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학교 가다/한만영 지음/최현묵 그림/와이즈아이/9500원
“지가 핵교를 칠십이 다 되도록 못 갔어유. 사는 게 너무 힘들고 어려워서 핵교를 못 갔는디, 옛날엔 그게 하나도 안 부끄러웠는디, 손자가 크니 자꾸 부끄러운 거예유. 글도 못 읽는 할미가 너무 부끄러워유. 이 나이에 주책인 걸 알지만 핵교에 가고 싶어 밥이 넘어가지 않고 잠도 못 잤어유.”
3월 어느 날 전교생이 67명뿐인 시골 초등학교를 찾아온 할머니 한 분이 쭈뼛거리며 한 말이다. 자신을 일흔 살이라고 밝힌 할머니는 “6·25 전쟁 통에 부모를 모두 잃고 고아원에서 자라 배움의 기회를 놓쳐 읽고 쓸 줄을 몰라 한이 됐다”면서 “꼭 공부를 하고 싶다”고 하소연했다.
긴급소집된 교무회의에서 교장 선생님이 “배우는 것은 나이가 없지요. 배우고자 하는 사람을 학교에서 외면한다면 그건 학교가 아니지요” 하고 단호하게 말해 할머니의 소망이 이루어진다.
할머니는 1학년 1반이 됐다. 처음에는 담임선생님도 할머니도 어쩔 줄 몰라 쩔쩔매지만 점점 교실에 앉아 있는 할머니가 익숙해진다. 담임선생님은 할머니에게 반장을 맡긴다. 할머니는 특유의 친화력으로 공부도 열심히 하고 어린 반 친구들도 살뜰히 보살펴 준다.
하지만 60살이나 나이 차가 나는 1학년생들과 할머니 사이엔 크고 작은 사건들도 적잖이 일어난다. 아이들이 점심시간에 반찬을 던지며 싸우자 할머니가 “아니, 애들이 지금 뭣들 하는 거여? 이 소중한 음식을 던지고 말이여!” 하고 큰소리로 야단을 치자, 미선이가 울음을 터뜨리고 급기야 미선이 어머니가 학교까지 찾아와 따진다.
“할머니가 뭔데 화를 내냐. 아이들한테 사사건건 가르치려고 들면 아이들이 얼마나 힘들겠냐. …반장은 무슨 반장?”
반장 할머니는 괜히 자기 때문에 담임선생님이 곤란해지자 “이 나이에 공부는 무슨 공부, 내 주책 때문에 괜히 선생님한테 피해만 주는 거지”하고 중얼거리더니 다음날 학교를 안 나온다. 연락도 닿지 않았다.
걱정이 된 아이들과 담임선생님은 할머니댁을 방문한다. 할머니는 땡볕에 밭일을 해 몸살이 났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은 할머니한테 도시에 사는 아들과 며느리, 그리고 손자 한 명이 있는 걸 알았다. 손자한테 늙어서라도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뒤늦게 공부를 시작했다는 사연도 들었다.
다시 학교에 나온 반장 할머니는 소풍 땐 선생님 도시락은 물론 아이들에게 모두 나눠줄 달걀을 삶아 오고, 차멀미를 하는 아이들의 토를 깨끗이 씻어주는 등 그야말로 솔선수범으로 선생님을 돕는다. 운동회 땐 달리기에 출전해 3등을 하고, 6·25 때 헤어졌다가 다시 만난 언니 할머니를 소개해 박수를 받기도 한다. 학기를 마칠 즈음엔 책거리 떡을 준비해 반 아이들에게는 물론 교무실까지 돌린다. 이래저래 학교는 반장 할머니 덕분에 화기애애해진다.
그 후 아들의 사업 실패로 반장 할머니에게 큰 어려움이 닥치지만 마을 사람들이 가족처럼 나서서 해결해 준다. 할머니가 뺑덕어미 역을 맡아 열연한 ‘코믹 심청전’ 연극이 열린 학습발표회 날 아이들과 선생님은 할머니에게 깜짝 칠순잔치를 열어준다. 반장 할머니 눈에서 눈물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조정진 기자 jj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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