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多파는 작은 슈퍼마켓… 춤·노래 넘쳐 ‘마을 사랑방’

관련이슈 강주미의 올라 카리베

입력 : 2014-08-07 22:15:37 수정 : 2014-12-22 17: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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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미의 올라 카리베] <26> 도미니카공화국의 콜마도
‘남미’라는 단어에서 연상되는 이미지로 ‘열정’을 빼놓을 수 없다. 음악, 춤, 축제가 머릿속에 떠오른다. 브라질에 삼바가 있다면, 도미니카공화국에는 ‘바차타’와 ‘메렝게’가 있다. 모두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생겨난 음악인데, 바차타는 4분의 3박자고, 메렝게는 4분의 4박자다. 현지 사람들은 음악만 들으면 구분해서 춤을 춘다. 길에서든 레스토랑에서든 어디서든 물어보면 춤을 가르쳐 준다. 나는 현지인들처럼 구분하긴 힘들고, 살짝 빠르면 메렝게이고 살짝 느리면 바차타로 알아듣는다. 기본 스텝은 쉬운데, 이들처럼 부드러운 몸놀림이 되진 않는다. 음악을 크게 틀어 놓고 대낮부터 춤판이 벌어진 곳이 있어서 들어갔다. 코너에 있는 ‘바’인데, 바 하나 빼고는 텅빈 공간이다. 문도 유리창도 없이 뻥 뚫린 공간이다. 더위에 지쳐 있었기에 맥주 한 병을 시켰다. 사람들은 음악에 맞춰 몇몇이 짝을 이뤄 춤을 춘다. 메렝게나 바차타는 꼭 둘이 춰야 하는 춤이다.


노부부의 춤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할아버지가 예전에 학교 선생님이셨단다. 마이크로 소개를 하고는 노래를 부탁하는 한 아저씨도 손님이다. 할아버지의 음성이 울려 퍼지는데, 춤만 잘 추는게 아니었다. 멋진 노래 실력을 자랑하고는 또 할머니와 여유롭게 춤을 춘다.

노부부의 춤이 보기 좋았다. 마이크를 쥔 아저씨는 가게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나를 소개해 줬다. 한국인이라고 하니, 바로 ‘강남스타일’을 찾아서 틀어주었다. 나 대신에 젊은 여자가 따라 부르며 춤을 췄다.

도미니카공화국에만 있는 특이한 문화를 꼽으라면 나는 단연코 ‘콜마도’라고 말하겠다. 콜마도는 동네 작은 슈퍼마켓을 말하는데, 보통의 슈퍼마켓이 아니다. 무엇이든 들어주는 마법이 이뤄지는 곳이며, 도미니카공화국의 문화가 녹아든 곳이다. 동네 사람들은 대부분 콜마도에서 술을 마신다. 당연히 음악과 춤도 함께한다. 모든 물건들을 대부분 다 팔고 있으며, 술자리와 음악과 춤이 있는 것이다.

도미니카공화국의 슈퍼마켓인 콜마도.
콜마도를 관찰하면 도미니카공화국의 문화를 알 수 있다. 춤과 현재 유행하는 음악을 알 수 있고, 술은 어떻게 마시는지도 알 수 있다. 맥주는 ‘프레시덴테’라는 맥주를 가장 선호한다. 작은 병에서 1000ℓ짜리까지 다양하지만, 일회용 컵에 마신다. 병맥주의 찬기운을 오래 보존하기 위해 종이봉투에 싸놓고 컵에 따라 마신다. 여기서 또 하나 말하고 싶은 것은 심각한 일회용품 낭비다. 너무 많은 일회용품을 사용하고 있으며 쓰레기는 아무 데나 버려진다. 개발도상국은 환경을 생각할 여유가 없나보다.

맥주의 온도가 조금만 올라가도 마시지 않는다. 전기 사정이 좋지 않은 도미니카공화국에서는 정전이 자주 되지만, 콜마도의 맥주 냉장고 전기는 나가지 않는다. 전기가 하루에 한 번씩 나가는 동네도 콜마도에 가면 냉장고에는 불이 들어와 있다. 이곳 사람들은 럼도 맥주만큼 사랑한다. 럼은 ‘바르셀로’와 ‘브루갈’이 가장 인기가 있다. 럼은 콜라에 타서 얼음을 섞어 마시는 칵테일을 선호한다. 이것도 콜마도에서 마실 수 있다.

독특한 생활공간인 콜마도는 동네 사랑방과 같은 역할을 한다.
집에서 콜마도에 전화를 하면 껌 한 통도 배달해 준다. 여기서 도미니카공화국의 전화 체계를 알 수 있다. 집전화로 콜마도에 전화하는 비용은 무료다. 콜마도뿐만 아니라 집전화끼리는 무료로 할 수 있다. 휴대전화에 전화를 걸려면 비싼 요금제에 가입해야 하므로 대부분은 휴대전화에 걸 수 없다.

콜마도의 배달문화는 오토바이를 통해서 이뤄지는데, 이를 통해서는 교통수단을 알 수 있다. 교통비가 생각보다 비싸고, 가고 싶은 곳까지 가기 힘들기 때문에 오토바이를 많이 탄다. 대중교통인 버스는 가장 싸지만 노선이 별로 없다. 그래서 많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이 택시처럼 생긴 ‘데레초’다. 데레초는 직진이라는 뜻으로 진짜 직진코스로 운행이 된다. 갈아타면 또 요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원하는 곳까지 가려면 돈이 많이 든다. 그래서 오토바이인 ‘모토’를 이용한다. 모토는 콜마도에서 불러주기도 하고, 길거리에도 많다. 개인이 타는 오토바이도 있지만, 모토가 주류를 이룬다. 가스 배달도 모토가 해 주는데, 가스통을 한손으로 잡고 아슬아슬하게 운전을 한다.

데레초는 택시처럼 지붕 위에 택시마크가 있지만 택시는 아니다. 진짜 택시는 승용차처럼 생겼고, 앞유리창에 택시회사가 표시되어 있다. 데레초는 초록색 지붕과 노란색 지붕으로 홀짝수 날을 다르게 운전한다. 오늘이 초록색이면 내일은 노란색이다. 다른 색의 차를 운행하면 불법이란다. 데레초는 일반 승용차 크기지만 운전사를 포함해서 7명이 탄다. 보조석에 2명이 앉고, 뒷 좌석에 4명이 앉는다. 그렇게 앉기 싫다면, 두 명분의 요금을 내고 혼자서 앞에 탈 수도 있다. 그렇게 타는 사람을 본 적은 없다. 보조석에 2명이 타면 기어변속기에 한 사람이 걸터 앉게 된다. 그러면 앞에 3명이 나란히 앉는 것이다. 나는 데레초와 ‘구아구아’라는 미니버스를 이용한다. 구아구아는 버스노선도 많고 시외 노선도 있어 많이 이용하게 된다. 

택시처럼 생겼지만 택시는 아닌 데레초.
데레초가 가능한 이유는 산토도밍고에 일방통행이 많기 때문이다. 시골 마을에는 구아구아나 데레초가 없는 경우도 많다. 그럴 경우에는 모토밖에 없다. 한번은 데레초를 탔는데, 차 밑에 구멍이 크게 나 있어서 발이 안 빠지도록 조심한 적도 있다. 굴러가는 게 신기한 차들이 대부분 데레초다. 밖에서 문이 안 열리는 데레초는 운전사가 손수 열어줘야만 탈 수 있다. 데레초 운전사는 가는 방향을 가르키며 검지손가락을 펴들고 소리를 쳐 사람들을 모은다. 사람이 다 차면 출발한다. 덩치 큰 사람이 한 명이라도 타면 힘든데, 3명이나 그런 사람이 타면 엉덩이를 반도 걸치지 못 하고 숨죽여 가야 한다.

7명을 꽉 채우고 운행하는 데레초.
그래도 새로 타는 사람에게는 “살루도”라고 인사를 잊지 않는다. 건강하라는 뜻으로, 타는 사람도 안에 있는 사람도 같이 “살루도”라고 인사를 한다. 힘들고 지쳤다가도 이런 사람들을 보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길을 지나갈 때는 모르는 사람들도 “올라”를 외치며 인사를 한다.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인사를 하면 “코모 에스타(Como esta)”라고 안부를 묻는 사람들이 정감이 간다. 점점 이곳 사람들에게 빠져든다. 콜마도에서 보내는 시간이 점점 길어져 간다.

강주미 여행작가 grimi7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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