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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성 강한 옷 밀라노서 통한 듯, 이번엔 검정색에 길거리 패션 접목”

입력 : 2014-03-20 17:36:56 수정 : 2014-03-20 17:3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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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복 최초 밀라노 컬렉션 초청 강동준
요즘 추세 반영 젊은 층 대상 가볍게
밀라노 다음엔 꼭 초청 아닌 자력 진출
‘K-패션 한류’를 꿈꾸는 서울패션위크가 21일부터 6일간 축제에 빠진다. 올가을·겨울 옷차림을 미리 보는 자리다. 이번에는 5년 만에 공사를 마치고 재개관하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려 기대감을 더한다. 패션위크는 서울컬렉션 60회, 신진 디자이너를 위한 쇼인 제너레이션 넥스트 17회, 프레젠테이션 쇼 4회로 꾸며진다. 아름다운 모델들이 활보할 런웨이는 어떤 옷들로 수놓일까. 패션위크를 준비하느라 분주한 디자이너들을 미리 만나봤다. 국내 남성복 최초로 밀라노 컬렉션에 초청 받은 강동준 디자이너, 아버지 이상봉과 독립된 길을 걷겠다며 첫 시험대에 오른 이청청 디자이너가 그들이다.


수년 전부터 그의 목표는 이탈리아 밀라노 패션위크였다. 요즘은 프랑스 파리가 위협적인 상승세지만, 여전히 밀라노는 세계 남성 패션의 중심지다. 높아만 보이던 최고 무대는 뜻밖의 순간에 활짝 열렸다. 이 순간 그의 심정은 “어벙하고 얼떨떨”했다. 기쁘면서도 너무 일사천리로 진행되니 오히려 불안했다. 패션 디자이너 강동준(36)의 얘기다.

강동준의 브랜드 디그낙(D.GNAK)은 올해 1월 국내 남성복으로는 처음으로 밀라노에 초청 받았다. 게다가 마지막 날, 마지막 쇼가 주어졌다. 글로벌 패션 브랜드 육성을 노리는 서울시와 이탈리아 국립패션협회가 협업한 결과였다. 그는 현지 반응에 대해 “솔직히 만족 이상으로 좋았어요”라고 담백하게 말했다.

“제 옷이 새로운 느낌이라고 하더군요. 밀라노는 보수적인 성향인데 제 옷은 실험성이 강해서 흥미로워하더라고요. 밀라노에서 쇼를 한 번 했다는 점보다 앞으로 계속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해요. 이번에는 초청이었지만 앞으로 자력으로 갈 수 있도록 추진 중입니다.”

지금 이 순간이 그의 경력에서 중요한 분기점인 셈이다. 그는 서울패션위크에서 디그낙이 아닌 리디(RE.D)를 선보인다. 디자이너 이병대와 협업했다. 디그낙은 어둡고 해체적이다. 국내보다 반응이 좋은 해외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반면 리디는 요즘 추세를 반영해 가벼우며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다. 이번 쇼의 주제는 ‘블랙 하이브리드’. 디그낙의 정체성인 검정색에 길거리 패션을 접목했다.

강동준 디자이너는 “옷은 즐기면 되지 말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며 “서울패션위크도 다 같이 즐기는 문화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범준 기자
강동준은 요즘 화려한 커리어를 쌓으며 비상하고 있지만 시작은 고생의 연속이었다. 2006년 디그낙을 시작했을 때 인맥이 전혀 없는 데다 트렌드를 신경 쓰지 않는 성향이라 더 돌아가야 했다. 숱한 실패를 거친 지금은 “웬만한 일에 놀라지 않고, 웬만한 실패에는 다시 일어나도 되겠다” 여긴다.

“2008년부터 서울 패션위크에 섰는데 처음 4∼5 시즌은 매번 마음 졸였어요. 참가 신청을 해놓고 ‘이번에 안 되면 어떡하지’ 걱정했어요. 자금 여유가 없어서 참가 발표가 확정되고서야 부랴부랴 옷을 만들었어요. 저 스스로 ‘4주 완성 디자이너’라고 했죠.”

그는 어릴 때부터 옷에 관심이 많았다. 초등학생 때 친구가 입은 미국산 옷을 보고 이태원에 가서 발품을 팔았을 정도다.

“초등학교 1, 2학년 때 친한 친구가 굉장히 잘생겼었어요. 얘보다 튀고 싶어서 옷을 잘 입어야겠다 생각했죠. 입다보니 기분이 좋았고 옷이 사람을 바꿔주는구나 하고 무의식적으로 느낀 것 같아요.”

부모님의 반대로 대학은 동국대 독어독문과에 갔다. 1년 다니다가 몰래 자퇴하고 한성대 의상학과를 들어갔다. 결국 부모님도 두 손을 들었다. 1998년 미국 파슨스 디자인 스쿨로 유학했다. “아버지가 사자 새끼처럼 독하게 키우려 해서”인지 미국 뉴욕의 할렘에서 살았다. 한국에 돌아온 그는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마쳤다. 그는 앞으로 목표에 대해 “농담 아닌 농담으로 세계 정복”이라며 “모든 사람이 제 옷을 입는 걸 보고 싶다”고 밝혔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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