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는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하기 위한 제도다.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이 많은 차량을 구매하는 사람에게 부담금을 물리고 배출량이 적은 차량 구매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한다. 정부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에 따르면 수송 부문은 2020년 배출 전망치 대비 34.3%인 3420만t이 감축 목표다. 이 가운데 자동차 부문에서 1780만t을 감축해야 하며, 정부는 그 중 160만t을 저탄소 협력금제 시행으로 달성하려 했다.
정부가 제도 시행을 6년 연기하는 이유로 내세운 것은 효과보다 부담이 더 크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1월부터 조세재정연구원, 환경정책평가연구원, 산업연구원 등 전문연구기관에 공동연구를 맡겨 제도 시행에 따른 효과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내년부터 제도를 시행하면 2015∼2020년 누적 CO₂ 감축효과는 56만4000t으로 애초 목표량(160만t)의 35%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대형차의 중·소형차로의 수요 전환, 차량 판매 감소 등에 따라 이 기간 자동차업계의 생산액은 6566억∼1조8908억원 감소하고 고용은 6110∼1만7585명 줄어들 것으로 추산됐다. 정부의 재정수지는 시행 첫해인 2015년 1545억원의 흑자가 발생하지만 하이브리드차 세제 지원이 지속되는 경우 이듬해부터 769억∼3117억원의 적자가 생길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정부가 경제 살리기에 매달리느라 국제사회에 약속한 환경 개선 의지가 후퇴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는 시각도 있다. 이 제도의 시행이 현 정부 임기 이후로 늦춰지면서 제도 자체가 폐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 제도는 2013년 7월 시행하려다 국내 차업계에 준비할 시간을 더 줘야 한다는 이유로 시행 시기를 내년 1월로 한 차례 늦춘 바 있다.
정부는 부담금 부과를 유예하는 대신 온실가스 감축과 친환경기술 개발을 촉진하도록 다양한 지원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채찍’은 내려놓되 ‘당근’을 내놓아 기업이 자발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의도다. 정부는 내년부터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에 대한 보조금을 확대하고 세제 감면 기간을 연장하는 등 재정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내년에 현대자동차의 소나타 2.0 하이브리드 등 국내외 8개 하이브리드차종에 보조금 100만원을 지급하고 2016년 이후 보조금 지급 기준 및 규모는 기술 발전, 시장 상황, 재정 여건 등을 고려해 조정하기로 했다.
평균 온실가스·연비 기준은 2020년까지 선진국 수준인 97g/㎞로 강화하기로 했다. 연간 판매된 자동차의 온실가스 또는 연비 평균값이 일정 기준을 달성하도록 의무화한 것으로, 기준을 위반하면 매출액의 최대 1% 수준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자동차 제조사가 대형차를 추가 부담 없이 판매하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이 적고 연비가 좋은 소형차와 친환경차 판매를 확대하는 게 유리하다. 따라서 차급별 생산 조정을 통해 유연하고 효과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나설 수 있다. 유럽연합(EU)은 2015년 130g/㎞에서 2021년 95g/㎞로 기준을 강화할 예정이다. 미국과 일본은 2020년 목표 기준치로 각각 113g/㎞와 100g/㎞를 설정했다.
배출권거래제는 애초 예정대로 내년부터 시행된다. 대외신뢰도 등을 고려한 결정이다. 대신 기업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모든 업종에서 감축률을 10% 완화하기로 했다. 올해부터 진행 중인 장기(포스트 2020) 배출전망치(BAU) 산정 작업 시 2015∼2020년의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를 재검토하기로 했다. 사실상 감축 할당량을 줄여주기로 한 셈이다.
세종=우상규 기자 skwoo@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