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우트 과거 40만명서 현재 3만명
자연 속에서 배려하고 협동하는 교육
AI시대 창의성 갖춘 인재 양성에 적합
청소년·기업은 내일을 내다봐야 성공
미래세대 교육 함께할 수 있어 큰 행운
지난달 27일 이찬희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를 서울 여의도 연맹회관 집무실에서 만났다. 대한변호사협회장 시절인 2019년 2월 인터뷰를 했으니 6년 만의 재회다. 청소년단체 수장으로 다시 만난 이 총재의 얼굴에는 스카우트가 천직인 양 생기가 넘쳤다. 그가 행동하고 생각하는 삶은 늘 긍정적이다. 궁금증이 생기면 풀어야 직성이 풀린다고 한다. 지금도 법무법인에 몸담고 있는 법조인이지만 바리스타·사케 소믈리에 자격증 등 다채로운 이력은 이런 성격에서 나왔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삼성준법감시위원장도 맡고 있어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판이다.
스카우트 단복 차림으로 인터뷰에 응한 그는 “청소년들의 꿈과 희망을 키워 주는 게 우리의 책임”이라며 “정부·지방자치단체의 청소년에 대한 지원은 미래에 대한 투자라는 생각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2022년 창립 100주년을 맞은 한국스카우트의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는 것도 나의 역할”이라고 했다.
―스카우트에 발을 디딘 계기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까지 보이스카우트로 활동한 평생회원이다. 40년 전 일이지만 몸속에는 스카우트의 피가 흐르고 있다. 2021년 2월 변협 회장을 마치고 3월부터 지금까지 법무법인 율촌 상임고문으로 일하고 있다. 그러던 중 새만금 세계잼버리 유치과정에서 탈북민 자녀들이 다양한 국가의 친구들과 야영을 하며 우정을 나누는 경험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북한법을 전공했으니 법률적 조언이 필요할 것 같다는 전임 총재의 제안에 부총재를 수락한 것이 계기가 됐다. 세상은 우연 같지만 어찌 보면 필연인 셈이다.”
―총재 자리가 무보수 명예직이지 않나.
“그렇다. 여기는 총재뿐만 아니라 모든 지도자가 무보수이다. 퇴직 후 연금으로 생활하거나 생업을 던져놓고 팔을 걷어붙인 지도자까지 다양하다. 경제적으로 손해를 본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정신적으로 느끼는 만족감은 그에 비할 바가 아니다. 스카우트연맹이 창립할 당시에는 대통령이 명예총재, 국무총리가 총재를 맡은 적도 있다. 아시아의 많은 국가는 아직도 대통령·총리가 총재를 맡은 곳이 상당하다. 정치인이나 행정관료가 총재를 맡다가 기업인이 맡기 시작한 것도 얼마 되지 않았다. 오히려 ‘법조인’ 출신으로 처음이라는 타이틀을 단 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스카우트가 당면한 어려움은 무엇인가.
“과거 학교마다 스카우트를 유지할 때는 40만명에 달했다. 지금은 3만명이다. 지도자가 1만명, 대원 수가 2만명 정도다. 성적 우선주의 영향이 크다. 과거에는 초·중학교까지는 스카우트 활동을 하다가 입시준비에 나섰다. 지금은 유치원, 초등학교 때부터 입시전쟁이다. 여기에 절대적인 인구 부족도 원인이다. 과거 1세대가 120만명이던 게 요즘은 30만명에 불과하다. 우리뿐만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유럽, 미국 등도 학교가 아닌 지역사회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한국도 변화 과정에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3년간 집합금지로 모든 행사가 중단된 충격이 컸다.”
―지금은 달라지고 있나.
“물론이다. 스카우트 운동은 단순한 지식 습득을 떠나 자연 속에서 상대를 배려하고 협동하는 인간교육이다. 10월 말 11월 첫주 2주에 걸쳐 2박3일간 금·토·일 상급지도자 과정 훈련을 받은 적이 있다. 그곳에서 지도자가 되겠다며 비박, 야영지 만들기 활동 등에 자녀와 함께 참여하는 부모가 많아서 놀랐다. 과거 암기·성적 위주의 일은 이제 인공지능(AI)이 다하고 있다. AI 시대엔 창의적이고 인성을 키운 사람이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부모님들이 느끼는 것 같다. 활동이나 행사 참가비, 제복 등 비용이 일부 필요하지만, 현재 사교육비와 비교하면 큰 부담은 되지 않는다.”
―세계, 한국, 지방대회 등 연간 수십 개 행사 부담이 크지 않나.
“지도자 모두 자원봉사이다 보니 강사진 비용이 없다는 게 강점이다. 문제는 학생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지방이다. 각 지방연맹 밑에 협의회와 지부가 있지만, 지금은 명맥을 유지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자연스럽게 통폐합되지 않을까 싶다. 지방자치단체나 지방교육청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지자체장이나 교육감의 청소년 정책에 대한 생각에 따라 지원이 다르다. 독자적으로 행사가 어려운 곳은 권역별로 모아서 하는 것도 필요하다.”
―5월과 10월 일본과 대만스카우트연맹 최고훈장을 받았다.
“외국 스카우트 지도자들에게 주는 최고훈장인 사쿠라 금장과 녹옥장성장을 받았다. 영광스럽고 감사한 일이다. 한국스카우트연맹이 그동안 국제 스카우트 운동에 기여한 노력이 인정받은 결과라 생각한다. CJK 스카우트라는 게 있다. 한국, 일본, 대만(중국 제외) 스카우트가 연합을 구성해 다양한 교류와 뉴스포럼을 갖는다. 코로나 시기 단절됐다가 내가 취임 후 재건을 위해 노력했다.”
―2023년 새만금에서 열린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는 어떻게 보나.
“지난해 8월 이집트 세계 스카우트연맹 정기총회와 올해 10월 대만 아·태 정기총회에서 만난 외국지도자의 평가는 달랐다. 새만금 세계잼버리는 훌륭하게 치러졌다는 게 한결같은 평가다. 당시 해충과 화장실, 고온 등 여러 문제점을 노출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새만금 직전 미국과 일본에서도 세계잼버리가 있었지만 우리보다 열악했다고 한다. 잼버리의 의미가 야외에서 축제를 즐기는 것이다. 힘든 자연환경을 극복하는 것도 교육이다. 오히려 일부 국가에서는 먼저 야영장을 떠난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컸다고 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였나.
“1991년 고성 세계잼버리는 스카우트연맹을 중심으로 정부·지자체가 지원했다면 새만금은 반대였다. 지자체가 주도하고 연맹은 이렇다 할 역할을 하지 않았다. 8월 행사인데 2월에서야 조직위원회 공동위원장에 합류한 것도 문제였다. 청소년·민간단체 활동은 전문가에 맡기는 게 맞다. 코로나19도 영향을 미쳤다. 통상 잼버리 1년 전에 프리젬버리를 열어 문제점을 개선해야 하는데 그걸 못했다. 잼버리를 1년 연기하자는 얘기도 있었지만, 세계연맹에서 밀어붙였다. 이젠 소모적 공방은 접어야 한다.”
―삼성준법감시위원장과 스카우트와의 연관성은.
“평생 법조인으로 살아왔다. 법조인은 과거지향적이다. 과거의 법률과 판례를 해석해 거기에 맞게 현재를 재단하는 역할을 한다. 현실과 뒤떨어져 변화의 끝자락에 가서야 바뀐다. 기업은 미래를 바라봐야 한다. 과거의 기술로 내일을 생각할 수 없는 이치다. 스카우트 역시 미래를 내다본다. 창의적 청년이 이끌어가는 세대를 꿈꾼다. 미래지향적이라는 점에서 보면 연관성이 있다고 본다.”
―다채로운 경력 탓에 정치하라는 얘기 듣지 않나.
“많이 듣는다. 정치 생각은 전혀 없다. 제대로 된 정치는 창의적으로 성장한 사람에게서 나온다. 올바른 인물을 키우는 게 바로 청소년 교육이다. 정치적 후원은 늘 부패의 위험성을 갖기 마련이다. 정치한다고 후원을 요청하면 주저할 사람이 많은 이유다. 하지만 연맹 총재 자격으로 도움을 요청하면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명분 때문에 선뜻 거절하기 힘들다. 청소년 육성에 함께할 수 있는 것만으로 개인적으로 큰 행운이자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내년 8월 한국 잼버리도 국제행사로 열리나.
“그렇다. 보통 세계잼버리는 4만∼5만명이 참가한다. 크고 작은 잼버리 대부분은 방학에 열린다. 대원 연령이 보통 14∼17세인데 4년에 한 번 열리기 때문에 행사가 많아도 산술적으로 한두 번도 참여하기 힘들다. 그러다 보니 각 나라에서 열리는 잼버리에 참가하겠다는 대원의 신청이 줄을 잇는다. 이번 한국잼버리에도 20개국에서 3000여명이나 신청했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정부·지자체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현장을 생각하지 않고 책상 앞에서 만든 정책으로는 청소년의 미래를 설계하기 힘들다. AI 시대를 맞아 틀에 박힌 청소년 정책에 대한 획기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내년 고성에서 열리는 한국잼버리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의 예산 지원도 요청할 생각이다. 정부와 지자체, 국회가 청소년 문제와 스카우트 활동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국가나 지자체 예산이 필요한 곳이 많겠지만, 청소년에 대한 지원은 단순히 한국스카우트연맹 후원이라기보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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