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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포럼] 꼬인 한·일 관계를 풀어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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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0-01 23:41:16 수정 : 2014-10-02 04: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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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과 위안부 문제 다른 현안으로 분리해야
1998년 선언 계승만이 먼 미래 활짝 열 수 있어
한·일 관계에도 ‘참 좋은 시절’이 있었다. 양국 관계에 해빙무드가 절정에 이른 것은 1998년 10월8일, 김대중 대통령-오부치 게이조 총리의 ‘21세기 새로운 한·일파트너십을 위한 공동선언’이 나왔을 때다. 1965년 한·일기본조약이 체결됐으니 33년 만에 한·일 관계가 최고조에 달한 것이다. 김대중-오부치 선언이 지금도 회자되는 이유다.

김대중-오부치 선언은 일본군위안부를 인정한 1993년 고노담화와 과거 침략사에 대한 사과와 반성을 담은 1995년 무라야마 담화에 기초한다. 이보다 한걸음 더 나아간 것이 두 정상의 공동선언이다.

“오부치 총리대신은 금세기의 한·일 양국 관계를 돌이켜보고, 일본이 과거 한때 식민지 지배로 인하여 한국 국민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안겨주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이에 대하여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하였다.” “김대중 대통령은 오부치 총리의 역사인식 표명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이를 평가하는 동시에 과거의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고 화해와 선린우호협력에 입각한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서로 노력하는 것이 시대의 요청이라는 뜻을 표명하였다.”

두 정상의 선언에는 과거사뿐 아니라 향후 양국의 미래, 즉 어떻게 하는 것이 새로운 미래로 가는지에 대한 좌표도 담겨 있다. “양국 정상은 양국 국민, 특히 젊은 세대에게 역사인식을 심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 대하여 견해를 함께하고 이를 위하여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그로부터 16년, 양국은 문화적, 인적 교류는 늘어났으나 다른 분야에서는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 양국 관계가 이렇게 꼬인 데는 일본의 책임이 크다. 이제 와서 고노, 무라야마 담화를 부정하는 등 과거 침략사에 대한 역주행의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것은 아베 신조 정권이 달라질 기미가 없다는 점이다. 아베 정권은 과거 일본이 이미 한국 정부에 사과를 할 만큼 했고, 배상도 이미 끝낸 문제라고 한다. 한·일기본조약이 체결될 당시 모든 문제를 매듭지었다는 것이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억장이 무너질 일이지만 지금의 일본은 16년 전으로 되돌아올 기미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이대로 둘 것인가?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를 고려하면 논란의 여지는 있겠으나 우리가 오히려 선제적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 우리 정부에서도 약간의 기조변화가 있어 보이나 이는 외부 상황에 우리가 수동적으로 끌려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북한과 일본이 납치자 문제로 접근하고, 일본이 중·일 정상회담을 추진하자 우리가 외교적 고립상태에 놓일 수 있다는 불안감이 대일관계 접근법을 바꾸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옥영대 논설위원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정상회담과 일본군위안부 문제의 분리대응이다. 지난 8, 9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과 유엔총회에서의 한·일외교장관 회동은 결코 의미가 작지 않다. 일본의 아베 총리는 얼마 전 모리 요시로 전 총리를 앞세워 “가을에 만나고 싶다”는 친서를 우리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상대가 아쉬운 쪽이니 우리가 굳이 조건을 붙일 필요는 없다.

일본군위안부 문제는 단기적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양국이 서울과 도쿄를 오가며 네 차례 회담을 가졌지만 진전이 없는 이유다. 그렇다면? 전략적 마인드가 필요하다.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여성의 삶을 짓밟은 여성인권의 문제로 접근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고 현실적이다. 물론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고령인 점도 생각해야 한다.

내년은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 광복 70주년이다. 무릎을 꿇지 않으려는 사람에게 진정성을 외치며 무릎을 꿇릴 수는 없는 일이다. 백기를 들 일본도 아니다. 국제사회는 이미 저들에게 손가락질을 하고 있다. 한·일 관계 복원, 화급한 일이지만 멀리 봐야 한다.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계승할지 중장기적 안목의 전략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옥영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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