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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경제인 안 보이는 경제살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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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8-19 22:46:22 수정 : 2014-08-19 22:4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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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살리자는 데 정치권력에 불편한 경제인들은 방관
관료들에 의존 말고 대통령이 결단해야
대통령이 경제를 살리자는 데 크게 호응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장관과 공무원들이 설레발을 치고 있다. 눈을 크게 떠봐도 관변단체장 정도다.

질책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11일 “정치가 국민을 위해 있는 것이지 정치인들 잘살라고 있는 게 아닌데, 지금 과연 정치가 국민을 위해 존재하고 있느냐”라고 말했다. 국회를 향한 화살이다. 굳이 표적을 찾자면 19개 경제법안의 통과를 가로막고 있는 야당이다.

하지만 대통령은 면죄부를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을 갖게 된다. 과거에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대통령이 비난을 감수하고 앞장섰다.

1961년 국가재건최고회의를 이끌던 박정희 의장은 정당성 확보가 시급했다. 민심을 붙잡는 게 관건이었다. 세금포탈 기업인들에 대한 처벌 카드를 뽑았다. 매출액 상위 기업 총수 11명을 부정축재자로 구속해 본때를 보였다. 박수가 쏟아졌다. 그렇지만 경제는 악화일로였다.

그해 6월까지 일본에 머물면서 눈치를 보던 이병철 삼성사장이 귀국했다. 그는 최고회의에 의해 부정축재 제1호로 지목돼 있었다.

박 의장이 ‘1호’에게 물었다. 이 사장은 처벌 대신 경제 건설의 일익을 담당하게 하는 것이 국가에 이익이라고 답했다. 경제인들에 대한 선처를 에둘러 요구한 것이다.

서슬 퍼렇던 박 의장은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할 것이라며 거절했다. 그러자 이 사장은 국가의 대본에 필요하다면 국민을 납득시키는 것이 바로 정치라고 반박했다.

두 사람은 다시 만났다. 이 사장은 경제인들에게 벌금 대신 공장을 건설케 하고 그 주식을 정부에 납부토록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국가 건설에 기여했는지 평가받을 기회를 달라는 것이었다.

박 의장은 재차 국민이 납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필요한 경우 국민을 납득시키는 것은 바로 정치일뿐더러 경제인을 유효적절하게 활용하여야만 경제 건설이 가능하다고 설득했다. 

한용걸 부국장 겸 사회부장
두 마리 토끼를 쫓던 박 의장이 결단을 내렸다. ‘투자혁명’이라는 법령이 선보였고, 최고회의가 의결했다. 투자혁명은 부정축재자를 처벌하는 대신 그들에게 경제 발전을 이끌 기회를 제공한 정치적 결단이었다. 돈을 버는 데 사활을 건 경제인들을 앞세워 경제 건설에 나선 것이다. 경제인들은 공장 건설에 주력했다. 이 사장은 민간외자도입교섭단을 구성해 미국으로 날아가 미8군 사령관이었던 밴 플리트 장군을 만나 투자지원 협조를 요청했다. 박 의장(대통령 신분)은 몸소 독일로 뛰어갔다. 한국 현대사에서 눈여겨볼 정치적, 경제적 반전은 이렇게 해서 이뤄졌다. 박 의장의 결단과 이어진 경제인들의 숨가쁜 노력을 보면서 이 사장은 호암자전에서 말했다.

“한국경제에 대한 한 가닥 안도와 희망을 갖게 됐다.”

오늘날 경제를 살리는 데 필요한 경제인들은 어디에 있는가. 교도소 아니면 병원이다. 그도 아니면 재판정과 교도소를 오가는 도로 위에서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칭병을 이유로 은둔하고 있는 경제인도 제법된다. 수사선상에 오른 경제인들은 한숨만 쉬고 있다. 억울함을 하소연하는 기업인이 한둘이 아니다. 한 대기업의 임원은 기자에게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한 턴 돌았으니깐 이번에는 괜찮겠죠.” 정치권력에 대한 불편함의 다른 표현이다.

“경제를 살리겠다고? 정치인들끼리 잘해봐라.” 그들의 속내를 여과 없이 표현하면 이런 게 아닐까. 경제인들이 방관자적인 눈치보기를 하고 자기보호적인 울타리를 둘러치고 있는 한 경기를 황소처럼 일으켜세우기가 쉽지 않다.

대통령이 결단해야 한다. 묘책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경제 촉수가 예민한 사람들에게 물어야 한다. 관료들에 의존해서는 흉내내는 데 그칠 뿐이라는 게 여러 번 입증되었다.

아널드 토인비는 말했다. “역사라는 수레바퀴를 진보와 발전의 방향으로 이끌어나가는 것은 창조적 소수이다.” 왜 박 의장인들 민심을 항상 등에 업고 싶지 않았겠는가.

한용걸 부국장 겸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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