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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브레이브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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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8-24 21:31:41 수정 : 2014-08-24 21:3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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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의 꽃’.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축구 월드컵이나 영국과 맞붙는 럭비 대항전에서 이 노래를 목청껏 부른다. 원래 대중가요였지만 사실상의 국가로 채택됐다. “언덕과 골짜기에서 싸우다가 죽어간 사람들… 에드워드 군대를 맞아 맞서 싸운 사람들… 낙엽은 쌓였지만 아직 우리의 땅은 우리의 것이 아니라네… 고향으로 돌아가 그 사람들을 다시 생각하라….”

우리 애국가와 달리 호전적이고 비장한 것은 역사와 무관하지 않다.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는 우리와 일본 관계 이상이다.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영국과 프랑스가 축구 경기를 하면 프랑스를 응원한다. 그만큼 반잉글랜드 정서가 심하다. 노래의 배경은 1314년 벌어진 배넉번 전투다. 에드워드는 당시 영국왕이었다. 그는 스코틀랜드의 영웅 윌리엄 월리스를 능지처참했다. 스코틀랜드의 국가는 한마디로 “아픈 과거를 잊지 말자”이다.

영화 ‘브레이브하트’는 배넉번 전투를 장엄하게 그려낸다. 1995년 개봉된 이 영화에서 멜 깁슨이 윌리엄 월리스를 열연했다. 저항군 지도자와 스코틀랜드 용사들의 투지는 눈물겹다. 굶주림과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긴 창 같은 재래식 무기로 기마병을 앞세운 잉글랜드 군을 무찌른다. 간계로 사로잡힌 월리스가 처형 직전 의연하게 “조국에 자유를!”이라고 외치는 순간, 관객들은 숨을 죽인다. ‘검은 치마의 숙녀들’. 스코틀랜드 보병은 1차 세계대전 때 그렇게 불렸다. 전통치마를 입은 스코틀랜드 병사들은 총탄이 빗발쳐도 전진했다. 브레이브하트, 즉 용감한 심장은 스코틀랜드 사람들에게 바치는 헌사로 지나침이 없다.

스코틀랜드는 배넉번 전투 직후 독립의 꿈을 이뤘지만 1707년 잉글랜드에 병합돼 오늘에 이르렀다. 끊임없이 무장투쟁으로 독립을 꿈꾼 스코틀랜드가 이번에 투표로 승부에 나선다. 내달 18일이 독립을 위한 주민투표날이다. 투표 용지에 쓰인 “스코틀랜드는 독립국이 돼야 하는가?”에 찬반만 표시하면 된다.

배넉번 전투가 일어난 지 올해 700주년 되는 해다. 독립 추진파들은 잉글랜드의 압정에 맞선 배넉번 전투의 정신을 기리자고 외친다. 그러나 여전히 독립반대파가 더 많다. 700년 전과 싸움판이 달라진 것이다. 이유는 경제적 문제다. 독립하면 북해 유전의 지분 90%를 차지할 수 있으나 영국의 파운드화를 사용하지 못하는 결정적인 취약점이 있다. 현대는 뜨거운 심장만으론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다. 용맹한 스코틀랜드 사람들에겐 너무나 안타깝지만.

백영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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