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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중의 아프리카 로망] 남아공 ‘와인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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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가적인 전원 ‘포도밭 파노라마’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와인 생산지로 유명한 곳이다. 세계에서 여덟 번째로 큰 와인생산국이며, 와인 양조 역사도 300년이 넘는다. 남아공의 와인 루트는 케이프 반도 근교에서 시작하여 북쪽의 노던 케이프까지 이어진다. 이 와인 루트 가운데 케이프 타운 동쪽에 위치한 스텔런보스, 파를, 프랑스후크, 서머싯, 웰링턴의 5개 지역을 남아공 와인의 중심지라는 의미에서 ‘와인랜드’라 부른다. 지중해성 기후와 비옥한 토지 덕분에 일찍이 포도를 재배해온 곳이다.

이들 지역은 남아공에서 가장 오래된 양조장이 있는 곳으로 모든 와인양조장이 케이프 타운에서 60km 반경 안에 위치해 있다. 자동차로 1시간 거리다. 남아공 와인의 역사는 1659년, 케이프타운의 창설자인 얀 판리베이크에 의해 시작됐다. 그 후, 1688년 프랑스에서 쫓겨난 위그노파 신교도들이 프랑스후크(‘프랑스인 지구’)에 정착하면서 양조 기술의 발전이 이루어졌다.

◇와인 테스팅을 신청하면 4∼5가지 와인을 맛볼 수 있다. 와인랜드 투어에는 와인테스팅 비용이 포함되어 있다.
‘와인랜드’는 케이프 타운의 테이블 마운틴, 워터프런트, 케이프 포인트에 이어 여행객이 네 번째로 많이 찾는 곳이다. 와인랜드가 여행객에게 인기가 있는 이유는 맛난 와인뿐 아니라 아름다운 풍광과 옛 도시의 정취가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와인랜드에는 1000∼1500m급 높은 산들이 이어져 있고, 산과 산을 이어주는 언덕길에서는 저 멀리 포도밭의 파노라마를 감상할 수 있다.

또한 와인랜드의 주요 마을에는 17∼18세기에 건축된 ‘케이프 더치 양식(케이프 네덜란드 양식)’의 옛 건축물이 남아 있어 목가적인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와인랜드는 케이프 타운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기 때문에 ‘희망봉 투어’처럼 케이프 타운의 숙소에 머물면서 하루짜리 와인투어를 신청하여 다녀올 수 있다.

◇시몬스 타운의 아프리카 자카스펭귄 서식지. 이곳의 펭귄은 키가 작아 아장아장 걸어가는 모습이 앙증맞다.
필자가 신청한 와인랜드 투어에는 와인랜드에 가는 도중 케이프 반도의 대서양 해변에 위치한 시몬스 타운에 들러 아프리카펭귄을 구경하는 코스가 포함돼 있었다. 시몬스 타운은 케이프 반도 동쪽 대서양 해변의 폴스 베이에 위치한 작고 오래된 항구 마을이다. 사람들이 이 자그마한 해안 마을을 찾는 이유는 이곳에 서식하는 아프리카펭귄을 보기 위해서이다.

보통 펭귄하면 남극과 같은 추운 지역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곳에 둥지를 틀고 있는 펭귄은 따뜻한 바다에서 살 수 있는 자카스펭귄이다. 키가 작아 모래 위를 아장아장 걸어가는 모습이 앙증맞다. 따뜻한 해변의 모래에서 일광욕을 즐기고 있는 펭귄 무리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펭귄과 함께 한가로이 바닷가를 걷고 싶은 기분이 든다.

시몬스 타운에서 차로 1시간 정도 달리면 와인랜드로 들어선다. 와인랜드 투어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마을은 스텔런보스(Stellenbosch)와 파를(Paarl·진주)이다. 이 가운데 스텔런보스가 와인랜드 투어의 기점이다. 스텔런보스는 케이프 타운에서 동쪽으로 46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스텔런보스는 남아공이 네덜란드의 식민지배를 받던 1679년, 당시 총독인 시몬 판 데르 스털에 의해 세워진 도시이다.

◇스텔런보스 와인 양조장. 와인 테스팅을 마치고 양조장 밖으로 나오면 포도밭이 눈앞에 펼쳐진다.
이런 연유로 스텔렌보스(‘스털의 숲’)라는 마을 이름이 생겨났다. 스텔런보스는 남아공에서 케이프타운에 이어 두 번째로 오래된 도시답게 분위기가 고풍스럽다. 오랜 역사를 보여주듯 거리에는 300년이 된 오크 나무들이 늘어서 있어 ‘에이케스타트’(‘오크 도시’)라고도 불린다. 남아공에서 가장 오래된 스텔런보스의 와인 루트는 1971년, 23명의 개인 양조자들과 5개의 와인공동조합에 의해 시작되었다. 다른 와인 루트 내의 양조장들과 마찬가지로 여행객에게 적은 돈을 받고 와인양조장 견학이나 와인 테스팅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우리 일행이 처음으로 찾은 와인양조장은 주변이 포도밭으로 둘러싸인 곳이었다. 미니버스에서 내리자 가이드가 포도주를 시음하는 곳으로 안내한다. 건물 안쪽에는 바가 늘어서 있고 이미 일부 관광객이 포도주 시음을 하고 있었다. 바 앞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젊은 여직원이 양조장에서 생산하는 포도주를 하나씩 설명하면서 포도주를 따라준다. 30분가량 다섯 종류의 와인을 맛보고 건물 밖으로 나오니 저 멀리 포도밭의 풍광이 시원하게 눈앞에 펼쳐진다. 또 다른 양조장에서 와인 시음을 마치고 나니 12시가 훌쩍 지났다. 우리 일행은 스텔런보스 마을 안에 있는 자그마한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마치고 잠시 마을을 구경했다. 한가로이 아이스크림도 사먹고 맛난 수제 초콜릿도 맛보면서 마을을 둘러보니 따뜻한 봄날에 소풍 나온 기분이다.

◇파를 마을에서 가장 유명한 페어뷰 양조장. 와인과 함께 맛난 염소 밀크 치즈를 맛볼 수 있다.
스텔런보스 마을을 떠나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파를이다. 스텔런보스와 파를을 잇는 헬스호트 패스는 풍광이 아름답기로 이름난 곳이다. 창밖을 바라보는 눈이 마냥 즐겁다. 파를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화강암 바위와 산에 의해 둘러싸여 있는 마을이다. 주변의 화강암 바위가 진주처럼 빛난다고 해서 ‘파를 산’이란 이름이 생겨났고, 마을의 이름도 ‘파를’이 되었다. 남아공에서 제일 긴 메인 스트리트를 가지고 있는 팔의 중심가 또한 옛 건축물이 즐비해 한가로이 걸으면서 구경하기에 좋은 곳이다. 파를에는 20개의 와인 양조장이 자리 잡고 있다. 이 가운데 우리가 찾아간 곳은 파를에서 가장 유명한 페어뷰(Fairview) 양조장. 이곳은 나선형 탑에 살고 있는 염소로 유명한 곳. 양조장에서 와인을 시음하고 뜰로 나가보니 실제로 뾰족한 탑이 있고, 염소 한 마리가 타원형 계단을 빙글빙글 돌면서 꼭대기에 있는 집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와인과 함께 맛난 염소 밀크 치즈를 맛볼 수 있다.

한 시간 동안 화이트 와인과 레드 와인 공장을 견학하고 마지막 양조장을 찾았다. 한적한 분위기가 인상적인 곳이다. 우리 일행은 양조장의 뜰 앞에 놓인 긴 탁자에 앉아 어떤 와인이 나올까 궁금해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가이드가 먼저 가져온 와인은 남아공에서 개발된 와인인 피노타주(Pinotage) 와인이었다. 피노타주는 1925년, 프랑스산 피노 누아(Pinot Noir)와 생소(Cinsault) 품종을 교접한 포도로 만든 와인이다. 당시 생소를 ‘에르미타주(Hermitage)’라고 불렀기 때문에 ‘피노타주’라는 이름이 생겼다. 과일 향과 스파이시한 맛이 돋보이는 와인이다. 매운맛의 아시아 음식과 잘 어울린다. 피노타주가 남아공 특유의 와인이지만, 남아공에서 생산되는 전체 포도주 생산량의 일부를 차지할 뿐이고 남아공에서 맛볼 수 있는 와인의 폭은 매우 넓다. 가이드가 가져다주는 와인이 한 병 한 병 늘어날수록 분위기는 더욱 화기애애해지고 서로 주고받는 말이 많아졌다. 가이드도 이런 분위기가 싫지 않은 듯 계속 새로운 와인을 들고 왔다. 결국 우리 일행이 1시간 동안 마신 와인은 모두 7병. 다른 양조장에서 전작이 있는 데다 낮술이라 그런지 취기가 돈다. 오후 5시경 양조장을 떠나 숙소로 돌아오는 미니버스 안은 사람들의 들뜬 재잘거림으로 가득했다.

전남대 인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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