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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종일 “조선여인은 진정한 아름다움 가꿀 줄 알았어요”

입력 : 2014-04-01 20:46:42 수정 : 2014-04-02 13: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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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나우서 2일부터 22일까지 전시회 여는 사진작가 우종일 사진작가 우종일(57)은 한국여자보다 예쁜 사람은 없다고 단언한다. 미국생활 20년의 결론이다. 그것도 조선시대 여인네다. 부친의 사업 실패로 스무살 되던 해에 가족과 이민을 떠났던 그는 하루에 서너 개 일터를 전전하며 삶을 단련해야 했다. 대부분 육체노동이었지만 그의 몸속에서는 오히려 그림쟁이의 혼이 꿈틀거렸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그는 미대에 진학한다. 3학년 즈음에 붓과 씨름하기엔 현실이 너무 버거웠다. 궁여지책으로 다소 학비가 저렴한 다른 대학 사진과로 옮겼다.

학교에 다니면서도 모델 사진을 찍어 돈을 벌었다. 그의 적극적인 성격이 삶을 헤쳐나가게 했다.

“무작정 패션쇼 백스테이지에 잠입해 모델들의 사진을 찍었어요. 모델들은 당연히 패션쇼에 초대받은 사진작가로 여겼고요.”

비록 프레스 카드는 없었지만 그는 사진과 삶에 대한 정면승부라 생각해 당당하게 행동했다. 부끄럽거나 주저함은 그저 사치에 지나지 않았다. 모델들은 사진이 잘 나오면 보내달라고 했고,입소문이 퍼지면서 돈벌이가 됐다. 여기저기서 주문이 쇄도했다.

일거리가 생긴 것이다. 패션사진은 항상 시즌을 앞당겨 일을 해야 했기에 겨울에는 따듯한 나라로 원정 쵤영을 가야 했다. 자연스럽게 여러 나라를 여행하는 기회가 됐다. 그러면서 그는 순수 누드사진 작업을 병행했다. 자연풍광이 인체의 자연미에 눈을 뜨게 해 준것이다.

“누드사진은 저를 지탱해 주는 존재 의미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올해로 27년째가 됐습니다. 그런 기회들이 오히려 한국 여인의 미를 재발견하게 만들었지요.”

돌사진과 인물사진을 교집합한 작품 앞에 선 우종일 작가. 자신의 감각을 전적으로 신뢰한다는 그는 화려함보다는 묵직함에 방점을 찍고 있다.
그는 한국 여인이 아기자기하고 매력적이라고 강조했다. 손도 크고 털도 많고, 거친 피부를 가진 서양 여성에 비해 인형 같다고 했다.

“아름다워지려는 것은 여성의 본능이라지만 한국 여성들이 좋은 얼굴을 가지고도 왜 성형을 하는지 의구심이 듭니다. 안 되겠다 싶어 한국 여성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작업을 하자고 결심을 하게 됐습니다.”

그는 우선 품격 있는 몸단장에 신경을 섰던 조선 여인에 초점을 맞췄다. 의상을 통해 조선여인이야말로 진정한 아름아움을 가꿀줄 아는 이들이었다는 것을 통찰하게 됐다. 궁중드레스의 품격은 압권이었다. 기생옷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길거리에서 모델을 캐스팅했다. 서구적 형태의 예쁜 여자는 우선 제외했다. 통상적인 관점에서의 잘생겼냐 못생겼냐의 기준에서도 탈피했다. 쌍꺼풀이 없는 유니크한 얼굴을 골랐다. 눈꼬리는 위로 올라간 토종 미인들이다.

“우리의 미적 시선이 너무 서구화 됐음을 알아야 합니다. 서구인들은 오히려 토종미인들에 매력을 더 느끼고 있습니다. 잃어버린 우리의 미적 시각을 되찾아야 할 때지요.”

이 같은 맥락에서 그는 조선 여인에 무게감을 두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사진에 시간성(역사성)을 부여하는 나름의 방식을 취한다. 돌을 찍어 인체사진에 가미를 한다.

“오랜 세월 바닷물에 부대껴 조약돌이 된 것들이지요. 몽돌해수욕장 등에서 가져와 스튜디오에서 촬영을 합니다. 옥돌을 사서 쓰기도 하지요..”

누드사진과 옷 입은 사진을 적절히 혼합한 작품. 전문 컬렉터들로부터 회화적 맛이 난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돌의 음영을 모자이크식으로 인물사진에 덧입히는 방식이다. 명암 대비로 형체가 드러나게 된다. 멀리서 보면 흑백사진 같지만 가까이서 바라보면 색을 가진 돌의 디테일을 느낄 수 있다.

“돌로 그림을 그린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관람객들은 그림으로 착각을 하지요 회화적인 맛이 느껴집니다.”

그의 누드사진은 특별하다. 옷을 입고 찍은 사진과 옷을 벗고 찍은 사진의 적절한 교집합을 꾀한다. 부분 합성으로 보일 것과 감출 것을 더 극대화하는 방법이다. 회화적 방법이다. 한지 프린팅도 그런 맛을 더하고 있다.

“보이는 것 그대로가 아닌 그 너머의 상상력을 자극해 줍니다. 동양화에서의 전신사조와 같은 것이지요.”

그는 어설픈 성형 얼굴은 일종의 짝퉁으로 보편성을 상실한다고 말한다. 전통적 미인의 얼굴이 세계적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보편성이라 했다.

“한국 냄새 등 자국의 고유문화만이 세계가 공감하는 보편성이 될 수 있습니다. 그것의 촉매자가 예술가지요.”

그는 7년 전 부터는 상업사진에서 손을 떼었다. 남의 일만 한다는 허탈한 생각도 한몫했다. 결정적인 계기도 있었다.

“컬렉터들이 제 사진을 1000만원 넘게 사주기 시작하면서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최소한 그만큼의 가치를 만들어 줘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었지요.”

이런 노력 덕에 그의 사진 값은 떨어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꾸준히 오르고 있다. 100호 기준으로 2000만원대에 육박하고 있다. 묵직한 그의 작업에 컬렉터들이 답을 하고 있는 것이다. 2∼22일 갤러리 나우. (02)725-2930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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