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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생소하고 불편"… 길 잃은 도로명 주소

입력 : 2014-04-14 19:31:54 수정 : 2014-04-15 02: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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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 3개월… 본지 설문조사 직장인 김모(31·여)씨는 지난 4일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입한 구두 배달을 기다리다 짜증이 팍 났다. 택배기사가 “내비게이션에 찍히지도 않는 주소로 어떻게 배달을 하라는 거냐”며 몰아붙였기 때문이다. 문제는 새로 도입된 도로명 주소였다. 김씨는 1월 1일 시행한 도로명 주소를 배달처로 써 넣었는데, 택배기사의 내비게이션에선 위치가 표시되지 않았던 것이다. 김씨는 “배송 업체와 10분간 승강이를 벌였다”며 “주소 문제로 이렇게 열받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안전행정부는 1997년 도로명 주소를 도입하기로 한 뒤 2011년 7월29일부터 지번주소와 도로명 주소를 병행해서 사용토록 했다. 도로명 주소가 위치찾기에 편리하고 국가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올해부터는 전입, 출생, 혼인, 사망신고 등 공공기관 업무 처리 시 도로명 주소를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도로명 주소를 단독 법정 주소로 공표한 지 3개월을 훌쩍 넘었는데도 국민들은 여전히 도로명 주소 사용을 기피하고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일보가 10일부터 3일간 성인 남녀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자신의 집 새 도로명 주소를 알고 있다고 답한 사람은 전체 중 29명에 불과했다. 과거 지번 주소를 정확히 안다고 답한 사람(84명)의 3분의 1 수준이다. 전체 응답자 중 도로명 주소를 활용해 길을 찾아본 사람은 12명에 그쳤다.

새 주소의 사용빈도는 무척 낮았다. 3월 한 달간 응답자의 평균 도로명 주소 사용 횟수는 1.43회였다.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는 사람은 42명이나 됐다. 같은 기간 1∼2회 사용했다는 사람은 41%, 3∼5회라고 답한 사람은 12%로 전체의 95%가 도로명 주소를 지난 한 달간 5회 미만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새 주소 사용 이유도 공무를 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사용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도로명 주소를 사용하는 이유에 대한 질문(복수응답)에 39%는 주민등록 갱신 등 공공기관 업무 처리를 이유로 들었다. 이어 32%가 우편물을 보내기 위해, 26%가 온라인 홈페이지에 가입하기 위해 도로명 주소를 사용했다고 답했다. 지도를 검색하기 위해서나 도로명 주소의 편리성 때문에 자발적으로 사용했다는 응답은 각각 6%와 2%에 불과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도로명 주소 개발을 위해 40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정작 사용률을 높이기 위한 홍보는 소홀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안행부는 올해 도로명 주소 홍보에 14억500만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안행부 관계자는 도로명 주소 사용률이 낮은 것에 대해 “주소를 직접 사용할 일이 많지 않다 보니 활용도가 낮아 보이는 것”이라며 “스스로가 자신의 주소에 대해 궁금해하고 관심을 갖는 태도가 필요하다. 주소 정착의 일정 부분은 국민의 몫”이라고 말했다.

정선형 기자 line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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