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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미의 올라 카리베] 〈32〉 이곳이 바로 지상천국! 사오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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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9-25 21:30:05 수정 : 2014-12-22 17:3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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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주인공인 열대섬… 인간을 품다
바야이베에서는 국립공원에 속한 사오나 섬이 가깝다. 다른 지역에서도 배를 타고 갈 수 있지만 바야이베에서 가는 길이 가장 가깝고, 풍경도 좋다고 한다.

어제 만난 친구가 절반 요금으로 사오나 섬을 돌아보게 해주겠다고 약속했었다. 만나기로 한 장소로 아침 일찍 나갔다. 다른 그룹은 준비를 하고 배에 올라 타는데, 어제 만난 친구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불안하지 않은 이유는 그 친구를 못 만나더라도 아무 그룹에나 껴달라고 해서 갈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 친구가 와서는 나를 작은 그룹에 넘겨주고 돌아갔다. 요금은 정말 절반을 받았는데, 그 이유로 차별이라도 받는 건 아닌지 또 의심이 갔다. 

국립공원에 속한 사오나 섬의 야자나무들.
그렇게 해서 20명 정도 참여한 투어 그룹에 동행하게 됐다. 배는 바다 한가운데로 나가더니 멈췄다. 그리고 그곳에 대기하던 요트로 옮겨 탔다. 큰 요트에는 신나는 남미 음악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 요트 선원들은 신나게 춤을 추면서 환영 칵테일을 나눠줬다. 그리고 춤이 이어졌고, 무한 제공되는 술을 여기저기서 마시기 시작했다.

내가 속한 그룹에는 프랑스에서 여행 온 커플이 많았다. 여자는 비키니를 입고 선탠을 즐기고 남자는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요트는 바다 한가운데 움직이지 않고 둥둥 떠 있었고, 사람들은 계속 파티를 즐겼다. 다른 배가 와서 다른 팀이 합류하고 나서야 요트는 움직였다. 다른 팀은 캐나다 사람들로 중년의 부부들이 많았다. 그들은 친절하게 나에게 말을 걸어왔고, 홀로 떨어져 있었던 나를 잘 챙겨줬다. 요트는 점점 분위기가 고조되어 갔고, 사람들은 모두 어우러져 함께 놀기 시작했다.

길쭉하게 늘어선 육지가 저 멀리 보였다. 전부 국립공원이며, 그 끝에 떨어져 있는 작은 섬이 ‘사오나’다. 사오나 섬(Island Saona)은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로, 당일치기 여행만 가능하다. 종이팔찌로 된 국립공원 입장권을 보여줘야 들어갈 수 있고, 점심만 먹고 육지로 나와야 한다. 신나게 놀다 보니, 점점 섬에 가까워졌다.

짙고 푸른 바다는 섬으로 갈수록 밝은 빛을 내더니, 에메랄드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저렇게 빛나는 물속에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설레기 시작했다. 사오나 섬에 꼭 가보라고 했던 도미니카공화국 현지인들 말이 생각났다. 아름다운 섬이라는 극찬이 실감이 났다.

사오나 섬에는 정박시설이 없어 요트는 먼 바다에서 기다린다.
요트는 모래사장이 있는 해변에 사람들을 내려줬다. 그러고는 다시 바다로 향해서 가버렸다. 저 멀리 바다에는 여러 요트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이 섬에는 요트가 정박할 만한 시설이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요트에서 내리며 얼떨결에 이 깨끗한 물에 발을 담가버렸다. 마치 초록빛으로 발이 물들 것만 같았다. 맑은 바다는 햇빛에 빛나고 모래도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다른 요트를 타고 왔던 사람들도 모두 다 이곳으로 왔지만, 그 규모는 얼마 되지 않아 바다는 여전히 한산하다.

아침에 출발했지만 바다에서 한참을 놀다 보니 벌써 점심시간이었다. 그늘막 아래 뷔페가 준비되어 있다. 뷔페 음식도 훌륭했고, 무엇보다도 작은 바에서 무한대로 퍼주고 있는 술이 훌륭했다. 럼을 많이 마시는 이 나라에서 제일 좋은 건 맛있는 칵테일이다. 럼 칵테일은 현지 생과일과 만나 너무 맛있다. 바다에서 수영하며 놀다가 칵테일을 마시고 또 마시고, 또 바다로 들어가기를 반복한다.

‘오늘은 어디서 밥을 먹을까’, ‘내일 가는 곳에는 숙소가 있을까’, ‘오늘은 어디를 가야 할까’ 등 여행에서 늘 따라다니는 이런 걱정들을 전혀 안 하니, 편안한 휴가를 온 것만 같았다. 여행을 하다 보면 때로는 지치고, 때로는 힘들어진다.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해야 하고, 책임져야 한다. 이렇게 몇 개월을 지나다 보면, 지치기도 하고 어깨가 무거워지기도 한다. 이럴 때는 이런 투어 상품에 참여하는 것도 좋다. 아무 생각 없이 누군가가 짜 놓은 여행에서 즐기기만 하면 된다. 지친 몸도 풀고 긴장도 풀고 스스로에게 휴식을 주는 시간도 필요하다.

배낭여행을 하다 보면 당연하게만 여겼던 일들이 고맙게 다가올 때가 있다. 반대로 고맙고 친절한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당연하게 여겨질 때도 있다. 모든 일들이 상대적이고,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일이다. 또 내가 여행을 하며 느낀 점은 이해 못할 일도, 이해 못할 사람도 없다는 것이다. 완벽하게 다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부분이 있다. 

다시 돌아온 바야이베의 노을은 여전히 아름답다.
모든 걱정을 다 버리고 올 듯이 사오나 섬에서 신나게 놀았다. 다시 모이라고 한 오후 3시가 다가왔다. 생각보다 일찍 간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유를 알게 됐다. 요트에 다시 태워 다른 바다로 향했다. 바다 한가운데 배를 세우더니, 바다로 내리라고 했다. 바다 빛깔이 다른 그곳은 1m가 살짝 넘는 깊이였다. 망망대해 한가운데 이렇게 수심이 낮은 바다가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가이드는 살아 있는 불가사리를 주워 와 사진을 찍으라고 줬다. 사람 얼굴보다 훨씬 큰 불가사리는 여러 사람들의 손에서 손으로 옮겨졌다. 그래도 물 밖으로 올리지는 말라고 했다. 그곳에서 나올 때는 불가사리를 바다로 돌려보내줬다.

카리브해는 일곱 빛깔을 가졌다고 했는데, 이곳은 천의 빛깔을 가지고 있었다. 짙은 검푸른 색에서 투명한 색까지 다양했다. 초록빛과 보랏빛 바다는 신비롭기까지 했다. 이 신비의 바다에서 다시 올라탄 작은 보트는 각자의 팀별로 움직였다. 이제부터는 열심히 달렸다. 심지어는 경쟁을 하기도 했고, 이기는 팀에서는 환호까지 터져 나왔다. 보트가 파도를 뚫고 나갈 때는 사람들이 튕겨 오르기까지 했다. 세차게 몰아치는 파도를 이 작은 보트가 넘나드니 짜릿했고 아찔했다.

다시 돌아온 바야이베에는 여전히 아름다운 노을이 지고 있었다. 나는 또다시 내 자리로 돌아와 ‘내일은 무엇을 할까’, ‘내일은 어디를 갈까’를 생각하게 되었다. 내일이 기대된다.

강주미 여행작가 grimi7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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