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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죽음에 감춰진 혼돈스런 사회적 죽음

입력 : 2014-07-17 20:02:26 수정 : 2014-07-17 20: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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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문학상 받은 최지월 ‘상실의 시간들’
“사람의 죽음은 신체의 기능 정지라는 자연의 현실과 사회적 인격의 소멸 사이를 가로지르는 일련의 사건이다. 죽은 사람에겐 정지한 몸의 현실에 맞춰 정신을 조정할 힘이 없으니, 다른 사람이 그걸 해줘야 한다. 누군가 죽은 사람을 죽여야 한다.”

죽은 사람은 누군가 다시 죽여야 죽는다. 얼핏 보면 모순된 문장이지만 올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상실의 시간’(한겨레출판)을 들여다보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최지월(42·사진)의 이 장편은 평범한 죽음이 치러내야 하는 사회적 절차와 그 과정의 복잡한 이면을 끈질기게 그려나간 작품이다. 어머니가 심근경색으로 어느날 새벽 갑자기 돌아가셨다. 아버지는 군인 출신으로 가장의 기득권과 위세만 부릴 줄 알지, 아내는 물론 세 딸들에게도 살가운 존재가 아니었다.

화자는 세 자매 중 둘째, 백수 상태에서 글을 쓰는 석희다. 언니 소희는 호주로 결혼 이민을 갔고 뒤늦게 장례식장에 나타나 울어 쌓는데 결국 현실적인 뒤치다꺼리는 모두 둘째의 몫이다. 유난히 사랑을 받았던 막내 은희는 홀로 세상을 다 잃은 것처럼 슬퍼하지만 그 슬픔을 독점하려는 이기적인 속성 때문에 둘째는 옆에서 힘들다. 상조회사 의전관은 사사건건 비용을 따지고 아버지는 이를 다시 따진다. 형식적인 조의를 표하면서 유가족을 죄인 취급하는 교회 사람들도 어이없기는 마찬가지다. 

아버지는 ‘철이 없고’, 언니나 동생은 어머니를 ‘다시 죽이는 데’ 관심이 없고, 주변 사람들은 진정성 없이 형식적으로 공격하고 상처를 준다. 작가는 예전 공동체 사회가 기능할 때는 더불어 장사를 치렀지만 파편화된 사회의 병원 장례식장에서 치러내는 죽음의 절차는 혼돈스럽다고 말한다. 2년 전 65세를 일기로 돌아가신 어머니를 제대로 보내기 위해 1년 동안 두문불출하며 써낸 글이 당선작이 됐다. 어머니 사후 49일째부터 100일까지의 이야기로 이어지는 구성이다.

최지월씨는 “세상의 다수는 평범한 사람이니, 평범한 죽음 또한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로서 소설이 될 수 있겠다 싶었다”고 말한다.

그는 “평범하게 누군가를 상실한 경험이 있는 독자가 이 책을 읽고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면, 그래서 그랬다고 말해준다면 기쁘고 보람이 되겠다”고 작가의 말에 썼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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