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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화·여신상·무릉도원… 亞! 흥미롭다

입력 : 2014-04-09 21:05:42 수정 : 2014-04-09 21: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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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화정박물관, 전근대 아시아 유물전
5명의 무사들이 거대한 거미를 제압하고 있다. 칼, 바윗덩이, 횃불 등을 손에 들었다. 19세기 일본에서 제작된 판화지만, 그림의 내용이나 화려한 색을 사용한 것이 마치 현대의 괴수 만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도자기 표면에 매화가 한가득 피었다. 까만 바탕이라 매화의 흰 빛깔이 더욱 도드라져 굉장히 화려한 느낌을 준다. 청나라 시대에 만들어진 이 유물이 보여주는 선명한 색의 대비는 우리 도자기와는 인상이 다르다. 외국 유물을 대할 때면 우리 유물과는 확실히 다른 감흥에 젖게 된다. 같은 소재를 다루었다고 해도 표현 방식에 차이가 있다. 유물에 집약된 인식과 사상, 역사, 미의식이 다르기 때문일 터다. 낯설기 때문에 “이게 뭔가” 싶어질 때가 없는 건 아니지만 수백년 전 각 지역에서 꽃피웠던 문화의 다양성, 이채로움에 빠져드는 즐거움이 크다. 전근대 아시아의 유물을 모은 작지만 알찬 전시회가 국립중앙박물관과 화정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각 박물관의 다른 전시실 유물과 비교해가며 감상하면 더 흥미롭다.

◆국립중앙박물관, 아시아 문화의 이해를 넓히다

6월22일까지 상설전시관 테마전시실에서 ‘아시아 미술 新(신) 소장품’을 연다. 중국, 일본, 인도·동남아시아 미술품 66점을 모았다.

중국의 유물 중에는 무덤에 넣은 다양한 껴묻거리가 눈길을 끈다. 1∼2세기 후한 시대에 제작된 ‘누각 모형’은 3개의 부분으로 구성되며 조립하면 4층이 된다. 지붕의 처마 끝에 4개의 꽃 모양 장식을 붙였고, 2층과 4층에 인물상도 배치했다. 누각 모형은 한대의 실제 건축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돼 왔지만 최근에는 망자의 사후 영생을 기원하는 신선사상이 반영된 관념적 건축이라는 설도 제기되었다. 8세기 초 당나라의 ‘인물상’은 통통한 얼굴에 수염이 없고, 화장을 한 흔적이 있다. 남성 복장을 했지만 여성을 표현한 것으로 판단하는 근거다. 당시 북방민족의 문화가 유입되면서 여성도 승마를 즐기면서 편하게 남장을 했다고 한다. 오른손에는 매를 앉혔는데 여성들도 즐긴 매사냥의 풍속을 반영한 것이다. 

도연명이 노래한 무릉도원의 이미지를 시각화한 중국 청대의 ‘도화원도’는 동양의 낙원사상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화정박물관 제공
일본 작품 중에는 미인을 그린 판화가 있다. 도리이 기요나가는 미인화로 유명하다. ‘기요나가풍’의 미인은 키가 크고 늘씬해 신체 비율이 좋다. 18세기 말 작품인 ‘등나무 밑의 여인’에 이런 면모가 분명하다. 바람에 날리는 옷자락을 급히 잡았으나 하얀 발목이 드러나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기요나가와 동시대를 산 스즈키 하루노부, 기타가와 우타마로의 미인화도 감상할 수 있다.

인도의 여신상은 매우 육감적이다. 풍만한 가슴은 그 위에 늘어뜨린 목걸이로 인해 돋보이고, 몸매는 요즘 여성들도 부러워할 만한 ‘S라인’이다. “인간 신체의 감각적 아름다움은 영혼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표현한 것”으로 여겼던 관념이 투영된 결과다.

이 전시회를 보고 나면 같은 건물 3층의 아시아관을 꼭 들러보자. 아시아 각 국의 유물을 더욱 풍부하게 감상할 수 있다. 인도·동남아시아실은 간다라 미술품에다 최근 마투라 조각품을 더해 인도 불교문화의 양대 축을 보여준다. 중국실에서는 상주시대의 청동기 문화부터 만나는 게 가능하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원나라 도자기를 가장 많이 접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신안선 발굴로 2만여점을 소유해 세계 최대의 원대 도자기 박물관이 됐다. 일본실은 독특한 무대문화와 조각예술을 보여준다. 무료. (02)2077-9000. 

 
여신상은 인간 신체의 감각적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이 영혼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드러내는 것으로 여겼던 인도의 미의식이 반영된 작품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당나라 시대에 제작된 ‘껴묻거리’인 인물상은 남성 복장을 하고 있지만 화장의 흔적 등을 볼 때 여성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화정박물관, 꽃과 나무로 만나는 사계절

올해 내내 ‘사계화훼’ 특별전이 열린다. 화정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중국 청대의 회화, 공예의 대표적인 작품들이 전시된다. 각종 기물에 표현된 꽃과 나무를 사계절에 따라 분류하고, 그 속에 담긴 장수, 자손의 번성, 출세 등의 의미를 짚어본다.

따뜻한 봄이 한창인지라 복숭아꽃이 흐드러진 ‘도화원도’에 눈길이 간다. 작자 미상의 작품으로 도연명의 ‘도화원기’ 속 무릉도원의 이미지를 표현했다. 푸른색을 띤 산과 바위, 우뚝한 소나무와 꽃을 피운 복숭아나무, 그 속의 사람들을 표현한 그림은 동아시의 낙원사상을 시각화하고 있다. 여름하면 7∼8월에 화려한 연꽃이다. 송나라의 유학자 주돈이는 ‘애련설’에서 “진흙 속에 났지만 물들지 않는다”며 연꽃을 ‘꽃 중의 군자’라 했다. 코뿔소뿔을 이용해 연잎 모양으로 표현한 잔은 효과적인 조형을 보여준다. 가을에는 국화, 겨울에는 대나무가 딱이다.

특별전시실을 나오면 바로 한국 근현대의 화훼화 16점을 모은 기획전시실을 만나게 된다. 김기창의 ‘장미’, 장우성의 ‘매화’ 등 16점의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 사계화훼전의 작품과 비교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화정박물관은 ‘탕카’(라마교 사원의 벽이나 본당의 정면에 걸어 예배에 사용하는 탱화)의 소장처로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한국, 중국의 화훼 작품들을 둘러보고 1층 전시실의 탕카 작품들을 보면 보다 알찬 관람이 될 것이다. 4000원. (02)2075-0114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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