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천에 활짝 봄소식이 피었습니다

파도에 실린 꽃향기… 태안 천리포수목원

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테마 중 하나가 꽃구경이다. 3월 초에 뭍에서 화사한 봄꽃을 만날 수 있는 곳은 서울에서 자동차로 5시간 정도를 달려야 닿는 남해안에서도 특별히 따뜻한 몇몇 지역에 불과하다. 더구나 올해는 채 물러나지 않은 동장군의 기세에 눌려 봄이 유난히 늦다. 꽃샘추위까지 기승을 부리는 바람에 개화가 더디자 남도의 대표적인 봄꽃 축제가 대부분 개최 시기를 지난해보다 일주일 정도 늦췄다.

충남 태안군 소원면 천리포수목원에는 지금 화사한 봄꽃이 피어있다. 크로커스
이럴 때 봄꽃 여행지로 찾을 만한 곳이 수목원이다. 서울에서 멀지 않은 곳에도 수목원 온실에는 봄꽃이 만발해 있다. 이 중 충남 태안의 천리포수목원은 온실의 힘을 빌리지 않는 노지에 봄꽃들이 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천리포수목원은 온난한 서해 해류 덕택에 중부지방에서 봄꽃이 가장 먼저 피는 수목원으로 알려져 있다. 태안해안국립공원이 몇 년에 걸쳐 조성한 ‘해변길’이 지나는 길목에 있다. 꽃구경 나선 김에 따스한 봄햇살을 맞으며 우리 땅에서 아름다운 해변으로 손꼽히는 태안 바닷가를 거닐어 보는 것도 좋겠다.

# 서해 난류가 흐르는 천리포수목원

외도 같은 섬의 수목원을 빼면 우리나라의 수목원은 대부분 산자락에 자리하고 있지만 천리포수목원은 해변에 들어서 있다. 천리포해수욕장이 지척이다. 그 앞바다에는 서해 난류가 흐른다. 그래서 이곳은 주변 지역보다 겨울·봄의 평균 기온이 2∼3도가량 높다고 한다. 수목원 뒤쪽에 병풍처럼 둘러쳐진 국사봉(205m)도 차가운 북풍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게 이곳 직원들이 설명. 최수진 홍보팀장은 “천리포수목원은 남녘 수목원보다도 봄꽃이 빨리 핀다”고 말한다.

지금 이곳에 복수초는 이미 화려한 황금빛 꽃이 만개했다. 노란 실을 이어붙인 것 같은 풍년화도 흐드러지게 피었다. 이름 그대로 복수초는 행복과 장수를, 풍년화는 풍요로운 결실을 상징하는 봄의 전령이다. 유럽에서 ‘봄의 선구자’로 불리는 설강화도 눈같이 하얀 속살을 드러냈다. ‘봄을 알리는 나팔’이라는 별칭이 붙은 크로커스는 노란 꽃을, 영국의 진달래라고 불리는 에리카는 하얀 꽃망울을 터뜨렸다. 섣달에 핀다는 납매도 꽃봉오리가 터지기 시작했다. 납매는 매(梅)라는 이름이 붙기는 했지만, 장미과 꽃이다. 봄꽃들이 둘러싼 수목원의 작은 논에는 벌써 겨울잠에서 깨어난 개구리들이 뛰어놀기 시작했다. 부모와 함께 수목원을 찾은 개구쟁이 소년은 꽃구경에는 관심이 없고 개구리를 잡겠다고 한참 동안 논바닥을 헤집고 다니고 있다.

설상화.
천리포수목원에서는 한국의 자연을 가꾸는 데 평생을 바친 벽안의 외국인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이곳을 세운 이는 민병갈(1921∼2002·미국명 칼 밀러) 박사. 미국 펜실베이니아 출신인 그는 1945년 25세의 나이에 해군 중위로 한국에 온 뒤 천리포 해변의 소금기 먹은 박토를 사들여 40여년간 나무를 심었다. 1979년 한국에 귀화한 그는 평생 독신으로 살면서 세상을 뜨기 전까지 전 재산을 들여 수목원을 조성했다. 한국 최초의 민간 수목원은 외국인에 의해 이렇게 만들어졌다. 그는 2002년 4월 눈을 감으며 “내가 죽으면 묘지를 쓰지 말고 나무 한 그루라도 더 심으라”라는 유언을 남기기도 했다. 지금 천리포수목원에는 목련 400여종, 호랑가시나무 370여종을 포함해 1만3200여종의 식물이 생장하고 있다.

수목원 입구 부근에는 나무데크로 된 전망대가 꾸며져 있다. 그 앞바다에는 작은 섬 하나가 떠 있다. 낭새섬. 민병갈 박사가 붙인 이름이다. 낭새섬 주변 바다를 조망할 수 있도록 전망대에는 나무의자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따스한 봄바람을 맞으며 이곳에 앉아 서해바다를 바라보면 여행의 감흥은 절정에 달한다.

# 천연기념물인 신두리 사구를 거닐다

천리포수목원은 태안 ‘해변길’의 ‘소원길’ 한가운데에 자리하고 있다.

‘해변길’은 2010년부터 태안해안국립공원에 조성되기 시작한 바닷가 트레킹 코스. 북쪽의 학암포에서 남쪽의 안면도 영목항까지 모두 120㎞에 달하며, 5개 구간으로 조성된다. 그중 안면도의 ‘노을길’(백사장항∼꽃지)과 ‘솔모랫길’(몽산포∼드르니항)은 2011년 6월에 개통됐다. 북쪽의 ‘바라길’(학암포∼신두리)과 ‘소원길’(신두리∼만리포)은 지난해 말 공사를 마쳤다. 마지막으로 ‘샛별바람길’(꽃지∼영목항)이 올 연말까지 조성된다.

복수초.
해변길의 백미는 신두리 해안사구가 아닐까 싶다. 신두리 해수욕장에 자리한 이 모래언덕은 우리나라에서 규모가 가장 큰 해안사구로 길이는 약 3.4㎞, 폭은 0.5∼1.3㎞에 달한다. 우리 땅에서 유일하게 사막의 경관을 지닌 이곳은 천연기념물 431호이기도 하다. 이곳의 탐방로는 모래언덕을 지나는가 싶더니 어느새 솔잎이 덮인 모래밭을 지나고, 다시 모래 위에 놓은 나무데크로 연결된다. 형성된 지 1만5000년이 되는 모래언덕은 솜이불같이 푹신푹신해 걷는 맛이 각별하다.

탐방로는 두웅습지로 이어진다. 육지의 담수가 사구로 인해 바다로 흘러가지 못하고 습지가 된 곳이다. 해안사구에 접한 습지로는 국내에서 가장 큰 이곳은 2007년 람사르습지로 지정됐다. 천연기념물 1종인 붉은배새매와 멸종위기에 처한 금개구리 등이 살고 있다.

천리포수목원에서는 요즘 개구리들도 겨울잠에서 깨어나 봄소식을 전하고 있다.
# 노을길·해변스파가 있는 안면도 꽃지

신두리 사구와 더불어 해변길에서 가장 이름난 곳이 꽃지해수욕장 일대다. 노을길과 샛별바람길이 연결되는 곳이기도 하다. 대하로 유명한 백사장에서 출발한 노을길은 이름도 정겨운 두여∼밧개∼방포를 지나 꽃지로 이어진다. 꽃지해변 입구의 할미·할아비바위 주변이 최고 명소. 사시사철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곳에 따스한 봄바람이 불자 나들이객이 부쩍 늘었다. 

바로 앞에 서해바다가 펼쳐지는 꽃지해변 `리솜 오션 캐슬`의 노천스파
꽃지해변에는 서해바다를 조망하며 노천스파를 즐길 수 있는 곳도 있다. ‘리솜 오션캐슬’의 스파로, 해질녘 따끈한 물에 몸을 담그고 서해의 멋진 석양을 감상할 수 있다. 주말이면 입구에서 줄을 서야 할 정도로 관광객에게 인기다.

꽃구경을 한 후 굽이굽이 돌아가는 태안의 리아스 해변길을 걷고 바다가 보이는 노천스파에서 피로를 푼다면, 이만한 봄나들이 여정도 없지 않을까 싶다.

태안=글·사진 박창억 기자 daniel@segye.com



















여행정보 (지역번호 : 041)

서울에서 출발한다면 서해안고속도로 서산나들목으로 나온 후 서산·태안 방면으로 32번 국도를 타면 된다. 천리포·신두리 해변에 모텔과 펜션이 많다. 천리포수목원(www.chollipo.org, 672-9982)에도 10여동의 게스트하우스가 있다. 천리포수목원은 쥐라기시대 공룡 먹이로 이용됐다는 올레미소나무 등을 볼 수 있는 특별기획전을 24일까지 진행한다. 안면도에서는 꽃지해변의 ‘리솜 오션캐슬’(www.resom.co.kr, 671-7000)이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다. ‘원북박속낙지탕’(672-4540) ‘원풍식당’(672-5057)은 박속을 함께 넣어 끓인 시원한 낙지탕으로 유명하다. ‘토담집’(674-4561)은 우럭젓국으로 널리 알려졌다. 태안해안국립공원사무소 672-9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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