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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나무 녹색합창… 잠시 여름을 잊습니다

입력 : 2014-07-17 21:14:32 수정 : 2014-07-17 21: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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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수목원·아트밸리… 포천 명소들 포천시는 자신들의 관광자원을 소개하며 ‘무궁무진’이라는 수식어를 사용하고 있다. 과장된 표현이지만, 그렇게 자부해도 좋을 정도로 포천에는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넘쳐난다.

서울에서 출발해 남양주시와 인접한 포천의 서쪽 경계를 넘어 창문을 열자 향긋한 전나무 향이 차 안에 가득해진다. 포천의 명소 중 하나인 국립수목원에 가까워진 것이다. 이곳은 1999년 국립수목원으로 승격되기 전까지 광릉수목원으로 불렸다. 광릉은 어린 조카인 단종의 왕위를 빼앗은 조선 7대 임금 세조와 정희왕후가 함께 묻힌 곳이다. 조선 왕실에서는 광릉을 중심으로 사방 15리(약 3600ha)의 숲을 능의 부속림으로 정해 조선말까지 철저히 보호했다. 이 숲은 일제 강점기에는 임업시험림으로 지정됐고, 광복 후 혼란기나 6·25전쟁 중에도 훼손되지 않았다. 이렇게 540여년간 사람 손을 타지 않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도 지정됐다. 예전에 교과서에 자주 등장한 딱따구리 사진이 촬영된 곳도 바로 광릉 숲이 아니던가.

포천 국립수목원의 서편에는 600m에 달하는 전나무 숲길이 조성돼 있다. 수령 90년이 넘는 전나무가 빽빽이 들어선 이곳은 따가운 햇볕을 가려주고 청신한 향이 가득해 여름철에도 찾는 사람이 많다.
수목원은 이 부속림의 일부다. 수목원은 시험림까지 포함해 전체 면적이 총 2118ha(약 660만평)에 달한다. 수목원에서 가장 정취가 빼어난 곳은 육림호에서 산림동물보전원(동물원)에 이르는 600m의 전나무 숲길이다. 이곳에는 1927년 오대산 월정사 일대에서 가져다 심은 전나무들이 빼곡히 들어서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싱그러운 나무향이 가득한 데다 따가운 햇볕까지 피할 수 있어 여름철에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다. 서울 시내에서 1시간30분 거리에 이토록 장대한 전나무숲이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데, 일반 관람객에게 공개한 지는 4년밖에 되지 않았다. 반달가슴곰 우리에서 백두산호랑이 우리로 이어지는 숲길도 걸을 만하다. 호랑이와 곰들이 늘어지게 낮잠을 즐기고 있는 우리를 반환점 삼아 돌면 다시 전나무 숲길로 내려오게 된다.

신북면 기지리의 포천아트밸리는 버려졌던 폐채석장이 근사한 친환경 문화예술공간, 관광상품으로 탈바꿈한 곳이다. 이곳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천주호라는 에메랄드빛 호수. 화강암을 깎아내며 생긴 높이 50m 암벽 아래 웅덩이에 샘물·빗물이 고이며 1급수의 호수가 생겨 중국 유명 관광지의 장대한 협곡을 연상시킨다. 인간이 망가뜨린 공간을 자연 스스로 정화해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낸 것이다. 천주호 주변에 천문과학관, 조각공원, 공연장, 전망대 등이 설치됐고 천주호까지는 모노레일로 오른다. 2009년 개관한 아트밸리는 재활용을 통한 성공적인 환경 복원 사례로 중학교 과학 교과서에도 실릴 정도로 전국적인 명소가 됐다.

포천의 동북쪽 끝에 자리한 산정호수는 우리 귀에 익숙한 여행지다. 산정호수는 일제 강점기인 1925년 농업용수로 활용하기 위해 광덕산에서 내려오는 물길을 막아 저수지를 만들며 생긴 호수다. 산정호수가 1977년 국민관광지로 지정될 정도로 일찌감치 명성을 얻은 것은 주위를 두른 명성산, 망봉산의 암릉이 호수와 어우러져 빚어내는 경치 때문이다. 몇해 전에는 산정호수 주변을 도는 5㎞ 남짓한 둘레길도 조성돼 나무데크 위를 걸으며 암봉이 호수면에 반영되는 빼어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요즘 포천에 가뭄이 계속되며 산정호수도 물이 많이 줄어들어 좀처럼 그 진면목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해질녘이나 이른 아침, 잔잔한 호수면이 펼쳐내는 평화로운 정취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포천아트밸리의 천주호. 폐채석장에 물이 고여 생긴 호수다.
산정호수까지 갔다면 평강식물원도 빼놓을 수 없겠다. 명성산 자락에 들어선 평강식물원은 원래 지형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암석원·이끼원·연못정원 등 12개의 아름다운 생태정원을 꾸며 놓았다. 개병풍·노란만병초·조름나물 등 멸종위기식물을 보유하고 있어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식물 서식지 외 보전지역에 포함되기도 했다.

서울에는 열대야가 시작됐다는 소식이 들려왔지만, 한밤중 산정호수 아랫마을은 한기를 느낄 정도로 기온이 내려갔다. 모닥불이 아니었다면 노천카페에 앉아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지 못했을 것이다. 도시에서 너무 더워 잠 못 이루는 밤이 계속된다면 이곳으로 피서를 와도 좋지 않을까 싶다.

포천=글·사진 박창억 기자 daniel@segye.com

◆ 여행정보(지역번호:031)=가족여행이라면 포천의 숙소로 꼽을 만한 곳은 지난해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마치고 재개관한 ‘한화리조트 산정호수 안시’(534-5500)다. 맑은 호수로 이름난 프랑스의 휴양도시 ‘안시’에서 이름을 따 왔다. 원래 있던 수영장은 없애고 다양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다목적 공간을 만들었다. 숙박을 하지 않더라도 매끄러운 온천수를 사용하는 리조트온천 사우나는 이용할 만하다. 한탄강을 끼고 있는 포천에는 민물매운탕집이 많은데, ‘샘물매운탕’(533-6880)이 유명하다. ‘원주파주골순두부’(532-6590)는 직접 만든 순두부와 보리밥을 산나물과 함께 차려 낸다. 산정호수에서 포천의 대표 계곡인 백운계곡도 멀지 않다. 한탄강 협곡 사이를 내려가는 래프팅(540-6130)도 즐길 수 있다. 국립수목원은 인터넷으로 사전예약을 해야 입장할 수 있으며, 일·월요일에는 문을 닫는다. 한탄팔경에 대한 정보는 포천시청 문화관광과(538-2106)에서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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