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강국의 길을 묻다] (47) 박근혜정부의 국방예산 기조는

인수위, 국방비 증액 규모 ‘국가재정 증가율 상회 ’ 적시
北 미사일 발사·핵실험으로 선제타격·요격 격추 전략전환
구체 리스트 4,5월 윤곽
일각 “軍도 자구책 마련 필요”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도 하기 전에 몰아닥친 안보위기는 새 정부의 어깨에 국방예산 증액이라는 무거운 짐을 더 얹어놓았다. 박 대통령은 대선 공약집에서 국방예산 규모를 ‘안보 현실에 걸맞은 적정 수준’으로 추상적으로 표현했지만 지난달 22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국정과제를 발표할 때는 ‘국가재정 증가율을 웃도는 수준’으로 적시했다.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대북 억지력에 대한 우려가 고조된 시점에 꺼내든 카드였다. 국방예산 증액분을 어느 부문에 집중시킬 것인지, 재원은 어떤 식으로 조달할 것인지, 박근혜정부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군이 2012년 공개한 현무 탄도미사일 발사 장면. 정부는 북핵 위기에 대응해 대북 타격 능력을 우선적으로 갖춘다는 방침에 따라 대규모 전력 증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국방예산 증액, 대북 억지력 강화에 방점


북한이 최근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강행한 뒤 ‘킬 체인’(Kill Chain)이라는 군사용어가 언론 지면을 장식했다. 킬 체인은 발사 징후를 보이는 북한 미사일을 선제 타격하는 과정(탐지-식별-결심-타격)을 일컫는 개념이다. 킬 체인에 실패한 북한 미사일은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제(KAMD)로 요격해 격추하다는 게 군의 억지 전략이다.

군은 애초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에 따른 후속 조치로 킬 체인을 2015년까지 구축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틀 후 킬 체인의 조기 구축을 지시했다. 북한이 실전배치한 미사일 1000여 기 중 70∼80%가 남한을 겨냥하는 실정에서 킬 체인의 억지력은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그럼에도 킬 체인과 KAMD는 현 전력구조에서 가장 효과적인 대응책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문제는 킬 체인과 KAMD를 구축하는 데 천문학적인 예산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군은 현재 관련 예산 산출 작업을 진행 중이다. 군 관계자는 “합동참모본부에서 킬체인 등 대북 타격능력을 개선할 무기체계 구축에 어느 정도 예산이 소요될지 산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은 구체적 예산 규모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9월 킬 체인의 일환인 현무 탄도미사일 확보 예산으로 향후 5년간 2조4000억원을 책정했다. 킬 체인에서 탐지 능력을 갖추는 예산만도 조 단위를 넘나든다. 정부가 2021년까지 확보하려는 군사용 정찰위성만도 7000억∼8000억원이 들 것으로 군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미국이 운용 중인 군사용 정찰위성 KH-12는 제작비 1조원에 발사비용 수 천억원이 소요됐다. 킬 체인 구축 비용이 수조원 대에 이른다는 얘기다.

◆국방예산 증액 재원 어떻게 마련하나

박근혜정부가 증액하겠다는 국방예산은 현재 국방예산의 70% 정도를 차지하는 전력운영비(인건비 등 고정비용)와는 별개 항목이다. 나머지 30%에 해당하는 방위력개선비, 즉 무기 도입·개발 비용이다.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내정자는 국방예산 증액과 관련해 “중장기 국방과제 분야의 예산이 증액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력운영비는 말 그대로 군을 유지하는 데 드는 돈으로 감축하기가 쉽지 않다. 군 내부에서는 전체 국방비의 70%를 차지하는 고정 지출을 고려해 중앙정부에서 방위력 개선비 몫으로 예산을 추가 지원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군 관계자는 “대통령의 언급도 있었는데 예산당국에서 배려해주지 않을까 한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러면서도 “박근혜정부가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복지나 교육 예산의 증액이 불가피한 시점에 국방예산을 늘릴 여지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국방예산 증액도 중요하지만 군에서 지출의 효율성을 더욱 높이는 자구책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군 소식통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군 개혁이 추진됐고 목표는 ‘강하고(strong) 군살 없는(slim) 군대’를 만드는 것이었다”며 “강한 군대 만들기에만 초점을 맞추고 군살 없는 군대를 만드는 데는 소홀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방예산 증액 기조가 어떻게 짜일지는 내달 혹은 5월로 예정된 국가재정운영 5개년 계획 수립 과정에서 대체적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당국자는 “부처별로 필요한 예산을 자체적으로 해결하라는 것이 기획재경부 방침”이라며 “새 정부에서 돈 들어갈 데가 한두 곳이 아닌데 특정 부처에만 예산을 더 배정했다가는 뒷감당이 안 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안두원 기자 flyhig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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