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 대기업 고용 관행 ‘도마 위’ 올라…대응 주목
택배업계에서 ‘가짜 3.3 계약’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겉으로는 개인사업자 계약처럼 꾸미지만, 실제론 노동자를 근로자로서의 권리에서 배제하는 위장 고용 관행이 만연하다는 지적이다.

여당은 주요 물류기업을 대상으로 정부 차원의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가짜 3.3, 대형사 전수조사 시급”
18일 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산재예방TF 단장인 김주영 의원(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간사)은 지난 17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에도 불구하고 택배업계에 가짜 3.3 계약이 여전히 만연하다”며 전수조사를 촉구했다.
김 의원은 “CJ대한통운과 한진택배가 공개한 모집 공고를 보면 가짜 3.3 계약 구조가 확인된다”며 “이들 대기업과 계약을 맺은 택배 영업점, 분류작업 위탁 용역업체 상당수가 여전히 노동자에게 가짜 3.3 계약을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불법 파견의 가능성마저 배제하기 어렵다”며 강력한 근로감독을 요구했다.
◆‘가짜 3.3 계약’ 뭐길래?
이른바 가짜 3.3 계약은 기업이 노동자를 정규 근로자로 고용하지 않고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계약을 맺어 소득세 3.3%만 원천징수하는 방식이다.
겉으로는 세율이 낮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노동자가 산재보험과 고용보험,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에서 배제된다.
산업재해가 발생해도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으며, 치료비와 생계비 부담이 고스란히 노동자 개인에게 전가되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이를 “사용자가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위장 고용”이라고 규정한다.
특히 택배·물류업처럼 장시간 노동과 재해 위험이 높은 업종에서 사회적 안전망을 외면하는 것은 단순한 꼼수를 넘어 생명과 직결된 문제라는 지적이 크다.
대조적으로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는 지난해 일용직 인원을 100% 직접 고용해 4대 보험을 적용했다. 이는 고용노동부 근로감독 이후 이뤄낸 성과다.
김주영 의원은 “쿠팡은 제도 개선을 통해 직고용으로 전환했지만, CJ대한통운과 한진은 여전히 가짜 3.3 계약을 방치하고 있다”며 “산재 발생 시 노동자 보호 장치가 전무한 상태를 사실상 용인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치권·정부, 대응 모드 전환하나?
김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CJ·한진 등 주요 택배업계 전수조사 △가짜 3.3 계약 사업장 시정명령·행정처분 △불법파견에 대한 법적 조치 △피해 노동자 법률·행정 지원 강화 등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근 “그동안 보호받지 못한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권리를 보장하겠다”며 “가짜 3.3 계약을 포함한 불법적 고용 관행에 대한 현장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실제 조사 착수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 “구조적 개선 없인 근본적인 해결 어려워”
노동·법률 전문가들은 정부가 단순한 현장 점검을 넘어 구조적 원인을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노동법 전문가는 “가짜 3.3 계약은 개인사업자 간의 자유계약처럼 포장되지만, 실질은 노동자 지휘·감독 관계에 놓인 전형적 근로자”라며 “대체 불가능한 업무와 정해진 근무시간, 장소가 있다면 근로자성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런 불공정 계약은 사회 안전망을 붕괴시키는 심각한 문제”라며 “정부는 위장도급·불법파견에 대해 엄정하게 법을 적용하고, 실효성 있는 처벌과 함께 피해 노동자에 대한 법률적·행정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택배업계는 최근 인력난과 비용 절감을 이유로 ‘비정규·간접 고용’에 의존해 왔다.
그러나 산업재해 위험이 높은 특성상, 가짜 3.3 계약은 단순히 기업의 비용 문제를 넘어 사회적 리스크로 비화할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과 정부의 압박 속에서 대형 택배사가 제도 개선에 나설지, 아니면 현행 구조를 유지하다가 법적·사회적 충돌에 직면할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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