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시승기] 420마력 BMW M3 타고 인제 서킷 다녀온 날

입력 : 2013-05-31 21:19:08 수정 : 2013-05-31 21:19:08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오랜만에 강력한 차를 만났다. 2007년 출시됐으니 벌써 6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언제나 강력한 성능으로 완전히 새로운 자동차의 세계를 보여주는 차다. 3시리즈의 작은 차체에 420마력의 8기통 4.0ℓ 엔진을 얹었다. BMW의 본격 스포츠카 M3다.

M3 시승 당일. 서울에서 강원도 인제까지 당일치기 출장이 생겼다.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던 길이지만 당연히 M3에 올랐다. 버스보다 30분쯤 여유를 부리다 출발했다. 무려 1억210만원의 이 차는 이제 신모델의 등장을 앞두고 있다. 언제라고 알려진 바는 없지만 이전 모델이 6년∼7년 주기로 신차가 등장한 것을 고려하면 이제 때가 됐다. 속설에 의하면 새로운 M3는 조금 더 작은 엔진에 터보차저를 더할 것이란 추측이 있다. 만약 그렇다면 이 차는 BMW의 마지막 대배기량 자연흡기 M3가 될지도 모른다.

이런저런 생각을 뒤로하고 차에 올랐다. 겉보기에 M3는 상당히 평범하다. 매달 300∼400대씩 팔리는 3시리즈와 매우 비슷하다. BMW의 최근 모델에는 사라진 노란색 헤드라이트를 사용한다. 약간 볼록하게 솟은 보닛과 2개의 축으로 연결되는 사이드미러를 제외하면 구형 3시리즈와 똑같다. 옆에서는 3시리즈 쿠페의 모습을 갖췄다. 다만, 커다란 휠이 고성능 차를 암시한다. 뒷모습에서는 역시 눈에 띄는 ‘M’ 앰블럼이 이 차를 설명한다. 또 양쪽으로 갈라진 4개의 머플러가 눈에 띈다.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었다. 구형 3시리즈를 기반으로 해서 아직도 키를 꼽아야 한다. 센터페시아를 비롯한 대부분의 실내는 구형 3시리즈와 동일하다. 변속기는 독일 게트락의 7단 듀얼클러치를 사용한다. M3를 위해 특별히 제작한 변속기다. BMW에서도 동일한 변속기를 쓰는 차가 없다. 일반적인 BMW 변속기와 작동법이 다르다. 주차(P) 모드는 없다. 시동을 끄면 자동으로 주차모드가 된다. 몸쪽 위로 당겨 올리면 후진(R)이 되고 오른쪽으로 밀면 주행(D) 모드다. 나머지는 위로 아래로 밀면서 변속을 한다. 스티어링휠에도 패들쉬프트가 달려서 주행중에 변속을 위해 사용할 일은 거의 없다.

정차 상태에서 엔진회전수는 약 650rpm 정도에 머문다. 타코미터를 살펴보니 7200rpm 언저리에서 시작하는 옐로우존과 7700rpm에서 시작하는 레드존이 있다. 이 차의 매력을 볼 수 있는 구간이다. 고회전 대배기량 스포츠카라고 해도 8000rpm에 가까운 레드존은 놀라운 일이다. 서울에서 인제로 내비게이션을 맞추고 길에 올랐다.

아직 차와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다른 차의 속도에 맞춰 달렸다. 조금 더 큰 배기음과 묵직한 핸들링이 다를 뿐이다. 아직은 큰 매력이 드러나지 않는다. 서울 시내 구간을 빠져나가니 제법 뚫린 길이 나왔다. 가속페달을 밟고 rpm을 올리니 속도계가 끝없이 치고 올라간다. 4.0ℓ에 400마력이 넘는 스포츠카가 왜 필요하냐며 “어디서 달리려고?”라고 묻는 사람들에겐 설명하기 힘들다. 고성능 스포츠카가 꾸준히 달리기에도 좋지만 짧은 구간의 가속에서도 얼마나 큰 즐거움을 주는지, 직접 타보기 전엔 모를 일이다.

고속도로에서 벗어나 구불구불한 산길로 올라섰다. 인제의 목적지로 가기까지는 뱀꼬리처럼 이어지는 산길을 넘어야했다. 자칫 가속페달에 힘을 줬다간 뒤가 돌아갈까봐 조심스레 코너를 공략했다. 조금 더, 조금 더 힘을 줘 달리다 보니 정상을 넘을 때쯤에는 타이어에서 비명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단단한 서스펜션과 넘치는 출력은 “제발 앞차가 나타나지 않기를” 하는 바램과 함께 달리기를 이어가게 만들었다. 시트는 몸통을 꼭 잡아준다. 레이싱용 버킷시트보다는 넉넉하지만 산길을 돌아나가긴 충분하다. M 전용으로 만든 시트다. 뒷좌석은 6:4 폴딩이 가능하고 스키스루도 있어 편리하다. 고성능과 세단의 편의성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뤘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의외의 기회를 잡았다. 강원도에서 착공해 마무리 작업이 한참인 인제서킷을 돌아볼 기회가 생겼다. 시속 200㎞/h는 아무런 스트레스 없이 달려간다. 온몸을 뒤로 밀어버리는 강력한 가속성능도 드러냈다. 다소 복잡한 ‘런치컨트롤’ 기능을 사용하면 차의 성능을 극한까지 끌어올린다. 포르쉐 911에 들어있는 그 기능이 이 차에도 포함됐다. 뒷바퀴가 살짝 미끄러지면서 차는 어마어마한 속도로 튀어나간다. 어지간한 시승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가속도다. 너무도 강력한 출력을 감당할 수 있을까 두려워 차체자세제어버튼을 눌러 전자기기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내리막 코너에서 헤어핀을 통과해 돌아나가는 능력은 상상 이상이다. 패들시프트를 이용해 변속하는 순간 듀얼클러치 변속기는 기다렸다는 듯(실제로 두 개의 기어가 변속을 기다리고 있다) 엔진과 맞물린다. 9000rpm까지 허용하는 고성능 듀얼클러치 변속기다. 최근에는 포르쉐 등 많은 차에 사용되고 있지만 이 차가 첫 등장했던 당시엔 놀라운 기술이었다.

잠시 차를 세워두고 차를 다시 둘러봤다. 역시나 평범하게 생긴 외형이다. 트렁크를 열어보니 넓은 공간이 나온다. 가로·세로 30cm의 박스가 6개쯤 들어가고 위로 공간이 더 남는다. 중형세단과 비슷한 적재량이다. 보닛을 열어보니 8기통 4.0ℓ 엔진이 빼곡하게 들어앉았다. 소문대로라면 다시 보기 힘든 엔진이겠지만 신차가 나오기 전까진 알 수 없는 일이다. BMW코리아는 최근 M3를 부각시키고 있다. 내년에 선보이는 전기차 서브브랜드 ‘i’에 맞춰 고성능 서브브랜드 ‘M’역시 알려야한다는 입장에서다. 최근 국내에서 연비가 좋은 디젤 세단이 인기를 끌면서 BMW가 갖고 있는 본래의 스포츠 드라이빙을 잊지 않으려는 노력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 M3는 최근 파격적인 조건으로 주인들을 기다리고 있다. BMW의 고성능 스포츠카로 한 시대를 풍미한 4세대 M3를 들여오기에 지금처럼 현실적으로 좋은 조건이 없는 셈이다. 문제는 신차다. 어떤 모습과 엔진으로 등장할지 궁금하다. 그렇다고 해도 파격적인 조건의 4세대 M3는 매력적이다. 쉽게 살 수 없는 가격이지만 ‘신형 기다릴까, 구형을 살까’라는 고민은 누구에게나 즐거운 상상이다.

 이다일 기자 auto@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천우희 '미소 천사'
  • 천우희 '미소 천사'
  • 트와이스 지효 '상큼 하트'
  • 한가인 '사랑스러운 인사'
  • 한지민 '우아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