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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간식을 좀 살까 싶어 주위를 둘러보던 참이었다. 나는 상점가 한복판에 제법 오래 멈춰 있었다. 건물 외벽에 빼곡한 간판과 포스터, 보도를 절반쯤 점령하다시피 한 입간판들 때문이었다. 너무 많다. 나는 질린 기분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저게 뭐든 다 너무 많다고.

 

작은 횡단보도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는 베이커리만 세 개, 그중 두 개는 대기업 브랜드라 건물 한 층을 통째로 쓰고 있었다. 팥과 버터를 넣은 호두과자 전문점과 다코야키 가게는 포장 전문이라 가게가 작은 대신 출입구가 커다랬다. 종류가 오십 개는 너끈히 넘는데도 계절마다 신메뉴가 나오는 와플 가게와 구움과자 가게, 꾸덕꾸덕한 치즈 케이크를 시그니처로 밀고 있는 케이크 가게도 있었다. 유행이 끝난 탕후루 가게는 대부분의 메뉴에 품절을 걸어놓고 홍콩식 디저트를 팔았다. 도넛 가게가 두 개, 햄버거와 피자와 치킨집은 헤아리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샐러드 가게와 함께 들어선 요거트 아이스크림 가게들은 간판만 조금 다를 뿐 메뉴가 전부 같았다. 미국식 샌드위치와 멕시코식 샌드위치, 닭강정에 이르기까지 도무지 끝이 나질 않았다. 이 모든 것이 한 블록 안에 들어있다는 사실은 무서울 정도였다. 왜냐하면 이렇게 또 한 블록이, 그다음 블록이 계속해 이어지기 때문이었다.

 

튀긴 빵. 무엇도 사지 못한 채 거리를 서성이며 나는 그것을 떠올렸다. 어린 시절 엄마와 함께 재래시장에 가는 날이면 꼭 사 먹던 그것. 기름에 튀겨낸 표면이 거친 빵을 반으로 갈라 채 썬 양배추와 어슷썰기한 오이를 끼워 넣은 케첩 범벅의 빵 말이다. 비닐랩으로 단단히 감싼 그것의 이름이 왜 고로케였는지 모르겠으나 모두가 그렇게 불렀다. 나는 성인이 된 뒤에도 한동안 크로켓 하면 그것을 떠올렸다. 나의 엄마는 군것질거리를 자주 사주는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꽈배기 가게에서 파는 고로케만큼은 예외였다. 평소 잘 먹지 않던 야채가 듬뿍 들어가 있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엄마를 뒤쫓느라 바쁜 와중에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고로케를 베어먹었다. 앞장서 걷던 엄마의 새까만 뒤통수와 나를 꽉 붙든 손, 늘 조금씩 젖어있던 시장 바닥과 소쿠리마다 빙글빙글 나선을 그리며 쌓여 있던 과일들. 시장을 빠져나올 즈음에 내 양손은 온통 케첩 범벅이었다. 당시의 기억은 고로케를 다 먹어치운 뒤에도 사라지지 않고 내 안에 남았다.

 

나는 각기 다른 간판을 내걸고 있지만 내부는 크게 다르지 않은 가게들 사이로 걸었다. 통유리창과 당기시오 팻말이 붙은 출입구, 키오스크와 고만고만한 테이블들이 요거트 가게에도 도넛 가게에도 샌드위치 가게에도 있었다. 얼마 전 문을 닫은 컵과일전문점은 어느 틈엔지 내부가 텅 비어 있었다. 뜯겨나간 시설들의 빈 그림자가 실내 여기저기 얼룩처럼 남았다. 저 자리에 이번엔 뭐가 들어오게 될까. 저렇게 쉽게 만들어지고 더 쉽게 뜯겨나가는 자리에 한 줌이나마 기억이 자리 잡을 틈이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같은 자리를 빙빙 돌았다. 몇 번을 살펴봐도 도무지 들어갈 수 있는 가게가 없었다.

 

안보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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