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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없이 한 채 뚝딱… 도편수 집념 잇는다 [밀착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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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1-02 08:00:00 수정 : 2025-11-01 18:33:01
청주=글·사진 이제원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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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건축물 ‘최고 목수’ 이연훈 대목장 기능보유자

추수가 한창인 가을 들녘과 홍시가 주렁주렁 매달린 감나무가 반겨주는 충북 청주시 청원구 북이면 조용한 시골길을 따라 들어가니 “뚝딱 뚝딱” 나무망치 소리가 산맥을 타고 울려 퍼진다.

충청북도 무형 유산 제23호 대목장(大木匠) 기능보유자인 이연훈 대목장이 충북 청주시 청원구 북이면 작업장에서 망치를 이용해 나무를 끼워 맞추는 이음과 맞춤 작업을 하고 있다.

충청북도 무형 유산 제23호 대목장(大木匠) 기능보유자인 이연훈 대목장이 새로운 작업에 쓰일 목재의 대패질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대목장’은 우리의 전통 가옥을 짓는 과정에서 재목을 마름질하고 다듬는 기술 설계는 물론 전체 건물 공사의 감리까지 겸하는 목수로서 궁궐, 사찰, 군영 시설 등을 건축하는 ‘도편수’를 가리킨다. 대목장은 문짝, 난간 등의 목공일을 하는 소목장과는 구분이 되는 명칭으로 기왓장, 드잡이, 석장, 미장이, 단 청장 등과 함께 전통한옥 방식의 건물을 짓는 총책임자를 의미한다.

충북 괴산군 출신인 이연훈(68) 대목장은 18세에 동네 형으로 지내던 대목장 보유자 고(故) 신재언 스승에게 목수 기술을 배워 충주 정심사 공사에 참여하며 목수보로 본격 활동을 시작해 50년째 전통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소중한 문화유산 보수뿐 아니라 전통한옥 건축에도 뛰어난 솜씨로 이수자 전승교육과 일반인 교육을 통해 전통 기술을 전승하는 데 애쓰고 있다.

대목 주문이 들어오면 이연훈 대목장이 작업에 적합한 자연 건조된 소나무를 선택해 길이와 폭을 측정한다.
작업에 선택된 통나무를 재단한 이연훈 대목장이 대패질로 나무를 평평하게 만들고 있다.

이연훈 대목장은 1991년 문화재수리기능자 자격을 취득하고 다수의 문화재 보수와 전통한옥건축에 참여했다. 청주 복천암 대웅전, 제천 덕주사 요사채, 서울 천간사, 공주 마곡사 템플스테이 한옥 신축은 물론 음성 잿말 고택, 보은 향교, 회인 향교, 청주 동헌 등 전통 문화재 건축공사에 참여했다. 세종대왕이 치료를 위해 1444년 청주에 행차해 121일간 머문 역사기록에 기초해 복원한 청주 초정행궁의 복원 사업도 그의 손을 거쳤다.

대목 작업장 부근에 근사한 한옥집이 눈길을 끈다. 이연훈 대목장의 아들이 두 살 되었을 때 하나하나 공들여 직접 시공한 것이다. 당시 절을 짓던 그의 기술이 담겨있어 일반 한옥가정집보다는 사찰의 느낌이 많이 풍긴다. 그는 자신의 집을 보여주며 나무의 중요성에 대해 얘기한다. 나무로만 짓는 집인 만큼 골격을 만드는 원자재의 쓰임이 한옥건축의 전부를 결정한다는 말이다. “한옥집 한 채 짓는 데 수백, 수천 개의 크고 작은 목재가 들어가요. 좋은 나무로 가공한 목재의 결합이 단단하게 이루어져야 하죠. 그렇기에 나무를 고르는 게 제일 중요해요.”

이연훈 대목장은 ‘못을 사용하지 않고 나무를 깎아 홈을 내고 맞춤 조립하는 기법을 중시하며 특히 ‘배흘림기둥’ 같은 곡선미를 살리는 방식의 전통적인 기법을 훌륭하게 구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평평하게 대패질을 마친 나무에 이연훈 대목장이 크기에 맞게 먹매김 작업으로 수치를 재고 있다.
평평하게 대패질을 마친 나무에 이연훈 대목장이 크기에 맞게 먹매김 작업으로 수치를 재고 있다.
못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대목 작업은 나무를 끼워 맞추는 이음과 맞춤 작업으로 이루어진다.
이연훈 대목장이 맞춤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국민의 소중한 문화재인 국보 1호 숭례문이 화재로 타들어 가는 뉴스를 보며 너무 안타까웠어요.” 600여 년을 지켜온 숭례문을 건축하고 보존하는 데 수많은 사람들의 정성과 땀이 들어갔을지 그 누구보다 잘 알기에 더 큰 아픔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우리 전통 방식의 건축물이 후대에 이어지는 데 내가 가진 기술을 전수하는 것이 제 역할이고 사명이죠. 착실한 이수자 5명이 열심히 배우고 있어 든든해요.”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 오전 작업을 마친 대목장이 옷에 붙은 나무 먼지를 손으로 털어내며 환한 미소를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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