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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울리는 ‘참여프로그램’

입력 : 2009-10-12 13:08:48 수정 : 2009-10-12 13: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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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만 '쏙' 빼가고 활동비는 '꿀꺽'
'취업준비생 스펙쌓기' 심리 악용 얌체 상술
"이력서에 한줄 보태려다 시간만 허비" 씁쓸
#1지난 3월 대학생 A(22·여)씨는 ‘한국을 일본에 알릴 수 있는 여대생을 선발한다’는 광고에 응모해 뽑혔다. 1개월간 칼럼 기사를 인터넷 카페에 게재하면 취재증과 명함을 발급하고 매월 활동비로 12만원을 준다는 조건이었다. 취업 이력에 도움이 될 듯싶어 열심히 기사를 썼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나도록 업체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함량 미달’로 통보받은 그의 기사는 얼마 후 인터넷에 무단으로 올려졌다.

#2대학생 B(25)씨는 지난해 모 기업에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아이디어 공모전에 참여했다. 미래의 직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출한 B씨는 동상을 받았지만 기업에서 지급하겠다던 상금과 상품은 전달되지 않았다. 업체 홈페이지는 폐쇄된 상태였고 전화도 끊겼다. B씨는 “이력서에 경력 사항으로 한 줄이라도 넣기 위해 응모했는데 시간만 허비한 꼴”이라며 씁쓸해 했다.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 ‘대학생 참여 프로그램’이 인기를 끄는 가운데 일부 기업이 악덕 상술로 대학생들을 울리고 있다.

‘대학생 참여 프로그램’은 기업이 인터넷 블로그 기자단이나 각종 체험수기 작성, 공모전 등의 명목으로 대학생을 모집한 뒤 우수 성과물이나 아이디어를 제출한 경우 수당이나 상품, 수료증을 발급해주는 것을 말한다.

얼어붙은 취업시장에서 유리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모집 안내가 뜰 때마다 평균 수천대 1의 경쟁률을 보인다. 대학생 신모(26)씨는 “대학생 참여 프로그램에 응모하거나 활동하지 않은 친구가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기업도 우수한 인적 자원을 저렴한 비용에 활용할 수 있고 미래 잠재고객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적극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순간 광고 효과를 노린 화장품이나 패션제품 관련 회사에서 두드러진다.

실제 모 기업의 액세서리 브랜드 이름을 인터넷 검색창에 치면 프로그램에 참여한 대학생들의 글 수백편이 카페나 블로그에 한꺼번에 뜰 정도다.

한 기업체 관계자는 “대학생들이 관련 제품 홍보에 나서주니 제품에 신뢰도가 쌓이는 등 홍보 효과가 만점”이라며 “카페나 블로그 글 하나에 억대 광고 효과가 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광고 효과만 챙긴 뒤 약속과 달리 활동비를 지급하지 않거나 수료증을 발급해주지 않는 악덕 업체들이 허다해 피해가 늘고 있다.

대학생들의 성과와 아이디어만 빼낸 뒤 잠적하는 경우도 있고, 당초 내용과 달리 육체 노동을 요구는 사례도 있다. 한 기업체 홍보대사를 대행한 업체는 활동비를 지급하지 않고 수료증 택배 비용까지 참가자에게 떠넘겼다.

인터넷으로 지원하다보니 개인신상정보를 얻는 데 악용되기도 한다.

업체의 부당한 처우에 항의하려 해도 정식 계약서 등을 쓰지 않아 법적으로 구제받기도 쉽지 않다.

피해를 본 대학생 최모(23)씨는 “노동부에 피해 사실을 알리고 구제 방법을 문의했지만 개인적인 계약이라 계약서 같은 증거가 없다면 곤란하다고 했다”며 “업체에서 지급하는 것이 임금이 아닌 활동비라서 피해를 봐도 구제받기 힘들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전했다.

취업 포털 사이트 ‘알바천국’ 이승윤 마케팅팀 과장은 “대학생들이 ‘경력쌓기’에 활용하기 위해 이런 프로그램에 적극 동참한다는 사실을 아는 악덕 업체들의 상술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피해를 막기 위해 참가와 활동을 입증할 수 있는 서류를 발급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원주 기자 stru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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