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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바캉스호의 ‘황당한 면허’, 참사 교훈 벌써 잊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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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9-30 21:03:44 수정 : 2014-10-01 00: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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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명이 희생된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국민은 더 이상 그런 비극이 없기를 바랐다. 정부는 ‘안전한 나라 건설’을 다짐했다. 거듭 다짐했으니 무엇인가 분명 달라져야 정상이다. 그러나 그런 다짐이 제대로 실천되고 있는지 의심하게 하는 일이 또 확인됐다.

어제 전남 신안군 흑산면 홍도 인근 해상에서 유람선 바캉스호가 좌초했다. 선장과 선원들의 침착한 대응이 돋보인다. 선원들은 선장의 지시에 따라 승객들에게 “구명조끼를 입어라”고 전파하고 우왕좌왕하는 승객에게는 구명조끼를 입혀주기까지 했다고 한다. 승객을 내버린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과는 전혀 달랐다. 박수를 보낸다. 해경의 대처도 과거와는 달랐다. 해경 홍도출장소 직원들의 지휘에 따라 다른 유람선과 어선들이 구조에 나섰다.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한 사고였지만 승객과 승무원 109명은 30분 만에 무사히 전원 구조됐다.

하지만 바캉스호의 내막을 들여다보니 세월호의 판박이다. 바캉스호는 세월호보다 7년이나 더 낡은 배다. 해경은 폐선해도 아깝지 않을 선령 27년이나 된 배를 세월호 사고가 터진 다음 달인 5월에 2023년 4월까지 10년간 운항할 수 있도록 면허를 내주었다고 한다. 면허기간이 끝나는 해의 선령은 37년에 이른다. 이런 면허가 어떻게 발급될 수 있었는지 의아하다. 홍도 주민들은 허가를 내주면 안 된다는 탄원서까지 냈다고 한다. 이 배가 증개축해 정원을 145명이나 늘린 것도 세월호와 닮은꼴이다.

문제가 이토록 많으니 이번 사고가 아니더라도 참사를 부를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세월호 참사 이면에는 방치된 안전과 ‘검은 거래’가 자리하고 있었다. 바캉스호에도 ‘황당한’ 면허 발급 흔적이 역력하다. 허가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세월호 사고를 겪고도 구조적인 안전불감증은 아직도 만연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카트리나 참사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더 안전한 나라를 만든 것으로 평가된다. 바캉스호에서 세월호 참사의 교훈을 내던지고 말로만 외치는 ‘안전한 나라’의 실상을 보게 된다. 정부는 반드시 무엇이 잘못됐는지 하나하나 따져 문제를 뜯어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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