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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과 거리패션이 만난 ‘작은 파격’

입력 : 2014-03-27 21:37:01 수정 : 2014-03-28 08: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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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본 올 가을·겨울 트렌드 너무 심각하면 지루하다. 날아갈 듯 가볍기만 하면 금세 잊혀진다. 진중한 기본 위에 유머와 파격을 양념처럼 가미해야 한다. 고급예술이 B급 문화의 경쾌함을 끌어안는 순간 여유로움이 배가된다. ‘2014 가을·겨울 서울패션위크’를 수놓은 옷들에서는 이런 경향이 두드러졌다.

서울패션위크가 26일을 끝으로 6일간의 축제를 마무리했다. 이번 행사에는 신규 참가 84개 업체, 재참가 41개 업체 등 해외 바이어 125곳이 찾아 K-패션을 주시했다. 이번 시즌 작품들에서는 세계적인 미니멀리즘의 유행으로 단순한 옷선 위에 재미와 유머가 곁들여졌다. 정장과 운동복, 정장과 캐주얼처럼 상반되는 옷들이 이종교배하듯 하나의 옷차림으로 녹아들었다. 다양한 소재와 색상을 모자이크처럼 섞어 쓰는 경향도 여전했다. 서울패션위크 런웨이를 통해 올 가을·겨울 나타날 옷차림을 미리 만나봤다.

◆고급과 거리 패션의 만남…패션의 이종교배

정장 바지에 운동화와 백팩, 보테가베네타 가방에 유니클로 티셔츠는 이제 당연한 조합처럼 받아들여진다. 서울패션위크 런웨이도 이 같은 경향의 자장 안에 있었다. 정두영 디자이너는 “이번 시즌 경향은 하이브리드(혼성) 또는 컨버전스(융합) 스타일링”이라고 정리했다. 클래식한 재킷에는 점퍼를 덧입거나 운동화를 신고, 편한 점퍼에는 넥타이를 매는 등 다양한 스타일이 섞인 차림새가 인기를 끌었다. 고정관념의 경계가 허물어진 셈이다.

정 디자이너는 “디자이너의 성향, 소비자의 욕구가 다양해져 예전처럼 바지통이 일제히 넓어지는 식으로 한 디자인으로 몰리는 현상은 줄었다”며 “옷 하나하나의 세부요소보다 여러 옷을 조합시키는 착장이 더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이런 경향이 나타나는 이유로는 경기침체를 들었다. 옷 하나를 놓고 다양하게 입으려 고민하다보니 이질적인 요소가 섞인 차림새가 나왔다는 것. 패션에 새로움이 줄어들면서 전형적인 옷차림보다 새로움, 재미, 작은 파격을 보여주려는 욕구도 커졌다. 

올해 패션위크는 다양한 무늬의 향연이 두드러졌다. 사진은 박승건 옷.
서울패션위크 제공
런웨이를 오간 남성복은 강한 남성성을 유지하면서도 재단 방식, 무늬, 색상에 변화를 줘 여성성을 접목했다.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 박연주 국장은 “남성복이 기존 보수적인 틀을 벗어나는 것 같다”며 “정장의 기본 형태를 가져가면서도 재단 방식을 새롭게 하거나 지퍼·배색 등의 세부 요소를 사용하고 검정 바탕에 녹색이나 빨강색을 넣어 남성복이 덜 보수적이고 다양해졌다”고 전했다.

여성복은 세계적 유행인 미니멀리즘이 이어졌다. 소년답거나 넉넉한 모양새가 주류였다. 옷선은 곡선보다 직선으로 떨어지고 허리가 드러나지 않는 옷이 대부분이었다. 

‘2014 가을·겨울 서울패션위크’에서는 기본에 재미나 파격을 가미하거나 이질적인 요소를 결합시킨 옷들이 눈길을 끌었다. 사진은 왼쪽부터 권문수, 구연주·최진우, 최철용 디자이너의 작품.
서울패션위크 제공
◆카모플라주·기하학…화려한 무늬의 향연


스마트 미디어가 발달할수록 차가운 미래지향보다 과거의 향수를 길어올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세계적으로 고급패션에 거리 패션의 요소가 유행인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1980∼1990년대 힙합문화나 거리 문화가 재해석돼 패션에 반영되고 있다. 고태용 디자이너는 “거리패션의 요소가 다시 돌아온 것 같고 남성·여성복 모두 무늬가 들어온 옷들이 강세였다”고 밝혔다.

이번에는 카모플라주(군복 위장 무늬)를 변형시킨 디자이너들이 많았다. 무늬뿐 아니라 어깨·허리 견장 같은 군복의 세부 요소를 차용하기도 했다. 카모플라주 외에도 선과 점으로 이뤄진 기하학적 무늬, 유머러스하고 경쾌한 무늬 등 디자이너의 개성이 반영된 문양이 무채색의 옷감을 수놓았다.

여전히 검정·회색의 어두운 무채색이 주류였지만 진한 녹색·적색·청색 의상도 종종 눈에 띄었다. 가을·겨울에 맞춰 모, 실크 등 다양한 소재들이 사용됐다. 특히 틀이 잡히고 건축적·구조적 느낌을 주기 위해 네오프렌(합성고무), 본딩(원단에 스폰지 덧댄 소재) 등의 소재가 많이 쓰였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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