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무대에 처음 ‘어∼엄마 웃으섰다’를 올렸죠. 정신지체 장애아 자녀를 둔 어머니의 아픔을 형상화한 작품인데, 초연 때는 장애아 역할도 비장애인 무용수가 하는 등 전원 비장애인만 출연했어요. 이번에는 저를 비롯한 40명의 출연진 가운데 지체 장애, 시각 장애 등 각종 장애를 갖고 있는 무용수가 10여명에 이릅니다.”
장애인 무용수가 출연하는 점만 달라진 게 아니다. 내용도 바뀌었다. 지체 장애인의 발음을 그대로 제목으로 한 ‘어∼엄마 웃으섰다’의 원작은 이웃 사람들의 무시와 차별을 견디다 못한 장애아가 결국 숨을 거두는 서글픈 결말이었다. 하지만, 10월 인천에서 공연할 작품은 장애아가 세상의 편견을 꿋꿋이 이겨내고 자기만의 행복을 찾는 쪽으로 줄거리를 틀었다.
“이 작품을 초연할 때만 해도 ‘장애’와 ‘예술’을 결부짓는 것 자체가 신기한 일이었죠. 정부 관계자와 만나 장애인 얘기를 꺼내면 대번에 ‘보건복지부를 찾아가라’고 해요. 장애인 하면 무조건 ‘복지’와 연결시켰으니까요. 이번에 제가 직접 지도한 장애인 무용수들과 한 무대에 오른다고 생각하니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이렇게 ‘장애인을 위한’ 무용극을 만들던 윤 교수가 ‘장애인이 직접 참여하는’ 무용극에 도전한 건 2010년의 일이다. 그가 안무를 맡은 ‘하얀 선인장’은 여성 장애인 5명이 비장애인과 함께 출연해 커다란 감동을 자아냈다. 윤 교수와 제자들이 1년 넘게 장애인 무용수들을 지도한 결과였다.
“장애인 문화예술은 비장애인들의 관심과 지원이 없으면 활성화가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장애 예술인을 돕는 것을 ‘복지’나 ‘시혜’ 차원에서 접근해선 곤란해요. 예술은 어디까지나 현실의 반영이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살아가는 게 우리의 현실이잖아요. 장애 예술인도 당당히 무대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모습이 곧 진정한 예술의 완성이 아닐까 합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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