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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의 함정, 통일교 ‘입당’ 논란에서 배우는 교훈 [종교 칼럼]

입력 : 2025-11-14 15:02:21 수정 : 2025-11-14 15:02:21
정성수 종교전문기자 hulk198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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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경향신문이 단독 보도로 전한 ‘국민의힘에 통일교인 2000여 명 집단 입당’ 제하 기사와 일부 블로그 및 언론에서 회자되는 특검의 각기 다른 수치 발표 사이의 격차는 우리 사회가 사법기관과 언론의 보도 태도를 얼마나 비판적으로 바라봐야 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 신문에 따르면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2023년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입당한 통일교인을 공소장에서 2000여 명으로 특정했다. 앞서 특검은 국민의힘 DB 관리업체 압수수색을 통해 ‘통일교인으로 추정되는 당원 11만 명’의 명단을 확보했다고 언론에 밝혔다. 언뜻 보면, 수치 자체는 사실 검증의 산물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여러 의문이 제기된다.

 

첫째, 수치 간의 괴리다. 극명히 차이 나는 11만 명과 2000여 명이라는 숫자가 같은 사건에서 동시에 나타났다. 특검은 전당대회 시기에 입당한 교인만 추린 것이라 하지만, 구체적 분석 기준과 필터링 과정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 11만 명 중 누가 언제 가입했는지, 실제 정치적 영향력이 있었는지, 이 숫자가 어떤 방식으로 도출됐는지는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불투명한 방식은 수사기관 발표 수치를 그대로 사실처럼 받아들인 언론 보도와 결합할 때 특정 집단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강화할 위험을 내포한다.

 

둘째, 언론의 수용 태도다. 경향신문을 포함한 일부 언론은 특검 발표를 그대로 받아쓰며 ‘집단 입당’이라는 자극적 표현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러나 블로그 등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윤영호 전 가정연합 본부장이 각 지구별로 ‘숫자만 보고하라’는 지침을 통해 입당원서를 관리했다는 정황, 실제 국민의힘 자체 조사에서 집단 입당 규모가 3500명 선이라는 주장 등은 보도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 즉, 언론이 수사기관 발표를 무비판적으로 받아쓰면서, ‘수치 그 자체’가 마치 확정된 사실인 양 독자에게 전달되는 문제를 낳은 셈이다.

 

셋째, 피해 가능성이다. 통일교 교인 개개인이 실제로 당원 가입을 자발적으로 했는지, 특정 정치적 목적에 연루되었는지 등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그런데 ‘집단 입당’이라는 프레임이 공론화되면, 교인과 교단 전체가 부당한 낙인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정당 내부에서 특정 수치로 영향력 행사를 논하는 과정이 있었다고 단정하기에는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며, 수치 자체의 정확성도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논란은 더 나아가 우리 사회의 ‘사실과 해석’ 사이 경계가 얼마나 쉽게 흐려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수치 하나만으로 여론이 형성되고, 특정 집단의 이미지를 손상시키며, 정치적 논쟁의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은 심각하다. 수사기관의 발표와 언론의 보도 행태가 사회적 인식을 얼마나 쉽게 형성하고, 특정 집단의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는 현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수치가 천양지차로 다른데도 언론이 이를 아무런 비판 없이 보도하는 행태는 사법적·언론적 책임의 공백을 드러낸다. 민감한 사안에서는 수사기관과 언론 모두 한층 더 엄격한 책임감과 신중함을 가져야 한다.

 

정성수 종교전문기자

특검은 수사 결과를 발표할 때, 수치의 근거와 분석 방법, 한계를 투명하게 밝힐 책임이 있다. 언론 역시 단순한 ‘속보 경쟁’에만 매몰되지 않고, 수치와 사실관계의 한계를 함께 전달하며, 수용할 것은 수용하고 비판할 것은 과감히 비판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 누구도 억울한 피해를 당하지 않을 수 있다. 그것이야말로 언론 본연의 사명일 것이다. 시민사회 역시 수사기관과 언론이 전하는 정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항상 ‘의문을 던지는 독자’의 위치를 유지해야 한다.

 

숫자는 단순한 계산 값이 아니다. 그것이 전달되는 방식과 맥락, 그리고 사회적 영향까지 고려해야 한다. 이번 통일교 집단 입당 논란은 우리 사회에 ‘수치와 사실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중요한 경고를 남긴다. 숫자 하나가 사람과 집단의 평판을 좌우할 수 있는 시대, 우리는 더 신중하고, 더 비판적인 시선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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