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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코소송' 은행 승소… 법원 '약속 준수' 원칙 중시

입력 : 2010-02-08 23:38:57 수정 : 2010-02-08 23:3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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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이익 노린 계약, 손실도 기업의 책임” 8일 환위험 회피 통화옵션 상품인 키코(KIKO)를 둘러싼 기업과 은행 간 첫 법정 공방에서 법원이 은행의 손을 들어준 밑바탕에는 ‘약속 준수’라는 대전제가 깔려 있다. 기업이 ‘기회 이익’을 노리고 키코 상품을 계약한 만큼 그에 따른 손실도 감수해야 한다는 논리다. 현재 법원에서 123건의 유사소송이 진행 중인 가운데 나온 이번 판결로 은행 측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 것으로 평가된다.

◆“계약은 정당하며 은행측 설명의무 위반도 없어”=키코는 수출기업이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피하기 위해 은행이 만든 상품이다.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움직이면 기업이 미리 정한 환율로 외화를 은행에 팔 수 있지만, 환율이 약정한 상한선 위로 올라가면 기업이 손해를 보는 구조다. 2008년 초 환율 급등으로 이 상품에 가입한 수출기업들이 막대한 피해를 보자 은행을 상대로 키코 계약 효력정지 가처분신청과 함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의 쟁점은 키코가 애초 기업에 불공정한 상품으로 설계됐는지다. 재판부는 키코가 환위험을 ‘부분적’으로 회피하도록 설계된 문제가 있긴 하지만, 환위험 회피 통화옵션 상품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환위험을 줄이기 위한 보험 성격의 상품이지 100% 위험을 회피해 주는 상품이 아니라는 것이다.

은행이 옵션 계약으로 얻게 되는 이익도 다른 금융거래에서 얻는 것에 비해 과다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즉, 상품 자체가 처음부터 은행에 유리하도록 설계된 건 아니라는 판단이다.

은행이 계약 당시 기업에 환율 변동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했는지도 쟁점이었다. 기업은 “은행이 손실 위험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며 은행의 책임을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계약 당시 국책연구소 등 전문기관에서 환율이 급등할 것이라는 구체적 예견이 없었다”고 은행 측 손을 들어줬다.

은행으로서는 예상하지 못할 환율 급등의 사정이 있었으므로 고객 보호 의무를 고의로 어겼다고 보기 어렵다는 뜻이다. 재판부는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는 로마법 이래 대원칙은 이 사건에서도 유효하며 기업이 본 손실은 키코 계약에 따른 기회의 손실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유사 소송에서 은행 ‘우위 선점’=이날 선고의 쟁점은 1심에 계류 중인 키코 관련 민사 본안사건에서 원고와 피고가 치열하게 다투는 부분이라 다른 소송에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까지 서울중앙지법이 접수한 키코 소송은 모두 124건으로, 이 중 6건이 소송이 취하됐거나 조정으로 마무리됐고 118건이 민사21·22·31·32부에 배당돼 심리가 이뤄지고 있다.

키코 소송 첫 사건을 다룬 재판부가 계약 내용과 은행 과실이 없는 이상 계약 이후 상황이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무효화할 수 없다는 기본 원칙을 고수한 만큼 관련 소송에서 은행 측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김정필 기자 fermata@segye.com

■키코(KIKO) 소송 법원 판단
쟁 점 기 업(원고) 은 행(피고) 재 판 부
키코가 환위험 회피에 부적합한 상품인지 여부 환율이 상승하면 기업이 무제한 손실을 본다 계약 체결 당시 예상 못한 결과가 초래됐다고 상품의 적정성을 따져서는 안된다 키코는 환위험 회피 통화옵션상품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설명의무 위반
여부
은행 측이 환율 하락 전망을 설명하고 계약 체결을 권유했다 국내외 전문기관이 환율 하락을 예상했고 환율 급등에 대한 예견은 없었다 은행 측이 계약의 적합성 원칙 및 설명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
사기 또는 기망에 의한 계약 여부 은행 측이 키코가 환위험 회피에 부적합한 상품이라는 사실을 속이고 계약을 했다 계약 과정에서 기업 측이 착오를 일으킬만한 사정은 없었다 기업 측의 계약 취소 주장에 상당한 이유가 없다
불공정 약관으로 무효인지 여부 은행 측이 만든 약관에 흠이 있고 불공정하므로 무효다 기업과 은행이 약관을 바탕으로 개별 교섭에 따라 완결된 계약 내용을 구성했다 키코 약정서는 당사자간 교섭에 의해 결정되므로 계약조항은 약관에 해당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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