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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선환

백지에다 긋는 밑줄 위는, 허공이다. 송곳니에 악물린 틈새기, 허공이다. 꾹 감고 견디는 깜깜한 눈구멍 속으로 나비 한 마리 팔락거리며 날아가는, 허공이다. 혼자 걸으며 호주머니 속에서 그러쥔 빈 주먹, 허공이다. 오랫동안 간절하더니 한참 동안은 그윽하더니 잠깐 동안은 글썽하더니 눈물 자국만 남은, 허공이다. 씻어서 말린 이목구비에다 분가루 덧칠해서 눌러놓은, 분냄새 나는 새하얀 낯바닥, 허공이다.

―신작시집 ‘수평을 가리키다’(문학과지성사)에서

◆ 위선환 시인 약력 

▲1960년 용아문학상 수상하며 등단 ▲시집 ‘나무들이 강을 건너갔다’ ‘눈 덮인 하늘에서 넘어지다’ ‘새떼를 베끼다’ ‘두근거리다’ ‘탐진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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