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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의 힘, 무대에 단비 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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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공연계 10대 관객 몰리며 호황 아이돌 파워가 공연장 풍경까지 바꿔놨다. 연말 성수기가 끝나 1, 2월 비수기로 들어선 공연계가 아이돌의 저력으로 인해 모처럼 단비를 맛보고 있는 것.

◇뮤지컬 ‘모차르트!’를 통해 아이돌의 저력을 보여준 시아준수(왼쪽).
시아준수(본명 김준수)가 출연한 뮤지컬 ‘모차르트!’는 스타마케팅의 힘을 제대로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지난달 26일 첫 공연 때는 긴장감마저 감돌았다. 제작사 측은 수천명의 팬들이 몰리면서 생길 안전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세종문화회관 로비에 수십명의 경호원을 배치하는 일까지 벌였다. 시아준수 출연은 티켓 전쟁으로까지 번졌다. 첫 티켓 오픈 때는 한 시간도 안 돼 동이 났고, 그가 나오는 15회분 4만5000석은 일찌감치 매진을 기록했다.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에 출연한 제시카.
소녀시대 제시카가 출연하는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도 지난 두 달 매진을 기록하며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제시카가 무대에 서는 날은 코엑스아티움의 로비 풍경부터 달라진다. 10대 자녀를 둔 부모들이 공연이 끝날 때까지 밖에서 기다리는 독특한 상황까지 빚어내고 있는 것.

연극 무대서도 아이돌은 통했다. 허진호 영화감독의 첫 연극 진출작 ‘낮잠’은 중·장년층 관객을 타깃으로 노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슈퍼주니어 김기범이 소년 영진역으로 서는 날엔 10대 관객이 몰리면서 관객 연령층을 대폭 낮춰놨다. 김기범이 등장하는 객석 중앙 통로 좌석은 백암아트홀에서 가장 먼저 팔리는 자리가 될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아이돌의 무대가 잇달아 성공을 거두면서 공연계에서도 아이돌이 블루칩으로 떠오르고 있다. 물론 아이돌의 공연계 진출은 이전부터 있어 왔지만 그때마다 성공으로 이어진 건 아니었다. 김선경 인터파크INT 홍보담당은 “누가 나온다는 것만으로는 티켓 파워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모차르트!’, ‘금발이 너무해’처럼 아이돌이 자기 색깔과 맞는 캐릭터를 찾아가면서 기대 이상으로 소화해 낸 게 관객을 움직이게 한 원동력”이라고 분석했다.

덕분에 10대 관객도 확연히 늘었다. 평균 5% 미만인 10대 관객은 아이돌이 등장하는 공연에서 20%에 육박할 정도. 서울심포니오케스트라가 제작해 18일 개막하는 뮤지컬 ‘홍길동’도 슈퍼주니어 예성과 성민을 내세워 스타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각각 ‘남한산성’, ‘아키라’를 통해 이미 뮤지컬 경험이 있는 이들은 10·20대 관객의 관심을 무난히 이끌어 냈다. 지난주 인터파크에 따르면 ‘홍길동’의 예매자 중 10대는 28%, 20대는 42.4%에 달했다. 김율원 서울심포니오케스트라 공연기획팀장은 “한류로 인해 일본뿐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티켓 문의가 올 정도”라면서 “해외 마케팅을 염두에 두고 외국 관객을 위한 홍보영상을 따로 제작했다”고 말했다.

시장 확대의 기회를 좀처럼 잡지 못하고 있는 공연계에서 아이돌의 성공은 분명 또다른 탈출구다. 외국에선 젊은 관객층 확보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것을 감안하면 10·20대 관객이 늘고 있는 것도 반길 일이다. 다만 아이돌이 공연계에서 제대로 생명력을 갖기 위해선 더 많은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

원종원 뮤지컬평론가는 “작품 완성도에 대한 냉철한 판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라면서 “아이돌의 바쁜 스케줄로 인해 주인공 캐스팅이 3명 심지어 4명으로 늘어나면서 결국엔 연출이 제대로 구현되지 못하고 있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보다 책임감을 갖고 작품에 올인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완성도 높은 무대를 이끌어 내는 게 풀어야 할 숙제다. 더불어 아이돌 스스로에게도 단순한 무대 경험이 아니라 예술가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돼야 한다. 원종원 평론가는 “외국에서도 스타들이 무대로 올 때는 자신의 이미지를 가져오지 않는다”면서 “한 명의 스타가 아닌 한 명의 배우로 선다는 자세로 치열하게 배워나가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성정 기자 ys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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