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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소폰 공연에 승객들 댄스파티… 영일대 등 야경 명소 관람

입력 : 2014-04-03 21:56:57 수정 : 2014-04-04 11: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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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른 여행 ‘포항 한밤愛’ 열차 타보니
지난달 14일 경북관광순환테마열차 코스 중 하나인 ‘포항 한밤愛(애)’ 열차(사진)가 출발하는 동대구역.

열차 출발 시간인 오후 7시가 가까워지자 연인, 가족 단위, 여고 동창 모임 여행객까지 삼삼오오 1번 플랫폼으로 모여든다. 엄마 품에 꼭 안긴 아이부터 머리 희끗희끗한 노부부까지 연령대도 다양하다. 이날은 총 39명이 여행에 참가했다.

‘빠앙’ 하는 기적소리를 내면서 출발한 기차는 철로 마디를 따라 덜컹대며 그리 빠르지 않은 속도로 움직인다. 아직 해가 짧아 창밖은 어두컴컴하지만 간간이 보이는 농촌의 불빛이 정겹다. 어느새 기차 안은 승객들이 풀어놓은 음식 냄새로 가득 찬다. 공연이 열리는 3번 칸은 이미 시끌벅적하다. 칸 한가운데 임시로 마련된 공간에서 색소폰 연주자 3명이 쉴 새 없이 연주를 이어간다. 인기곡인 ‘내 나이가 어때서’가 흘러나오자 흥에 겨운 승객들의 즉석 댄스파티가 이어진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도 마이크를 꼭 붙들고 한 곡조씩 뽑아내는 즉석 노래자랑도 뒤를 잇는다.

여행에 참가한 김선득(60)씨는 “조용히 앉아서 가는 기차여행이었다면 지루할 뻔했다”며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고 말했다.

이러기를 두 시간여, 기차는 벌써 포항역에서 멈춰선다. 1945년 7월 준공된 이후 거의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포항역은 시골 간이역처럼 아담한 내부지만 현대식으로 깔끔하게 정돈돼 있다. 역 앞에 대기하고 있던 버스에 올라 10분여를 이동하면 포항운하 유람선 선착장에 다다른다. 약 46명이 탑승할 수 있는 연오랑호는 바다 냄새가 물씬 풍기는 운하를 따라 유유히 포항의 도심 한가운데를 가로지른다. 운하 양쪽으로 산책을 나온 포항시민들이 반갑게 손을 흔들기도 한다. 유람선 뒤 공간은 포스코 공장의 멋진 조명을 배경으로 한 ‘포토존’이 된다. 박경옥(31·여)씨는 “포항과 가까운 대구에 살면서도 이런 야경이 있는지는 몰랐다”며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연오랑호는 동양 최대 규모의 어시장이라는 죽도시장을 돌아 다시 선착장으로 돌아온다.

다시 버스에 오르면 이번엔 해상누각이 세워진 영일대해수욕장으로 이동한다. 지난해 북부해수욕장에서 이름을 바꾸면서 영일대 해상누각 건립 및 주변 도로 정리를 마쳤다. 경복궁 경회루를 본떠 만들었다는 영일대 해상누각은 주변 조명과 어우러져 낮에 보는 모습과는 또 다른 운치를 뿜어낸다. 100여m에 이르는 다리를 건너 누각 2층에 오르자 시원한 바닷바람이 분다. 누각 아래로는 수면 위로 비친 조명들이 파도를 따라 넘실댄다. 이렇게 40여분 동안 포항의 정취를 감상하다보면 일정은 모두 끝이 난다.

대구로 돌아오기까지 약 5시간30분의 짧다면 짧은 여정이지만 포항의 멋을 느끼기에, 또 기차여행이라는 여유로움과 느긋함 속에 가족·친구들과 그동안 미뤄놨던 대화를 오순도순 나누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시간이다.

대구=이정우 기자 woo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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