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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매립장 위에서 펼쳐진 스포츠축제와 꽃잔치

입력 : 2014-09-23 19:59:30 수정 : 2014-09-23 23: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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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쓰레기 매립장이었다고요?
아시안게임·꽃잔치 열리는 인천 수도권매립지의 변신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골프와 승마, 근대5종, 수구 경기가 열리는 3개 경기장의 땅밑에는 비밀이 숨겨져 있다. 6500만t의 각종 쓰레기와 연탄재가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이 비밀을 눈치채는 이는 많지 않다. 1442억원을 들여 건설한 골프장과 수영장, 승마장이 번듯하게 들어서고 경기장 주변에 1억송이의 국화꽃이 활짝 펴 있기 때문이다.

23일 인천 백석동 수도권매립지 내 녹색바이오단지에 위치한 승마장은 경기장에 들어가는 선수들과 관람객, 봉사자 등이 섞여 활기찬 모습이었다.

6500만t의 각종 쓰레기와 연탄재가 묻혀 있는 인천 백석동 수도권매립지 제1매립장과 녹색바이오단지에 골프장과 수영장, 승마장이 건설돼 오는 10월4일까지 열리는 인천아시안게임의 경기장과 국화 축제장으로 이용된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제공
다음 날 경기를 앞두고 태국 승마 기수 수팝 카우남의 연습에 따라온 친구 사누퐁 사마티몽콜(31)씨에게 이곳이 쓰레기더미 위에 건설된 경기장임을 아는지 물어봤다. 그는 “지난 6월에 인천에 여행을 왔었는데 그때 가이드에게 들었다”면서 “태국에서는 쓰레기를 쌓은 뒤 덮어버리기만 할 뿐 공간을 재활용하지 않는다”며 “폐기물을 깨끗하게 처리한 뒤 체육시설도 만들어 놓으니 시민들이 아주 좋아할 것 같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녹색바이오단지 내에 위치한 승마장과 수영장 사이에서는 아시안게임 기간에 맞춰 10월5일까지 드림파크 국화축제를 열고 있다. 쓰레기에서 나온 매립가스를 이용해 온실에서 가꾼 노랑과 하양, 보라 등 각양각색의 국화를 9600㎡의 넓이의 야외공간에 옮겨 심었다. 2만5000㎡ 넓이의 옆 꽃밭에서는 가을을 상징하는 코스모스도 절정을 이루고 있다.

무료 개방하고 있는 국화축제장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놀러나온 꼬마들의 천국이었다. 나들이 나온 지역주민들도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마침 직장이 쉬는 날이라 아내와 팔짱을 끼고 국화축제를 찾은 황인석(47·인천숭의동)씨는 “인근에 혐오시설이 있는 것이 좋지 않았다”며 “하지만 직접 와보니 연구를 많이 해서 다중이용시설로 탈바꿈시킨 것이 대단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16일 동안 국화축제에 200만명이 다녀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기장이나 국화축제장 어디서든 이곳이 쓰레기매립장이라는 걸 상상하기 어려웠다. 공사는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악취와 분진에 철저히 대비했다. 악취의 원인이 되는 모든 시설을 밀폐하고 24시간 냄새 모니터링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또 골프장 옆 제2매립장으로 이동하는 쓰레기 운반차량의 운반시간을 조정하고 덮개를 완전 밀폐형으로 개선했다.

서울·인천·경기 지역 2400만명이 배출하는 폐기물을 처리하는 수도권매립지는 여의도의 5.3배 크기로 세계 최대 규모다. 2000년으로 매립이 끝난 제1매립장은 36홀의 골프코스를 갖춘 골프장으로 변신했다. 경기장은 친환경 자재를 사용해 건설했다. 또 연탄재 야적장이었던 녹색바이오단지는 코스모스와 국화 군락지로 바꿔 매년 꽃축제를 열고 있다.

송재용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은 “수도권매립지는 무용의 공간이 유용의 공간으로 거듭나는 곳”이라며 “인천아시안게임이 세계 속의 환경관광 명소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윤지희 기자phh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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