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집권2기 美 어디로] ① 만만치 않은 향후 4년

슈퍼파워 재건 시동…빚더미 재정·실업난 해소 ‘발등의 불’

미국 역사상 첫 ‘재선 흑인대통령’이 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재건’을 외쳤다. 세계경제 위기와 천문학적인 부채에 잃어가는 미국경제를 회복시키고 ‘슈퍼파워 미국’의 자존심을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에게 장밋빛 탄탄대로만이 놓여 있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4년간 헤쳐나가야 할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국내적으로는 더딘 경제회복 속에서 국가부채 해결과 실업난 해소가 난마처럼 얽혀 있다. 대외적으로는 이란·북한 핵 문제, 중국과의 충돌, 시리아 유혈사태로 얽힌 중동문제가 난제로 가로놓여 있다.

◆시급한 국가 부채와 ‘재정절벽’ 해결

세계 경제는 유럽발 재정위기로 ‘불확실성의 늪’에 빠져 있다. 그나마 지구촌 경기를 지탱하는 중국의 경제도 둔화되고 있는 판이다. 미국 경제상황까지 악화하면 세계 경제는 탈출구 없는 암울한 시대로 접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오바마에게는 당장 연말이면 법정 상한선에 도달하는 연방정부 부채 문제가 발등의 불로 떨어져 있다. 정부 부채는 지난해 8월에도 미국이 ‘국가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에 내몰리고 신용등급 강등 수모를 겪게 한 원인이었다.

현재 미 연방정부 부채는 지난달 말 현재 총 16조1990억달러로, 법정 상한인 16조3940억달러에 바짝 다가서 있다. 부채가 상한에 이르면 미 정부는 빚을 더 이상 끌어들일 수 없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각종 수단을 동원해 몇 개월이야 정부 폐쇄 위기를 넘기겠지만 한시적인 조치일 뿐이다. 전문가들은 기껏 내년 2, 3월까지 버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부채 법정 상한을 더 늘리든지 재정 지출을 줄여야 하는데 모두 쉽지가 않다. 민주·공화당이 권력을 양분한 의회의 초당적인 지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선과정에서 확인한 정책 이견과 감정적 앙금을 씻고 대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하지만 공화당은 이번에 부통령 후보로 나선 폴 라이언 하원 예산위원장을 중심으로 연방정부에 강도 높은 예산 삭감을 요구하고 있다.

또 2001년 조지 W 부시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취한 소득세 감면조치 시한도 연말로 다가온다. 여기에 정부가 재정지출까지 줄이면 경제성장이 크게 떨어지는 이른바 ‘재정 절벽(fiscal cliff)’에 맞닥뜨릴 수 있다.

이미 지난해 민주당과 공화당은 내년 1410억달러를 비롯해 10년간 총 2조2000억달러의 재정 지출 감축안에 합의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내년 1월3일 구성되는 113기 연방의회 지도부가 지혜를 모으지 않으면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오바마가 풀어야 할 대외문제들

오바마는 산적한 대외 문제로 승리를 만끽할 여유가 없다. 재정 감축 속에서도 미국 위상과 자존심을 지킬 것을 요구하는 미국 내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크다. 밋 롬니 공화당 대선후보는 오바마 행정부가 소극적인 태도로 국제사회에서 미국 위상을 떨어뜨렸다고 지적해 왔다.

가장 큰 현안은 내년 상반기 중 이란이 핵무기 제조능력을 갖출 것이라는 점이다. 이스라엘은 공공연하게 독자 공격을 언급하며 미국의 적극적인 개입을 종용해 왔다. 미국으로서는 이스라엘을 달래면서 외교적으로 핵 포기를 이루는 묘안을 짜내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레드 라인’ 설정을 놓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이견을 노출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이란과 직접 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있어 오바마 2기 행정부의 해법이 주목된다.

북한 핵문제도 마냥 방치할 수만은 없다. 북한이 지난 4월 탄도미사일 발사 실패 이후 추가도발을 하지 않은 것도 한·미 양국의 대선 결과를 지켜보는 전략적 판단으로 해석된다.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면 북한이 핵실험 등 추가도발을 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2년째 지속된 시리아 사태는 국제사회에 미국 리더십을 확인하는 시험대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조차 러시아와 중국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다. 시리아 사태가 지속될 경우 공화당을 중심으로 시리아 시민군에 중화기까지 제공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리비아 주재 미 영사관 습격사건에서 보듯 이슬람권에서 확산된 반미 정서는 오바마가 풀어야 할 큰 숙제다.

세계 양대 강국으로 부상한 중국의 패권주의에 맞서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이익을 어떻게 지켜나갈 것이냐도 오바마가 풀어야 할 숙제다. 이와 관련해 새로 구성될 중국의 5세대 지도부와 미·중관계를 재설정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워싱턴=박희준 특파원 july1s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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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