서, 나머지 2명은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강희동 강릉아산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장은 “현재 3명과 2명으로 나눠 고압산소치료 중이며 처음 병원에 도착할 때보다 경미하게 호전돼 1명은 자기 이름을 말했다”며 “사망자가 있는 것을 보면 집중적으로 가스에 노출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긴급 이송 18일 강원 강릉시 저동 A펜션에서 구급대원들이 사고를 당한 학생을 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해 구급차로 옮기고 있다. 이날 A펜션에서는 고등학교 3학년 남학생 10명이 숨지거나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강릉=연합뉴스
강릉 아산병원 응급의료센터에서 치료를 받던 학생이 고압산소치료센터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사고를 놓고 수능 이후 학교 현장에서 고3 수험생 관리의 어려움과 무관치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오랫동안 입시준비 중압감에 시달려온 수험생들은 수능이 끝나면 정신적으로 풀어지는 경향이 높다. 여기에 기대만큼 성적이 안 나오면 좌절감을 느끼기도 한다. 고3 담임교사마다 수능 이후 학생들의 입시지도뿐 아니라 생활·정신관리에 신경을 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아무리 체험학습 취지가 좋다 해도 ‘안전 담보’가 최우선 조건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수능을 막 끝낸 학생 10명만 멀리 여행을 가게 한 학교측의 판단이 아쉽다”며 “근본적으로 수능 이후 고3 수험생들이 교내외에서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방안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날 오후 9시 강릉시 농업기술센터에서 관계기관 긴급대책회의를 열었다. 회의에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이개호 농식품부 장관을 비롯해 경찰청, 소방청, 강릉시, 가스안전공사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정부는 피해자 지원을 위한 대책 마련을 위해 의견을 나눴다. 1인당 300만원 내 의료지원과 1인당 500만원 내 장례지원, 임시·합동분향소 운영 등을 검토했다. 펜션 인허가 절차와 안전 관리 이행 여부 등을 확인하고, 강원도 내 펜션 안전 상태를 일제 점검하는 등 추가 피해 방지 대책도 추진하기로 했다.

강릉=박연직 선임기자 repo2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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