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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그리운 … 기기묘묘 ‘현무암 협곡’

입력 : 2014-07-17 21:17:02 수정 : 2014-07-17 21: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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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만년 전 용암 흘러내려 생성된 현무암 침식지역…
‘마른 장마’로 시원한 폭포 볼 수는 없지만 햇살에 빛나는 녹음 아름다워
여름철 오락가락하는 빗줄기는 여행에 걸리적거릴 때가 많지만, 오히려 비가 와야 더 빛을 발하는 풍광이 있다. 바로 현무암으로 이뤄진 협곡과 폭포다. 구멍이 숭숭 뚫린 현무암 지대는 물이 땅속으로 워낙 잘 스며들어가 제법 많은 양의 비가 내린 직후가 아니면 시원하게 흐르는 물줄기를 만나기 어렵다. 그래서 현무암 지대를 찾을 때는 꼭 비 오기만을 기다려 그에 맞춰 가는 사람도 있다.

경기도 포천군의 한탄강 유역에는 현무암이 빚은 비경이 곳곳에 숨겨져 있다. 지금은 북한 땅인 강원도 평강군에서 발원해 서쪽으로 흐르는 한탄강은 포천 땅에서 40㎞의 물길을 이룬다. 그런데 포천 지역을 흐르는 한탄강 유역에는 무려 다섯 개의 국가문화재가 지정돼 있다. 천연기념물이 3곳, 명승이 2곳이다. 포천은 여기에 3개를 더해 ‘한탄 팔경’이라고 부르고 있다.

상류에서부터 하류까지 물길 따라 번호를 매긴 한탄 팔경은 1경 대교천 현무암 협곡, 2경 샘소, 3경 화적연, 4경 멍우리 주상절리대, 5경 교동가마소, 6경 비둘기낭, 7경 구라이골, 8경 아우라지 베개용암이다. 이 중 1·6·8경이 천연기념물이고, 3·4경이 명승이다. 8경 중 가장 경관이 빼어난 곳은 단연 비둘기낭과 구라이골이다. 또 나머지 6경은 한탄강 본류를 끼고 있는 반면 비둘기낭과 구라이골은 한탄강의 지천에 형성되어 물이 더 귀하다. 비가 온 날이라면 이 두 곳을 여정의 앞순위에 놓아야 하는 이유다.

경기도 포천의 한탄강 유역에 형성된 비경 중 하나인 비둘기낭. 2년 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이곳은 용암이 굳은 현무암 지형이 침식되며 생긴 협곡이다. 비가 내린 직후에는 안쪽 동굴 위 폭포가 힘찬 물줄기를 내뿜는다.
희한하고 기이한 풍경을 지닌 구라이골이 아직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 것은 그 주변이 워낙 정비가 되지 않았고, 외부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탓이 아닐까 싶다. 8경 중 다른 곳은 이정표와 안내판 정도는 설치돼 있지만, 구라이골에는 아무것도 없다. 전화로 시청 담당자의 설명을 듣고 뙤약볕 아래서 몇 시간을 헤맸지만, 도저히 입구를 찾을 수가 없었다. 한탄강 하류 홍수조절댐이 건설되며 구라이골을 잘 아는 주민이 살고 있었다는 주유소와 슈퍼마켓도 철거됐다. 결국 퇴근길에 들른 시청 담당자의 안내를 받고서야 겨우 구라이골에 들어갈 수 있었다.

구라이골은 창수면을 흐르는 운산천이 한탄강에 합류하는 지점에 형성된 현무암 협곡이다. 창수면 운산리의 운산정수장에서 87번 국도 건너편으로 100m쯤 개망초를 헤치고 들어가야 한다. 수풀 왼쪽을 잘 살피면 다른 곳에 비해 덜 가팔라 겨우 내려갈 수 있는 입구가 있다. 전체 길이는 400m쯤 되는데, 여름철에는 수풀이 우거져 위에서 보면 그 아래 협곡이 있는지 알 길이 없다. 한탄강 위에 놓은 영노교를 지나 건너편에서 보면 한탄강변에 병풍처럼 놓인 현무암 절벽 사이로 갈라진 틈이 보이는데, 그 안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게 구라이골이다.

수십만년 전 용암이 흘러내려 생성된 구라이골은 매우 기기묘묘한 형상을 하고 있다. 이와 비슷한 것을 본 적이 없어 무엇과 닮았다고도 표현을 못 하겠다. 태초의 신비가 담긴 미지의 공간이라고 해야 할까. 현재 개망초 등 수풀을 걷어내고 탐방로와 편의시설을 설치하는 자연생태공원 조성 공사가 시작됐는데, 올 연말쯤 마무리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면 틀림없이 이곳에도 탐방객들의 발길이 이어질 것이다.

한탄 8경 중 7경인 구라이골. 태초의 신비가 깃든 미지의 공간이다.
201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며 지금은 포천의 대표명소로 대접받고 있는 비둘기낭도 2007년쯤부터 언론을 통해 외부에 알려지기 전에는 지금의 구라이골과 형편이 별반 다르지 않았다. 지금은 나무데크와 계단이 깔끔하게 설치돼, 굽 높은 구두를 신은 여성들도 찾아 전망대에서 기념사진을 찍는다. 비둘기낭은 영북면 대회산리의 대회산천 하류에 자리한 현무암 침식지형으로, 구라이골보다 규모가 훨씬 더 크다. 길이 400m에 이르는 협곡의 높이는 수십 m에 달하고, 폭포와 동굴까지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마른 장마’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로 올해는 장마철인데도 비 구경하기가 어렵다. 포천 일대에는 올여름 유난히 비가 적었다고 한다. 그래서 비둘기낭 폭포는 메말랐고, 구라이골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가뭄이 해소될 정도로 비가 내려 메마른 대지를 적시면 포천의 구라이골과 비둘기낭 폭포도 한층 더 매혹적인 풍광을 뽐낼 것이다.

포천=글·사진 박창억 기자 danie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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