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석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 |
이 연구위원은 “시장이 커지면 당원이나 간부 등 북한 사회의 지배 계층이 특권과 권력을 사용해 북한 주민들을 경제적으로 지배할 가능성도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개인의 출신 성분에 따라 사회적 지위가 결정되는 북한 사회의 특성상 시장의 등장은 북한의 신분제를 더욱 강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연구위원은 “북한의 김정은 체제가 직면한 최대 고민은 사적 부문(시장)이 공적 부문을 상쇄시킨 상황에서 둘 사이의 균형을 맞추면서도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라며 “시장을 쓸어버리면 체제가 무너지기 때문에 없앨 수도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북한이 김정은 체제 출범 전인 2009년 화폐개혁을 단행한 정치적 의미도 당시 시장 활동을 통해 새로 생겨난 신흥 부유층이 김정은 체제에 부담이 될 것을 우려해 미리 담금질을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국제사회를 비롯한 국내 민간단체의 대북 지원은 시장 활성화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대북 지원 식량 및 의약품이 북한 장마당으로 흘러들어간다는 사실은 탈북자들의 증언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 북한 체제의 내구성은 경제난과 식량난을 해결하지 못하면 시간이 흐를수록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이 연구위원은 북한 체제와 주민의 역학관계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수단 중 하나로 경제적 지원과 협력을 통한 접근을 꼽으면서도 경제지원만을 정책수단으로 사용해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막연하게 기대한다면 오히려 북한 체제의 입지만 강화시키는 결과가 초래될 것을 우려했다.
이 연구위원은 “한국을 포함해 국제사회가 북한의 경제난과 식량난 완화를 목적으로 아무리 경제지원을 한다 할지라도 북한 당국에 의해 그 효과가 주민들에게 미치지 않게 된다면 대북 경제지원은 북한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데 역효과만 유발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역효과에 의해 체제 내구성은 더욱 증가할 것이며 북한에 대한 영향력 행사는 힘들게 되어 대북 정책의 실효성은 약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대북지원을 비롯한 경제적 지원은 핵문제와 국군포로 및 납북자 송환, 이산상봉 문제 등 다양한 대북제안과 연계해 복합적으로 이뤄질 때 대북정책의 실효성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이 이 연구위원의 생각이다.
김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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