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화가 이정한 ‘뉴욕에서 서산’ 드로잉전 그는 거리의 소외된 사람들 속에서 꿈을 본다. 늦은 나이 꿈만 믿고 멀고 먼 타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어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정서다. 먼 이국 땅 뉴욕에서 거지들을 그려온 화가 이정한. 그가 그동안 살아왔고 작품의 대상으로 삼았던 대도시 뉴욕과는 극과 극에 위치한 한국의 조용한 소도시 서산에서 개인전을 연다. 16일부터 30일까지 충남 서산시 여미갤러리에서 ‘뉴욕에서 서산’ 드로잉전을 여는 것. 

화가 이정한은 거지라는 소외된 사람의 눈으로 세계 최대 도시의 거리를 바라본다.
1957년생인 그는 대한민국 건국 초기 국무총리였던 장택상씨의 외손자다. 유년 시절부터 미술에 재능을 보였지만 집안 분위기는 아무래도 예술가의 꿈을 키우기에는 사뭇 준엄했다. 고교 재학 당시 미술반이었던 학교 선배 박재동 화백 등과 어울리며 마음을 달래던 것이 고작이었다. 그러다 불혹의 나이에 접어들던 1996년 봄 과감히 미국 유학길에 올랐고 오랜 미국 생활 끝에 꿈에 그리던 화가가 됐다.

그가 작품의 소재로 주로 삼는 것은 뉴욕의 거지들. 세계 최대 도시이자 다민족 문화의 대명사인 뉴욕을 ‘거지’라는 소외된 사람들의 눈으로 들여다본다. 패션이나 최첨단 금융 등 화려한 뉴욕의 이면이 아닌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보는 셈. 거지를 소재로 한 그림만을 모아 지난 2011년 ‘뉴욕의 거지들’이라는 이름으로 드로잉집을 내기도 했다. 그가 거지라는 소재에 천착해온 것은 ‘드로잉’에 대한 그의 소신 때문. 이정한은 “드로잉은 ‘낮은 곳’에 임하는 미학”이라면서 “예술의 낮은 자세는 어떤 모습일까. 드로잉은 바로 가장 낮은 자세의 예술이어서 가장 높은 경지의 창조성과 예술성을 담보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힌다.

오랜 시간 타국에서 꿈을 추구하며 외로운 현실 앞에서도 당당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낮은 곳’을 향하는 미학인 드로잉의 힘이었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이정한. ‘뉴욕에서 서산’이라는 전시 타이틀이 말해주듯 그는 이번 전시에서 뉴욕에서 서산에 이르기까지 긴 시간 동안 그가 걸어온 지난한 삶의 흔적들을 모두 보여줄 예정이다.

서필웅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