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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의新온고지신] 기기취처 필송지자(豈其取妻 必宋之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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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9-03 22:43:43 수정 : 2014-09-03 22:5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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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은 우주 내 만물이 상호 감응과 배합으로 끊임없이 변화·생성한다고 보고 있다. 즉 하늘과 땅은 동떨어진 두 존재가 아니라 남녀, 암컷과 수컷처럼 서로 얽히고설켜서 만물을 새롭게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하늘과 땅의 기운이 서로 감응하고 합하여 만물이 만들어지고 번성하며, 남자와 여자의 정기가 합하여 모든 생명이 시작된다(天地絪縕 萬物化醇 男女構精 萬物化生)”고 ‘주역’은 일러준다.

하늘과 땅의 결합처럼 남자와 여자가 만나고 합쳐지면 필연적으로 새로운 생명이 태어난다. 간단한 논리이고 진리이다. 이 진리가 수천 년의 인류문화를 이어가고 있음이다. 하지만 원리가 이렇다고 해도 남녀 간 결합은 수학공식처럼 저절로 만나지고, 결합되는 게 아니다. 배필찾기의 어려움이 있기에 중매쟁이와 결혼정보회사 등이 있는 이유이다.

대부분 가문과 학력, 재산, 미모 및 건강 등을 따져 배필을 정한다. 그러나 ‘입에 딱 맞는 떡’이 많은 게 아니다. 혼기(婚期), 곧 결혼적령기를 놓치는 주요 원인이 된다. ‘시경’에 “어찌 그 아내 얻기를 반드시 송나라 지씨만을 고집하겠느뇨(豈其取妻 必宋之子)”라고 한 바처럼 특정 조건만 갖춘 배필을 따지면 결혼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의 저출산 현상이 신기록을 또 갈아치웠다. 지난해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는 8.6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여전히 꼴찌다. 지금 같은 저출산 기조가 지속되면 2750년에는 대한민국 인구가 소멸될 위기에 처한다는 끔찍한 전망까지 나왔다. 중장기적 저출산 대책의 큰 가닥은 청년실업 해소, 남녀평등과 일·가정 양립을 통한 여성 고용률 제고 같은 노동시장 정책에서 잡아야 한다. 무엇보다 일자리가 없거나 불안정하니까 결혼을 하지 않거나 미룬다. 직장여성이 혼인을 해도 애를 낳고 나면 언제까지 자신의 소득이 보장될지 알 수 없으니 양육비 부담 때문에도 출산을 꺼린다. 따라서 여성의 경제활동과 맞물린 보육 지원, 교육정책이 정교하게 마련돼야 한다.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소장


豈其取妻 必宋之子 : ‘어찌 아내 얻기를 송나라 지씨만을 고집하겠느냐’는 의미로서 까다로운 배필조건을 뜻함.

豈 어찌 기, 其 그 기, 取 가질 취, 妻 아내 처, 必 반드시 필, 宋 송나라 송, 之 갈 지, 子 아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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