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안전 팽개친 '자전거 음주운전' 위험천만

입력 : 2014-07-27 19:24:52 수정 : 2014-07-28 11:10:49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남한강 자전거길 주변 식당가, 라이더들 삼삼오오 모여 술잔
불법이지만 처벌규정 없어 방치··· 시민의식 개혁·제도 보완 시급
비가 내린 뒤 맑게 갠 27일 정오쯤 경기 남양주시에 위치한 남한강 자전거길 주변 식당가. 서울에서 자전거를 타고 나온 시민들이 속속 식당으로 들어갔다.

유니폼을 맞춰 입은 라이더(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땀을 식히면서 맥주를 마시거나 막걸리를 주문했다. 점심 식사를 겸한 반주였지만 일부 시민은 불콰한 얼굴이었다. 한 달에 두세 번 지인들과 서울 용산구에서 남한강 자전거길을 따라 팔당댐 인근까지 자전거를 탄다는 직장인 이모(29)씨는 “한 잔하게 되면 다리 통증도 사라지고 땀 흘린 데 대한 보상을 받는 것 같다”면서 “반주를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씨는 “자전거길 주변에 술을 파는 가게가 속속 들어서고 있어 유혹을 뿌리치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강과 낙동강 등 4대강 자전거 도로가 이어지고 라이더들이 늘면서 자전거 관련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교통사고로 자전거 운전자 281명이 숨졌고, 1만2406명이 부상했다. 같은 해 고속주행이 많은 오토바이(이륜차) 운전·동승자 사망자 수는 491명이었다. 자전거 안전사고 발생이 증가하면서 ‘음주 라이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현행법에는 술을 마시고 자전거를 타는 것은 불법인데도 처벌할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없어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7일 경찰에 따르면 자전거는 도로교통법상 자동차, 건설기계, 원동기장치 자전거와 함께 ‘차’로 분류된다. 도로교통법 제50조 8항에 따르면 술에 취한 상태에서는 자전거 운전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자전거 음주운전은 명백한 불법이다.

하지만 처벌 조항이 없는 훈시 조항이기 때문에 경찰관이 현장에서 이를 적발했다고 하더라도 처벌할 수는 없다. 독일, 네덜란드 등 선진국에서 자전거 음주운전으로 적발되면 벌금을 매기고 자동차 운전면허 취소까지 할 수 있다.

음주 자전거 운전자가 늘면서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다. 15년째 주말마다 자전거를 탄다는 조모(55)씨는 “최근 이곳(남한강 자전거길)이 유명해지면서 술을 파는 곳이 많이 늘어났고 성남, 반포, 올림픽공원 등 자전거 도로가 있는 곳이면 어디서나 술을 마시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며 “자전거를 타다 큰 사고를 당한 경험이 있어 항상 주의를 기울이는데 저렇게 술을 마신 사람들에게 부딪히게 될까봐 두렵다”고 말했다. 

경기 남양주시 남한강 자전거길 주변에서 자전거를 타고 나온 시민들이 술을 마시고 있다.
대부분 라이더들이 교외에서는 빠른 속도로 자전거를 타기 때문에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팔당 자전거길 주변에 위치한 한 자전거 수리점 관계자는 “거의 매일 한두 건은 안전사고가 발생하고 있다”며 “하지만 음주에 대해서는 정부 기관이 단속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과음만 아니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도 양수리의 한 식당 운영자는 “여름에는 맥주가 많이 팔리고, 봄·가을에는 막걸리가 많이 팔린다”고 말했다. 그는 “2011년 10월 자전거길 개통식 때 당시 대통령과 청와대 관계자, 의원들도 자전거 타고 와서 모두 술을 마시고 갔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식당 벽에는 당시 행사 때 정부 관계자들이 회식을 하는 사진이 걸려 있었다.

전문가들은 자전거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올바른 시민의식 함양과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만정 한국자전거단체협의회 회장은 “국회에서 2년째 계류 중인 자전거 음주운전 처벌 규정을 정비해 통과시키고, 캠페인을 통해 음주운전의 위험성을 지속적으로 상기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이재호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정은채 '반가운 손 인사'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