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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임명장 주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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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7-20 22:58:17 수정 : 2014-07-20 22:5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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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주의란 뭘까. 어떤 상당한 거리감이 우선 느껴진다. 갑과 을, 상하 관계 등에서 삼팔선 같은 선이 그어져 있다는 거북한 느낌. 감히 넘다가는 불경죄에 걸리는 레드라인 같은 것.

건물이 위압적인 것은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한 장치다. 청와대는 어느 나라에 뒤지지 않는다. 백악관의 총면적은 7만3000㎡, 청와대가 25만㎡이다. 인구와 국력을 뺀 단순비교로도 세 배가 넘는다. 덩치가 작은 사람이 큰 차를 타는 것은 인지상정이니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 문제는 대통령과 참모들 사이의 거리다. 미국 백악관이나 프랑스 엘리제궁, 영국 다우닝가 10번지는 참모들의 방이 바로 붙어 있다. 멀어도 5m가 안 된다. 청와대가 500m이니 백배나 더 먼 거리다.

그래서 이런 일도 벌어진다. 김기춘 비서실장이 국회에서 보고했다. “서면보고를 안보실장이 올리자마자 10시15분에 대통령께서 전화를 주셔서… 저희들이 계속 20∼30분 단위로 문서로 보고를 드렸다. 그 당시에 대통령이 어떤 일정이 있는지 저하고 관계된 일정 외에는 잘 모르겠다.” 지난 4월16일 그날이다. 단원고 학생 등 300명이 넘는 생명이 진도 앞바다로 스러진 날, 비서실장은 대통령과 너무나 먼 곳에 있었다. 요즘은 달라졌을까.

대통령과 비서실장, 장관의 거리는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그제 박근혜 대통령이 2기 내각 장관 등에게 임명장을 주었다. 장관과 함께 서울대 총장, 국정원장은 대통령으로부터 6m 정도의 거리에서 부동자세로 서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 때 임명장을 주는 거리는 3m 정도였다. 대통령과 장관 간 거리가 현 정부에서 두 배 멀어진 셈이다. 이 정부에서 장관이 대통령에게 대면보고도 못한다는 아우성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새롭게 추가된 무대 시설이 있다. 바로 붉은색 카펫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붉은색 카펫 위에 서 있었다. 이것은 지난해 3월 임명장을 수여하는 날에는 없었다. 지난해 12월 복지부 장관 임명 때 등장했다. 비서실장이 허태열에서 김기춘으로 바뀌어서 그런가.

대통령과 임명장 받는 사람을 구분 짓는 그런 무대장치, 대통령과 참모 간 거리를 더 멀어지게 하는 발상을 낸 사람은 누구일까. 미국 대통령의 ‘주먹인사’에 시기심이 생겨서인지 모르겠다. 임명장을 주는 장면의 신문 사진을 보고 불현듯 솟아오른 소회가 그렇다.

백영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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