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이지만 처벌규정 없어 방치··· 시민의식 개혁·제도 보완 시급 비가 내린 뒤 맑게 갠 27일 정오쯤 경기 남양주시에 위치한 남한강 자전거길 주변 식당가. 서울에서 자전거를 타고 나온 시민들이 속속 식당으로 들어갔다.
유니폼을 맞춰 입은 라이더(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땀을 식히면서 맥주를 마시거나 막걸리를 주문했다. 점심 식사를 겸한 반주였지만 일부 시민은 불콰한 얼굴이었다. 한 달에 두세 번 지인들과 서울 용산구에서 남한강 자전거길을 따라 팔당댐 인근까지 자전거를 탄다는 직장인 이모(29)씨는 “한 잔하게 되면 다리 통증도 사라지고 땀 흘린 데 대한 보상을 받는 것 같다”면서 “반주를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씨는 “자전거길 주변에 술을 파는 가게가 속속 들어서고 있어 유혹을 뿌리치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27일 경찰에 따르면 자전거는 도로교통법상 자동차, 건설기계, 원동기장치 자전거와 함께 ‘차’로 분류된다. 도로교통법 제50조 8항에 따르면 술에 취한 상태에서는 자전거 운전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자전거 음주운전은 명백한 불법이다.
하지만 처벌 조항이 없는 훈시 조항이기 때문에 경찰관이 현장에서 이를 적발했다고 하더라도 처벌할 수는 없다. 독일, 네덜란드 등 선진국에서 자전거 음주운전으로 적발되면 벌금을 매기고 자동차 운전면허 취소까지 할 수 있다.
음주 자전거 운전자가 늘면서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다. 15년째 주말마다 자전거를 탄다는 조모(55)씨는 “최근 이곳(남한강 자전거길)이 유명해지면서 술을 파는 곳이 많이 늘어났고 성남, 반포, 올림픽공원 등 자전거 도로가 있는 곳이면 어디서나 술을 마시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며 “자전거를 타다 큰 사고를 당한 경험이 있어 항상 주의를 기울이는데 저렇게 술을 마신 사람들에게 부딪히게 될까봐 두렵다”고 말했다.
경기 남양주시 남한강 자전거길 주변에서 자전거를 타고 나온 시민들이 술을 마시고 있다. |
전문가들은 자전거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올바른 시민의식 함양과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만정 한국자전거단체협의회 회장은 “국회에서 2년째 계류 중인 자전거 음주운전 처벌 규정을 정비해 통과시키고, 캠페인을 통해 음주운전의 위험성을 지속적으로 상기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이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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