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다른 일본 여행… 배 타고 가는 돗토리현

붉은 열정 열도를 물들이고…

일본 돗토리현의 초봄은 다채로운 빛깔을 지녔다. 흐린 하늘을 뚫고 한 줄기 햇살이 대지를 감싸안는가 싶더니 어느 새 눈발이 쏟아져 내린다. 이곳의 하늘은 기분 따라 수시로 마음이 바뀌는 어린아이처럼 개구지다. 돗토리현은 ‘이웃집 토토로’ ‘마루 밑 아리에티’ 등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시골 동네를 닮았다. 논밭 사이에 즐비한 일본 전통 가옥들은 정갈한 자태를 뽐낸다. 돗토리 사구, 마쓰에성, 아카가와라(일본 전통마을) 등은 ‘토토로’(나무요정 캐릭터)가 고개를 쏙 내밀 것 같은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초봄의 돗토리현에는 축제의 만국기처럼 동백꽃이 만개한다. 추위를 밀어올린 붉은 열정은 마을을 감싸안으며 따뜻한 느낌을 준다. 동백꽃은 햇살 속에서는 산뜻하게 머리를 들고, 눈이 내리면 고개를 숙인 채 4월 초까지 마을을 물들인다.

주코쿠 지방에 있는 돗토리현에서 관광객을 맞이하는 첫 풍경은 ‘작은 후지’로 불리는 다이센산(1709m)이다. 신성한 산으로 숭배돼 온 다이센산은 5월까지 흰 눈을 덮어쓰고 위용을 뽐낸다. 다이센산을 중심으로 돗토리현에는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명소가 많다.

가장 이색적인 풍경은 돗토리 사구. 이 모래언덕은 센다이강 하구에 동서로 16㎞, 남북으로 2㎞가량 펼쳐져 있다. 요즘 돗토리 사구에는 아프리카 사막의 메마른 열기가 아닌 봄기운 가득한 바람이 살랑거린다. 약 10만년간 주코쿠 산맥의 모래가 쌓여 만들어진 이곳에는 관광객을 태우고 이동하는 말들이 노닐고 있다. 제법 높은 사구를 넘으면 수평선으로부터 밀려오는 바다의 장관이 펼쳐진다.

약 10만년간 주코쿠 산맥의 모래가 쌓여 만들어진 돗토리 사구. 모래언덕을 넘으면 바다의 장관이 눈앞에 펼쳐진다.
돗토리현 인근 시마네현에 1611년 세워진 마쓰에성은 일본 전역에 12채밖에 남아 있지 않은 천수각이다. 천수각이란 지붕 위에 여러 층을 덧댄 조형 양식으로, 성 안팎을 두루 내다보며 방어하는 데 유리하다. 6층 망루에 올라가면 마쓰에시 전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성 내부에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사무라이 유물들이 전시돼 있다.

성 주변에는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땅을 파서 만든 해자가 빙 둘러 흐른다. 성과 가까운 곳에 무사들의 저택이 있고, 물줄기를 따라 일반 가정집이 터를 잡고 있다. 호리카와 유람선을 타면 마쓰에시의 고즈넉한 풍경이 굽이굽이 눈앞에 펼쳐진다.

나이 지긋한 뱃사공이 낮은 다리에서 “수구리(숙여!)”를 외칠 때 애벌레처럼 웅크리는 것도 재미있다. 해자에는 16개 다리가 있는데, 낮은 곳을 지나기 전 배 지붕이 아래로 내려온다. 배에 설치된 고타쓰(일본의 책상식 난방기구)에 다리를 넣은 상태에서 잽싸게 머리를 숙여야 하는 순간이다. 관광객들이 얼굴을 맞대고 배시시 웃는 가운데 뱃사공은 지난 시절의 향수가 묻어나는 일본 가요를 불러준다.

국가중요전통보존지구로 선정된 아카가와라에는 에도·메이지시대에 세워진 건물이 즐비하다. 일본 특유의 깨끗함과 정갈함에 감탄사가 터져나오는 곳이다. 일본 만화영화에 나오는 캐릭터들이 고개를 쏙 내밀고 도망갈 것 같은 신비로움도 묻어난다. 이곳에 들어선 점포에서는 하코타 인형, 메밀국수, 일본된장 등을 판매한다.

돗토리현에는 일본 최대 규모의 꽃 공원인 ‘하나카이로’, 20세기 배 박물관, 과자의 성, 미즈키 시게루 거리 등 현대에 만들어놓은 볼거리도 가득하다. 하나카이로에는 사시사철 꽃과 야생초를 감상할 수 있는 플라워돔을 중심으로 외부에 꾸며놓은 허브가든, 유럽 정원, 꽃의 계곡 등 13개 테마를 구경할 수 있는 ‘크리스털 로드’가 운전대 모양으로 설치돼 있다.

만화가 미즈키 시게루 작품에 등장하는 요괴 캐릭터로 전통시장을 살린 ‘미즈키 시게루 로드’에는 ‘망가(만화) 천국’ 일본의 매력이 듬뿍 담겨 있다. 이 거리에는 두 주먹 크기의 요괴 동상이 3m마다 세워져 있고, 요괴 탈을 쓴 인간이 거리를 돌아다니며 손님을 맞이한다. 죽어가는 전통시장을 안타깝게 생각한 만화가가 상인에게 캐릭터 상표권을 선물하며 탄생한 관광명소 ‘미즈키 시게루 로드’.

일본인의 아이디어가 엿보이는 이곳을 끝으로 20여분간 이동하면 동해항으로 돌아갈 배가 기다리는 사카이미나토 항구가 보인다.

돗토리·시마네현=글·사진 이현미 기자

여행정보

항공기를 이용하면 인천국제공항에서 돗토리현까지 1시간10분 정도 걸린다. 강원 동해항에서 유람선을 타고 갈 수도 있다. 동해항∼사카이미나토 여객터미널을 오가는 DBS크루즈페리를 타면 오후 6시에 출발해 다음날 오전 9시 사카이미나토 여객터미널에 도착한다. 유람선에는 식당·노래방·바 등 각종 시설이 갖춰져 있다. 지투어(02-2038-8985)에서 돗토리현 3박4일 여행상품을 판매한다. 돗토리현의 명소를 둘러보고 유카타(일본 전통의상 기모노의 일종)를 제공하는 특급호텔에서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 유람선에서는 뷔페를, 현지에서는 회·계란찜·조개·순두부·튀김 등으로 차려진 일본 정식을 제공한다. 매주 목요일 출발하며 32만9000원부터(유류할증료, 여행자 보험 등은 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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