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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신선이 술병을 던졌을까…

입력 : 2014-04-10 21:53:00 수정 : 2014-04-11 01: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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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 고인돌과 병바위 고창에서는 ‘돌’을 쫓는 것도 흥미로운 여행 테마가 된다. 이곳에는 전 세계를 통틀어 최고 밀집도를 보이는 고인돌 유적이 있고, 또 기이한 경관을 지닌 암봉·바위도 여럿이다.

흔히 거석문화 유적이라고 하면 영국이나 칠레의 것들을 떠올리게 되는데, 고창 고인돌 유적도 그 못지않게 인류가 소중히 보존할 만한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다. 고인돌 유적은 200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고, 2011년 5월 세계적인 여행안내서인 미슐랭 가이드 한국판은 이곳에 세워진 고인돌 박물관에 만점인 별 세 개를 줬다. 평소 우리에게 익숙해 스스로는 제 가치를 알지 못하는 것이 있는데, 고창 고인돌이 바로 그런 경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초등학교 교과서에서부터 등장하고 한국의 서남해안에서 많이 발견돼 우리는 그 소중함을 모르고 있었지만, 자기 땅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유적에 파란눈의 외국인들은 탄성을 연발하며 열광한다고 한다.

고인돌은 ‘고여 있는 돌’을 뜻하는 우리말. 약 3000년 전인 청동기 시대 무덤의 흔적이다. 돌의 크기는 다양한데, 신분과 지위가 높을수록 큰 돌을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창에는 이런 고인돌이 무려 1600기가 넘는다.

특히 죽림리와 도산리 일대에는 총 447기의 고인돌이 발견됐다. 고인돌이 이렇게 밀집 분포된 경우는 전 세계에 유례가 없다. 또 이곳처럼 탁자식, 바둑판식, 개석식, 지상석곽식 등 다양한 형태가 함께 발견되는 경우도 없다고 한다. 예전에 이 마을 주민들은 밭을 일구고 길을 내며 방해가 되는 큰 돌들을 치워버리곤 했는데, 그중에는 고인돌도 적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문화관광해설사인 강희석(65)씨의 설명이다. 그때 사라진 고인돌까지 합치면 원래 600여기는 족히 되었을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탁자식 고인돌’의 원래 모습을 완벽하게 유지하고 있는 도산리 고인돌.
고인돌 박물관 인근 유적지에는 6개의 탐방 코스가 마련돼 있다. 1∼5코스는 고창천의 물길을 따라 늘어서 있는 고인돌을 돌아보게 되는데, 전체 길이는 1.7㎞ 정도다. 6코스는 박물관 반대편에 훌쩍 떨어져 있다. 고인돌 사이를 걸으며 3000년 전 이곳에 살았던 청동기 시대 사람들의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면 어느새 묵직한 세월의 무게가 느껴진다.

6코스 모두 각각의 특징이 있지만, 가장 눈길을 끄는 지역은 3코스와 6코스다. 3코스에는 수풀로 뒤덮인 너른 구릉에 128기의 고인돌이 흩어져 있는데 풍광이 가장 빼어나다. 6코스에는 도산리 고인돌로 불리는 ‘탁자식 고인돌’이 남아 있다. 가장 멋진 형태의 고인돌로, 판석을 받친 고임돌의 높이가 1.6m에 달한다. 그 오랜 시간을 지내오며 어떻게 애초에 만들어진 그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지 감탄스럽기만 하다.

고인돌은 작은 것이 수십t, 큰 것은 140t에 달한다. 청동기 시대 사람들은 이 거대한 돌을 어떻게 쪼개고, 어떻게 운반했을까. 박물관 자료에 따르면 겨울에 바위벽에 구멍을 뚫고 물을 부어 얼려서 금이 가게 했고, 다시 수십명이 통나무 위에 얹어 줄을 연결해 끌었다는 게 학자들의 추론이다. 그러나 현대 사람들이 이 방식 그대로 재연해 봤으나, 거석을 운반하기가 여의치 않았다고 한다. 풀리지 않은 이런 궁금증이 보태져 고인돌 유적은 더욱 진귀한 존재로 대접받고 있다.

고창에는 기이한 형상의 암봉이 유난히 많은데, 가장 특이한 것은 병바위다. 우뚝 솟은 모습이 마치 술병을 거꾸로 꽂은 듯하다고 해서 이 같은 이름이 붙었고, 수많은 전설도 서려 있다.
고창에는 고인돌뿐만 아니라 색다른 형상과 범상치 않은 기운을 지닌 돌과 바위가 유난히 많다. 고창의 진산(鎭山)인 선운산도 기묘한 형상의 바위가 많기로 널리 알려졌으나, 가장 독특한 암봉이라면 인천강이 흘러가는 아산면 반암리에 자리한 병방위가 아닐까 싶다. 병바위는 거꾸로 꽂은 술병 모양을 한 바위인데, 그 옆에는 소반처럼 생긴 ‘반암(盤岩)’과 곡식을 재는 말(斗) 모양을 한 ‘두락암(斗洛岩)’도 있다. 병바위는 강 건너편 구암리 마을회관 쪽 제방길에서 봐야 그 전체 윤곽이 잘 잡힌다. 여러 전설을 품은 병바위 일대는 ‘명당 중의 명당’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풍수가들은 이곳이 ‘금 소반과 옥 술병’을 뜻하는 ‘ 금반옥호(金盤玉壺)’ 혹은 ‘신선이 취해 누웠다’는 뜻의 ‘선인취와(仙人醉臥)’의 명당이라고 평한다고 한다.

병바위 옆 두락암도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풍경이다. 두락암의 직벽에는 ‘두암초당’이라는 손바닥만 한 정자 하나가 아슬아슬 매달려 있다. 바위의 형상도 여간 기이한게 아닌데, 어떻게 절벽 중간 작은 동굴에 정자를 들였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고창=글·사진 박창억 기자 daniel@segye.com

여행정보(지역번호:063)=서울에서 출발한다면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내려가다 선운사나들목이나 고창나들목으로 나오면 된다. 선운산의 도솔암과 도솔천 내원궁, 천마봉 그리고 미당 서정주 시 문학관, 판소리 여섯마당을 집대성한 신채효의 고택 등도 고창의 명소다. 고창의 별미로는 풍천장어를 꼽는다. 선운사로 드는 길목인 아산면 삼인리 일대에 장어구이집이 즐비하다. 맛의 우열은 구분하기는 어렵고, ‘할매집’(562-1542), ‘용궁회관’(562-6464), ‘신덕식당’(562-1533) 등이 널리 알려져 있다. 요즘 장어 값이 많이 올라 1인분에 3만2000원이나 한다. 복분자술 1병은 1만원선. 학원농장에서는 보리비빔밥, 메밀국수 등을 맛볼 수 있다. 선운산 초입에 ‘선운산 관광호텔’(561-3377)이 있고, 고창읍내와 선운산 입구에 모텔과 여관 몇 곳이 있다. 읍내 ‘모양성 모텔’(561-5009)과 ‘꿈의 궁전’(561-6561)이 오래 되지 않아 깔끔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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