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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강국의 길을 묻다] (53) 동아시아 신해양질서 마찰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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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12-03 20:03:08 수정 : 2013-12-16 08: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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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패권을 둘러싼 미·일과 중국의 대립구도가 날로 격화되고 있다. 패권국을 꿈꾸는 중국이 동아시아의 새로운 해양질서를 구축하기 위해 ‘굴기’하면서 들려오는 마찰음이다. ‘바다를 지배하는 자, 세계를 지배한다’는 힘의 논리가 깔려 있다.

일방적으로 선포한 중국 방공식별구역(CADIZ)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아시아로의 회귀’를 천명한 미국과의 충돌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한국의 입장이 자못 위태롭다. 정부는 우리 방공식별구역(KADIZ) 확대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공중급유기 한 대 없는 한국이 더 넓어진 방공구역을 제대로 지켜낼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도 많다. 한·중·일 3국의 방공식별구역 쟁탈전을 계기로 중국의 해양 패권 전략과 우리 해군의 전력 증강 현황을 점검해본다.

◆서태평양 지역에서 존재감 높이는 중국 해군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1994년 12월15일자에 그해 10월 말 미 항공모함 ‘키티호크’와 중국의 한(漢)급 핵잠수함이 서해에서 맞닥뜨렸다고 보도했다. 미 해군이 중국 해안으로부터 약 80㎞(50마일) 떨어진 공해상에서 정례적인 작전활동을 벌이던 와중에 이뤄진 우발적 사건이었다. 서방 언론들은 중국이 잠수함을 미 항공모함의 작전활동지역까지 보낸 사실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로부터 약 20년이 흐른 지금, 중국 연안을 자유자재로 휘젖고 다녔던 미국은 중국 본토에서 1000㎞(621마일) 앞까지만 다가간다. 대함탄도탄 DF(둥펑)-21 ASBM의 위협에서 벗어나려면 이보다 1000㎞쯤 더 후퇴해야 한다. 중국은 해양전력 작전반경이 늘면서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적극적 해양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서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존재감은 날로 커지고 있다. 미 해군 관측선 임페커블호에 대한 도발(2009년 3월), 중·일 간 희토류 분쟁(2010년 9월), 중국 순시선에 의한 베트남 석유가스탐사선 케이블 절단 사건(2011년 5월), 첫 항공모함 바랴크호(랴오닝으로 개명)의 성공적 시험운항과 항공모함 시대 개막(2011년 8월) 등이 그 대표적 사례들이다.

중국의 해군력 증강은 대만 문제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중국은 대만 통일에 방해되는 미 해군 항모 전단 및 잠수함의 활동을 눈엣가시처럼 여기고 있다. 이를 위한 전략적 방어 개념으로 ‘제1도련선’과 ‘제2도련선’을 상정하고 있다. 1도련선은 오키나와∼대만∼필리핀∼보르네오, 2도련선은 오가사와라제도∼마리아나제도∼팔라우로 이어지는 방어망이다.

중국은 1차로 1도련선에서 배타적 제해권을 확보한 뒤 힘이 더 커지면 2도련선까지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미국령 괌은 1000해리(1850㎞) 전수 방어구역으로 정하고 있다. 중국의 해양방어 개념은 사실상 일본 오키나와와 한국에 미군 기지를 두고 있는 미국을 겨냥하고 있다.

◆중국 해양력 증강, 해양수송로 확보·영토갈등 대비 포석도

중국의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에너지와 자원의 해외 의존도가 덩달아 높아지자 해상 수송로 확보 문제도 핵심 이익으로 부상했다. 석유로 환산한 중국의 에너지 수입량은 1990년 하루 200만배럴에서 2010년 800만배럴, 2020년엔 1320만배럴로 치솟았다. 중국은 세계 최대 상품 수출국이기도 하다. 해양력 증강은 주변국과의 영토 갈등을 겨냥한다. 중국은 남중국해의 난사(南沙)군도·시사(西沙)군도·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제도) 등에서 해상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300억t의 석유가 매장된 난사군도 해역은 포기할 수 없는 국가 이익이다.

미·일의 미사일방어(MD) 체제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으로 촉발된 불협화음이 방공식별구역을 둘러싼 갈등양상으로 번졌지만 그 밑바탕에는 중국의 이러한 야심이 자리하고 있다. 정재욱 숙명여대 안보학전공 교수는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은 그들의 지정학적 이해관계에만 관심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중국은 지정학적 열망에다 영토적 열망까지 모두 갖고 있어 향후 해상 영토 분쟁과정에서 무력충돌이 빚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 군사전문가는 “중국의 동아시아 해양 진출은 국내 불만을 외부로 돌리거나 군비확충을 꾀하는 등 다목적 포석이 깔려 있다”면서 “재정압박으로 군비축소가 기정사실화된 미군으로서도 아시아 제해권 확보에 국가적 관심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윈윈 게임’으로 보는 측면이 없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동북아, 방공식별구역 갈등 계기로 해군력 증강 가속

중국은 19세기 말 우세한 해군력으로 중국을 유린했던 서구와 일본에 설욕하려는 듯 해군력 증강에 몰두하고 있다. 일본은 중국의 용틀임에 대한 불안감을 이유로 재무장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 일본이 중국과 영유권 분쟁 중인 센카쿠제도 국유화를 단행하자 중국은 이 해역에서 무력시위를 벌였고, 그해 9월엔 항공모함 ‘랴오닝’을 진수했다. 일본은 지난 8월6일 준(準)항공모함 ‘이즈모’를 이 해역에 띄웠다.

중국은 센카쿠 해역 무력시위 와중에 우리의 이어도 해양과학기지 주변에도 군함을 보냈다. 지난해 3월에는 이어도 수역을 중국 EEZ(배타적경제수역) 관할이라고 선포한 바 있다. 중국이 일본으로부터 센카쿠제도 영유권을 탈취한다면 이어도 수역도 위험해진다.

최근 군 당국이 현재 3척인 이지스함을 6척으로 늘려 독도와 이어도를 방어하는 기동함대로 확대·재편하기로 한 것은 이러한 전력열세를 만회하기 위한 대응책이다.

군 관계자는 “연안해군에서 대양해군으로의 변화는 중국 주도의 동아시아 해양질서 재편작업 과정에서 우리의 주권과 국익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라고 말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제주해군기지의 전략적 가치와 중요성에 대한 인식의 재평가가 뒤따라야 한다”고 그는 주문했다. 3000t급 중형잠수함 도입과 아울러 장기과제로 항공모함의 도입 및 운용 가능성에 대한 냉정한 평가작업도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 군사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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