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병 사건 현장검증을 하고 있는 가해자들. |
27일 오후 군인권센터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소재 센터에서 브리핑을 갖고 28사단 윤모 일병 폭행 사망사건과 관련해 사건 당일 의무대에 입실해 있던 김모 일병의 증언을 공개했다.
김 일병은 윤 일병이 의무대에 배속되기 전부터 천식 증세로 입원하고 있어서 폭행과정을 비롯한 사건의 전말을 기억하는 핵심 목격자다.
김 일병의 증언에 따르면 사건 전날인 4월 5일 밤부터 윤 일병은 행동이 느리고 말을 잘 못하는 정도가 굉장히 심했다. 밤에 너무 시끄러워서 깨 보니 주범인 이모 병장이 윤 일병을 발로 차고 폭행을 하고 있었다. 김 일병이 제지했지만 폭행은 계속됐다.
6일 김 일병이 새벽 5시에 일어나보니 윤 일병은 정좌로 앉아 있었다. 7시쯤 일어난 이 병장은 “자지 말라고 했는데 왜 잤냐”며 또 다시 폭행했다.
이후 천식으로 고통을 받고 있었던 김 일병은 잠이 들었다가 오후 4시쯤 폭행하는 소리에 잠을 깼다. 그때는 이 병장이 냉동식품을 윤 일병 입에 강제로 집어넣으면서 가슴을 폭행하고 있었다.
이 병장은 윤 일병 입에 음식물을 강제로 집어넣고 대답을 빨리 못한다며 폭행했다. 폭행으로 입안에 가득 찼던 음식물이 바닥에 떨어지자 이 병장은 음식물을 주워 먹게 하고, 그 과정에서 행동이 굼뜨다며 또 다시 폭행했다.
이후 가해자들은 가혹행위를 할 때마다 질문을 하고 3대를 폭행하기를 여러 차례 반복했다. 그러자 윤 일병은 눈에 띌 정도로 가쁘게 숨을 쉬면서 “물 좀 마셔도 되겠습니까”라고 말했다.
이 병장은 도저히 물마시고 올 수 없는 시간을 주며 시간 안에 못 마시고 왔다고 폭행하고, 다시 시간 안에 물마시고 오라고 하고 또 다시 폭행하기를 여러 차례 반복했다.
뺑뺑이를 돌다가 윤 일병은 갑자기 양반다리를 하며 “지모 상병님, 오줌”하면서 기운 빠진 듯이 축 늘어져서 침상에 주저앉았다. 이 병장은 “미친 척 하는 거다, 오줌이 있으니까 더러우니 끌어내라”라고 말했다.
김 일병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윤 일병은 눈이 조금은 감기고 눈동자가 돌아가서 흰자가 보였다. 그런데도 이 병장은 윤 일병의 배 위에 올라가서 발로 밟았고 주먹으로 가슴을 폭행했다.
폭행을 하던 중 가해자들은 이상을 느끼고 산소포화도를 측정했지만 이미 맥박은 떨어진 상태였다. 그러자 하모 병장이 흉부압박을 하는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힘이 부족해서 실패하자 지 상병이 심폐소생술을 거들다가 기도를 확보하기 위해 삽관을 했다.
군인권센터는 “마지막으로 쓰러졌을 당시 윤 일병은 캑캑 거리거나 목을 잡는 등의 질식을 하면 나타나는 제스처가 하나도 없었다”며 “가해자들 또한 질식이 발생했을 경우 1차적인 처치법인 하임리히법은 사용하지도 않았다. 이는 가해자들도 윤 일병이 질식으로 쓰러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김 일병의 증언은 지난 4월 14~15일에 있었던 국가인권위원회의 현장조사 보고서에서도 일부 드러난다.
인권위 보고서에서 김 일병은 “윤 일병은 전입한지 2~3주가 지난뒤부터 거의 매일 폭행을 당했으며, 인격모욕적인 욕설도 들었다”고 증언했다.
또한 “자신이 듣기로 윤 일병 사인 중에 하나가 콩팥이 파열된 것이라고 하는데, 이는 말도 안된다”며 “가해자들이 발로 윤 일병의 복부를 지근지근 밟는 등 심하게 폭행해 발생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진술했다.
이어 “사건 당일 윤 일병은 음식을 먹기 전부터 먹는 도중, 먹은 후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폭행을 당했다”며 “의무대 간부인 의무지원관(유모 하사)에게 폭행 사실을 알렸으나 ‘의무대 일에 관여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김 일병의 진술 내용은 그동안 군 당국이 밝힌 수사결과와는 다른 부분이 적지 않아 향후 재판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김 일병과 윤 일병 유족들의 접촉을 군 당국이 방해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파장이 확산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한편 3군사령부 보통군사법원은 27일 입장자료를 통해 “29일 오전 10시로 예정된 윤 일병 사건 공판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지난 26일 윤 일병 사망사건의 피고인 중 한 명인 하모 병장의 변호인이 "3군사령부가 진행할 재판을 국방부로 이관해달라"는 내용의 관할이전신청서를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 제출한데 따른 것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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