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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올드보이 국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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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8-26 21:50:54 수정 : 2014-08-26 21:5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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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꿈나무들이 큰 일을 해냈다. 29년 만에 리틀야구 월드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12세 이하 서울시 대표로 꾸려진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이 지난 25일 열린 2014 리틀야구 월드시리즈 결승에서 미국의 시카고 대표팀을 꺾고, 1984년과 1985년 연속 우승 이후 역대 세 번째 정상 고지를 밟았다. 지역 예선을 포함해 11전 전승의 완벽한 우승이다. 한국 리틀야구팀은 158개팀밖에 안 된다. 700여개 팀이 등록되어 있는 일본, 2만개가 넘는 팀이 있는 미국을 차례로 꺾어 더욱 자랑스럽다.

각 분야에서 미래를 기약하며 땀을 흘리는 꿈나무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예체능계의 꿈나무들이 활발하다. 국기 대접을 받는 축구도 예외가 아니다. 어린 선수들이 나라 안팎에서 명예와 부를 꿈꾸며 실력을 갈고닦고 있다. 그런데도 어찌된 일인지 축구계가 선수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35살 이동국, 34살 차두리가 다시 국가대표로 복귀했다. ‘올드보이의 귀환’을 마뜩잖아 하는 시각이 있지만 이동국 같은 공격수, 차두리 같은 수비수가 없으니 어쩔 수 없다. 프로팀은 외국인 용병을 영입해 쓰면 되지만 국가대표팀은 그럴 수도 없다. 한국 축구의 슬픈 현실이다.

한국 정치의 현실은 더 캄캄하다. 믿을 만한 재목이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얼마든지 외부에서 데려다 쓸 수 있다. 언제 어디서든 적당한 사탕발림과 삼고초려 같은 약간의 품만 들이면 스카우트해 올 수 있다. 그러나 일단 영입만 하면 그걸로 끝이다.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꾸준한 관심과 지원 같은 것은 없다. 기량을 발휘해 제자리를 찾는 것은 전적으로 본인의 몫이다. 특정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인재가 정치에 발을 들여놨다가 본전도 못 찾고 나가 떨어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한국 정계에서 외부 수혈은 끊임없이 이뤄지지만 어지간하면 아는 사람들끼리, 친한 사람들끼리 꾸려나간다. 핑곗거리가 궁색해지면 남들이 알아본다는 인지도를 내세운다. 물레방아를 돌려도 여러 차례 돌리고 흘러간 올드보이들이 다시 돌아오는 이유다. 75세 청와대 비서실장, 71세 여당의원, 71세 민화협 대표상임의장, 77세 주일한국대사, 여기에 78세 한국관광공사 감사까지. 국민의 민심을 함께 담는, 모든 세대를 포용하는 용광로 정치를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왕 국가의 부름을 받았으니 국가대표로서 맡은 바 직무에 최선을 다해주기를 바랄 수밖에.

김기홍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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