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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회 복귀 없이 야당이 사는 길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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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9-17 21:30:11 수정 : 2014-09-18 01: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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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잠적을 끝내고 어제 당무에 복귀했다. 박 대표는 당 내분을 심화시킨 데 대해 사과하면서 “당이 백척간두에 처했다”며 “60년 전통의 뿌리만 빼고 다 바꿔야 한다”고 했다.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해 당을 위기에 빠뜨린 박 대표의 잘못은 크다. 두 차례의 세월호특별법 타협안 번복과 비상대책위원장 영입 과정에서 당을 사분오열시킨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그럼에도 복귀 회견에서 보인 그의 현실 인식은 공감 받을 여지가 충분하다.

새정치연합은 130명의 의원이 소속된 제1 야당이다. 의원 규모로 보나, 역할로 보나 여당 못지않게 민생에 대한 책임이 막중하다. 그러나 길을 한참 잘못 들었다. 19대 총선 이후 지난 2년이 죽 그렇다. 지난해에는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을 둘러싸고 허송했고 올해는 세월호특별법 협상에 스스로 발을 묶고 국회를 공회전시킨 것이 벌써 5개월째다. 민심이 우호적일 리 만무하다. 그사이 2012년 대선, 2014년 지방선거, 최근의 7·30 재보선에서 연전연패했다. 자초한 측면이 크다. 맨정신이라면 무슨 염치로 고개를 들 수 있겠는가. 당이 살지 못하면 자신들도 희망이 없을 텐데 중진들과 소속 의원들은 계파 갈등과 당권 다툼으로 날을 세우고 있다. 누가 봐도 제정신이 박힌 야당의 모습이 아니다.

새정치연합은 오늘 새 비상대책위원장을 선출한다. 맹성이 전제되지 않는 한 아무리 총의를 모아 새 리더십을 세운다 해도 당이 근본적으로 달라질지 의문이다. 소속 의원들 모두가 현실 인식을 다시 하고 새출발을 하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임을 알아야 한다. 정통 야당의 명맥을 이어온 중진과 원로들이 나서 중심을 잡아야 한다. 강경파의 득세는 정치를 극단으로 치닫게 한다. 새 리더십의 책무는 무엇보다 뒤에서 흔드는 강경파의 악습을 단호하게 저지하는 일이다. 뿌리 깊은 계파 활동과 리더십 흔들기를 정리하지 않고 방치하면 당은 더 심각한 오합지졸 상황으로 빠질 수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제 세월호특별법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세월호특별법 협상에 대해서도 가이드라인을 제시, 협상은 장기 표류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야당은 세월호 유가족과 정부·여당 사이에 샌드위치 처지에 빠졌다. 활로를 찾지 못하면 정치적 미아가 될 수밖에 없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본회의를 26일 여는 것을 포함한 국회일정을 제시했다. 새정치연합은 특별법 협상과 별개로 우선 국회에 복귀해 정 의장이 내민 손을 잡는 게 순리다. 야당이 사는 길은 그 길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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