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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빛의 선물, 색채 감성 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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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3-21 21:10:38 수정 : 2014-03-21 21: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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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나라마다 문화심리 달라
활용 목적에 맞는 디자인 필요
지루하게 느껴졌던 겨울이 끝나고, 봄꽃 소식이 반갑다. 벌써 산수유와 개나리, 목련이 마른 가지와 대조적으로 고운 빛을 자랑하기 시작한다. 노랫말처럼 ‘울긋불긋 꽃 대궐’이 기대된다. 색은 빛이 만들어 내는 선물이다. 색은 우리의 감성에 풍요함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체감하는 색의 종류는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하다. 전문적인 훈련을 받거나 섬세한 감각을 지닌 사람들은 파랑색 계열로 규정되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300여 종류까지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 일반인의 경우에도 수 십 종류의 파랑색을 구분할 수 있으며, 이런 식으로 인지할 수 있는 색의 종류는 개인적인 차이는 있지만 수백에서 수천에 달한다. 하지만 인간의 눈이 감지할 수 있는 빛(가시광선)은 뇌에서 붉은 계열(R)과 초록 계열(G), 그리고 파랑 계열(B)을 감지하는 세 개의 원추 세포가 구체적으로 그 기능을 담당한다. 이러한 세 가지의 색이 정도를 달리하며, 어우러지는 결과가 우리가 눈으로 체험하고 구분하는 다양한 색의 눈부신 스펙트럼이다.

이렇게 형성된 색은 인간의 감각, 정서, 심리에 적극적 영향을 미친다. 색은 정보의 제공이라는 메시지 전달의 의미 이외에도 정서와 심리적 측면의 다양한 정보와 감성을 전달한다. 색은 인간이 정보를 제공받는 환경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색을 ‘본다’거나, ‘느낀다’는 것은 시각적, 관념적, 공감각적, 상징적, 감정적, 생리학적 효과를 수반해 단순히 이러한 자극을 눈으로 인식하고, 대뇌의 감각세포가 생물학적으로 자극을 받는 것보다 더 심오하고 복잡한 과정이다. 대문호 괴테가 “내재하는 것이 없으면 외재하는 것도 없다. 왜냐하면 내부가 곧 외부이기 때문이다”라고 했을 때, 이는 외부의 색채 자극은 내부의 반응과 긴밀한 관계에서 파악돼야 하며, 철학자 만케가 지적하듯, 외부세계에서 받은 색 자극은 내면세계(심리)의 반응과 관련돼 있다. 

우성주 한국과학기술원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문화인류학
색채 감성은 인류 문명의 변형생성과정을 통해 꾸준하게 활용됐다. 각 민족 혹은 국가는 고유의 색채 감성에 의한 문화심리를 지니고 있으며, 색채에 투영된 이러한 문화심리에 대한 포괄적인 관심은 현대 산업사회에서 높은 활용도와 광범위한 적용 가능성 때문에 그 중요성이 점차 강조된다. 색채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관심은 고부가가치산업 분야에서 더욱 중요해진다. 우리가 흔하게 접하는 자동차의 색채에도 소비자의 감성적 욕구가 반영된다. 자동차 회사는 소비자의 감성 욕구에 따른 맞춤형 색상을 디자인하고, 색채에 따른 차체의 디자인도 고려의 대상으로 삼는다. 자동차 선진국의 경우는 더욱 전략적이다. 초고부가가치의 자동차 모델의 경우 타깃 시장을 구성하는 집단의 색채 감성에 대한 정밀한 조사가 필수적인 것은 물론이다. 서구 시장에서 흔하게 보는 노란색 자동차가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것은 특정한 사회문화 색채 감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대표적 백색 가전제품인 냉장고의 경우에도 소비 시장의 특성에 따른 색채 감성 조사가 중요한 고려의 대상이 되고 있다.

빛의 조화로 만들어지는 색채 감성은 대체적으로 6단계의 구성에 의해 형성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1단계는 생물학적 반응이며, 원형적 인류보편 색채 감성으로 분류된다. 2단계는 집단 무의식 감성으로서, 인류 공통적 요소이다. 3단계는 특정한 문화권의 전통과 가치에 의한 요소로서, 집단 학습의 대상이다. 4단계는 보다 구체적인 사회의 문화 조건과 연관된다. 5단계는 시대의 트렌드와 유행이며, 6단계는 개인적인 체험에 의해 구성된다. 결국 현대 산업사회에서 사회문화적 조건으로서 색채 감성은 4∼5단계에 집중되며, 특정한 집단과 사회의 문화적 조건에 대한 문화이해능력과 더불어 글로컬리티(Glocality)에 접근하는 지역 사회문화 연구가 병행돼야 한다. 개인적 치유와 관련된 접근이라면, 가중치로서 6단계에 대한 치료적 접근이 중요한 조건이 돼야 할 것이다. 색채 감성의 중요성은 사회문화적 조건과 환경에 대한 접근 시각의 범주만큼이나 그 활용 목적에 따라 상대적인 설계와 디자인에 의해 수행돼야 한다.

‘색각이상자의 문화콘텐츠 이용편의성 증대를 위한 기술개발 연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필자가 체감하는 색채 감성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정보왜곡은 색채가 지닌 감성의 중요성에 대한 깊은 관심을 깨닫게 한다.

우성주 한국과학기술원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문화인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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